교계소식

靈長動物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15-12-31 15:34
조회
688
靈長動物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는데, 침팬지도 정치적 동물이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수컷 사이에 서열과 파벌이 있고, 전쟁을 한다. 침팬지가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수컷 사이에는 서열과 파벌이 존재하며, 한 놈이 왕좌에 오르면 다른 놈들은 모두 복종한다.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돌을 던지고 나무를 휘두르는 등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한다.

강자에겐 언제나 도전자가 있는 법, 약자들이 알파메일을 몰아내는 쿠데타도 일어난다. 고블린이란 놈은 15살에 왕좌에 올랐지만 다른 침팬지를 잔인하게 때리고 모욕하는 게 취미였다. 다른 침팬지들은 그를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어느 날, 고블린은 젊은 침팬지 윌키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다쳤는데, 다시 집단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머지 수놈들이 힘을 합쳐 그를 몰아냈다.

침팬지는 전쟁도 한다. 먹이를 놓고 다른 부족과 경쟁하다가 수적으로 우세하면 먼저 공격한다. 침팬지는 잔인하게 상대를 제압하면 고환을 뜯어낸다. 원수의 씨를 말리기 위해 삼족을 멸하던 우리 조상을 닮은 것 같다. 침팬지는 고기를 좋아해서 적의 시체를 먹기도 하며, 인근 마을의 아기를 납치해서 잡아먹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식인 풍습이 있었으니, 침팬지만 끔찍하다고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 속에서 아이들도 침팬지로 키워지고 있다. 이미 ‘지옥’이 되어 있는 입시 경쟁이 더욱 격화하면서, 아이들은 친구를 밟고 나가야 자신이 산다는 원리를 체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선배가 후배의 ‘군기’를 잡고, 다수자가 약자를 집단 ‘왕따’시킨다. 2008년 한국투명성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10억 원을 주면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부패를 저지르겠다고 답한 청소년이 17.7%에 이르렀다.

‘Sisterhood is power.’ 보노보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연대가 곧 권력이다. 침팬지는 수컷이 지배하는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지만 보노보는 암컷이 지배하는 모계사회다. 암컷들은 힘을 합쳐 수컷의 폭력을 막는다. 개체의 힘은 수컷이 더 강하지만, 그 물리력은 암컷의 단결 앞에서 별 의미가 없다. 식량을 암수가 함께 찾지만, 분배는 암컷이 한다. 높은 암컷의 자녀가 높은 지위를 갖게 되므로, 다 자란 수컷도 늙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도움을 청한다. 어머니가 죽으면 수컷의 사회적 지위도 하락한다. 더 이상 어머니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보노보라는 인간의 다른 ‘사촌’은 침팬지와 전혀 다른 삶을 꾸리며 살아간다. 보노보는 암컷끼리의 연대가 매우 강하며, 수컷이 암컷을 지배하지 못한다. 보노보는 세밀한 수직적 서열을 만들지 않으며, 무리 내 병자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고 보살피고 끌어안는다. 보노보에게 성은 일방적 지배나 욕망 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상호적 기쁨과 유대를 위한 놀이다. 한 보노보 무리가 다른 무리와 부딪칠 경우에도 이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는 대신 연애와 섹스를 하면서 긴장을 풀고 평화를 유지한다.

마치 보노보는 남녀 평등과 ‘여성적인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페미니즘의 정신,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지향하는 자유주의를 제창한 존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正義論), 공존·돌봄·협력·소통의 경제 패러다임을 제창한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사상, ‘전쟁이 아니라 연애를 하자.’(Make Love, Not War)라는 1960년대 반전평화운동의 슬로건 등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이러한 보노보의 행태와 문화는 전 세계 영장류학계는 물론, 인류학계, 사회학계, 여성학계에 크나큰 충격파를 던졌다.

유병선은 <보노보혁명>에서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라는 보노보들의 활약을 소개한 바 있다. 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침팬지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바꾸려는 보노보들이 사회 각 영역에서 더 많아져야 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반란’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주 하나님 아버지!

인간에게 더욱더 보노보처럼 연민(bonding)의 유전자를 공유하게 하시고 침팬지같이 남을 괴롭히며 나만 잘 살자는 식의 천박스러운 형질은 탈피하게 하소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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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31 15:37

    다가 오는 2016 丙申年은 붉은 원숭이해입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교회구성원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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