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47강 E. 영과 육의 갈등[5:16-26] Ⓐ 5:16-19

작성자
최세창
작성일
2023-07-19 10:32
조회
104

※ 연재되는 필자의 주석책 「갈라디아서․에베소서」


믿음에 의해 육과 율법, 죄와 죽음 등에서 자유를 얻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종노릇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울은, 더욱 구체적으로 자유를 얻은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취해야 할 생활 원리에 대해, 【16】[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렌스키(R. C. H. Lenski)는 “아직도 갈라디아 교인들 중에는 죄악된 육체의 소욕을 좇는 일이 남아 있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바울은 그들에게 [성령을 좇아 행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성령](프뉴마티, πνεύματι)에는 관사가 없으므로 인간의 영(F. Rendall, “Beza, De Wette”➊) 또는 영적 생활 방식(Peile)➋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대부분의 학자들➌은 성령으로 이해하고 있다.
[행하라]는 페리파테오(περιπατέω)로서 본서에서는 이곳에만 사용되었지만, 이 외의 신약 성경에는 흔하게 사용되었다(롬 8:4, 고전 3:3, 7:17, 고후 4:2, 5:7, 10:2, 12:18, 엡 2:2, 4:1, 17, 5:2, 8, 15, 빌 3:17, 18, 골 1:10, 2:6, 3:7, 4:5, 살전 4:12, 살후 3:6, 11, 히 13:9, 요일 1:6, 7, 2:6, 11, 요이 4:6, 요삼 3).
이 말은 문자적으로는 ‘걷다’, ‘거닐다’의 뜻이나, 은유적으로 ‘습관적인 행동’ 또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을 좇아 행하라]는 자유인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내재해 계신 성령의 인도와 지도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바울은 성령께서 진리의 영이시며(요 14:17, 16:13, 요일 4:6), 또 우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신다는 것(요 16:13. 참조: 요 14:26)을 알았기 때문에, 성령을 따라 살면 [‘육체의’(사르코스, σαρκὸς: 2:16의 주석을 보라.)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죄 된 인간 본성의 욕심➍을 성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성령께서 내재해 계신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마음속에 육체의 욕심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6:1). 이 점에 대해 칼빈(J. Calvin)은 “영적 인간은 육체의 욕심과 그 충동으로부터 자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욕심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루터(M. Luther) 역시 “육체의 욕심은 아직 죽지 않았으며, 항상 성령께 대항하여 말하고 싸우려고 고개를 든다.”라고 하여, 우리 속에 있는 성령의 소욕과 육체의 소욕 사이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바울은 【17】[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의 소욕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의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라고 하는 것이다. 헬라어 본문에는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ἡ γὰρ σὰρξ ἐπιθυμεῖ κατὰ τού πνεύματος, τὸ δὲ πνεύμα κατὰ τῆς σαρκός: 17절 전반)로 기록되어 있다.
[성령]에 “소욕”(에피튀메오, ἐπιθυμέω: 16절의 “욕심”과 같은 뜻이며, 나쁜 의미만이 아니라 좋은 의미로도 쓰인다.)이란 말이 없지만(AV), 그 의미 곧 성령의 소욕(갈망)은 분명한 것이다(RSV).
육체의 욕심과 성령의 갈망 사이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적인 표현은 정신과 육체의 대립이 아니라, 하나님과 자연인 곧 성령과 죄 된 인간성과의 타협할 수 없는 대립을 묘사한 것이다(윤성범). 이 대립은 비그리스도인(옛 사람)의 내적 갈등이 아니라, 거듭난 자 곧 자유를 얻은 그리스도인(새사람)의 내적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다.➎
구체적으로, 성령의 갈망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 나라, 영원한 것, 영적인 것, 하나님의 뜻과 영광 등을 추구케 하는 것인 반면에, 죄 된 인간성의 욕심은 세상적인 것, 일시적인 것, 물질적인 것, 자기 자신의 뜻과 영광 등을 추구케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성령의 갈망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 본위의 삶을 추구케 하는 것인 반면에, 죄 된 인간성의 욕심은 자기 본위의 삶을 추구케 하는 것이다.
이 두 소욕이 한 주체인 그리스도인의 마음속에서 서로 대적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바울은 [너희의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라고 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 대해 (1) 성령에 거슬려 육체의 소욕이 성취되지 못한다는 설(J. B. Lightfoot, S. J. Mikolaski), (2) 육체를 거슬려 성령의 소욕이 성취되지 못한다는 설(J. Calvin), (3) 두 소욕중 어느 한쪽도 성취되지 못하게 한다는 설(J. A. Bengel, M. Henry, R. T. Stamm) 등이 있는데, [서로 대적함으로]라는 말을 보아 (3)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접속사가 단순히 결과를 나타내는 것인지(······못하게 됨이라: 공동 번역 성서, J. B. Lightfoot), 목적을 나타내는 것인지(······못하게 하려 함이라: AV, RSV)가 문제되는데, 역시 후자가 적합하다.
성령의 소욕과 육체의 소욕이 서로 대적하여, 두 소욕(소원)을 다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할 때, 이것은 성령의 힘과 육체 곧 죄 된 인간성의 힘이 대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믿는 자에게 주신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자유로 “성령을 복종하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고 힘써야 하는 것이다”(J. Calvin, E. Huxtable). 이것이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는 길이요(5:16), 사랑의 종노릇(5:13, 롬 5:5)을 하는 길이다. 사랑의 종노릇, 즉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아감으로써 육체의 욕심을 제어할 수 있고(5:16, 롬 8:13, 고전 9:27, 15:31), 또한 온 율법을 성취할 수 있다(5:14, 롬 13:13, 마 22:37-40).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울은 【18】[너희가 만일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리라]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율법 아래 있]다(3:23의 주석을 보라.)는 것은 성령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육체의 소욕을 따라 산다는 뜻이다.
바울은 육체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9】[육체의 일은 현저하니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20】[우상 숭배와 술수와 원수를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리함과 이단과] 【21】[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과 또 그와 같은 것들이라 전에 너희에게 경계한 것같이 경계하노니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것이요].
[육체의 일](τὰ ἔργα τής σαρκός) 육체 곧 죄 된 인간성의 소행들을 뜻하며, 몸의 행실(롬 8:13), 또는 어둠의 일(롬 13:12, 엡 5:13)과 같은 의미의 말이다.
[일]을 복수 명사(ἔργα)로 쓴 것은 “육의 일은 하나의 근본 원리에서 나오지 않고, 육체의 여러 가지 욕심에 따라 나왔기 때문이다](黑崎幸吉).
아래에 열거되는 대표적인 죄악의 목록(참조: 막 7:21-22, 롬 1:28-32, 딤전 1:9-10, 딤후 3:2-5 등)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자행되고 있는 죄악들이다.
라이트프트(J. B. Lightfoot)는 열거된 열다섯 가지의 죄목을 (1) 성적인 죄(음행, 더러운 것, 호색), (2) 종교적인 죄(우상 숭배, 술수), (3) 형제애에 대한 위반 죄(원수를 맺는 것, 분쟁, 시기, 분냄, 당 짓는 것, 분리함, 이단, 투기), (4) 무절제의 죄(술 취함, 방탕)의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음행]은 포르네이아(πορνεία)로서 비도덕적이며 비합법적인 성행위, 즉 결혼 이외의 모든 종류의 성적 접촉을 뜻하는 것이다(창 38:24, 신 22:21, 호 9:1, 삿 20:6, 겔 22:11,마 5:32, 19:9, 행 15:20, 29, 21:25, 고전 5:1, 6:18, 7:2, 엡 5:3, 14:8 등). 이 음행의 죄는 아담 이래 인간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파괴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음행은 비유적으로 우상 숭배를 의미하기도 한다(호 5:4, 사 57:9, 겔 16:15, 계 2:21, 9:21 등).
[더러운 것]은 아카타르시아(ἀκαθαρσία)로서, “불결한 상처의 고름, 손질을 전혀 하지 않은 나무, 한 번도 불순물을 골라내지 않은 물질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W. Barclay). 성경에서는 육체적, 도덕적, 종교적 불결, 또는 불결한 것과 접촉된 것을 의미하였다(느 13:29, 겔 16:27, 24:13, 민 5:19, 스 6:21, 마 23:27, 고후 12:21, 엡 4:19, 5: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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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서와 주해서에서 인용할 경우에는, 해당 성구가 있으므로 저자의 이름만 밝혔음.
1) in 이상근.
2) 상동.
3) M. Luther, “Vincent”(in 이상근), H. Alford, E. D. Burton, W. T. Dayton, W. Hendriksen, F. J. Dake, O. F. Blackwelder, R. T. Stamm, S. J. Mikolaski. E. Huxtable.
4) NEB: 천박한 본성의 욕심. 참조: 최세창, 야고보서, 1:14의 주석.
5) M. Luther, J. Calvin, M. Henry, C. R. Erdman, W. Hendriksen, E. Huxtable, 黑崎幸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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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세창, 갈라디아서, 에베소서(서울: 글벗사, 2002, 2판 2쇄), pp. 237-242.


필자의 사이트 newrema.com(T. 426-3051)의 저서 및 역서 :
# 신약 주석(마~계, 1-15권)/ Salvation Before Jesus Came/ 바울의 인간 이해/ 바울의 열세 서신/ 예수 탄생 이전의 구원/ 우린 신유의 도구/ 다수의 논문들/ 난해 성구 사전 I, II권/ 설교집 36권/ 기타 다수
# 번역서 : 예수의 비유(W. Barclay 著)/ 야고보서(A. Barnes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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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9 10:34

    필자의 주석책에는 각주로 되었고, 주석되는 성경의 구절과 용어는 고딕으로 구분했는데, 이 인텨넷 화면에는
    그대로 표시되지 않으므로 각주를 미주로 바꿨고, 고딕을 부호 [ ]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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