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42강 B.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5:2-5]

작성자
최세창
작성일
2023-05-31 11:53
조회
102

연재되는 필자의 주석책 「갈라디아서․에베소서」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우리에게 주신 자유를 굳게 지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고 한 바울은, 특히 여기서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2】[보라 나 바울은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가 만일 할례를 받으면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아무 유익이 없으리라]라고 하였다.

[보라 나 바울은 너희에게 말하노니]는 고린도후서 10:1, 에베소서 3:1, 골로새서 1:23, 데살로니가전서 2:18 등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사도로서의 권위”(W. Hendriksen, C. R. Erdman, 黑崎幸吉)와 “자신의 인격”(이상근)을 걸고 엄숙하게 강조하며 말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훅스타블(E. Huxtable)이 잘 설명하고 있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하는 자신의 인격과 관계된 신적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너희가 만일 할례를 받으면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아무 유익이 없으리라]는 것이다.

[너희가 만일 할례를 받으면]이란, 갈라디아 교인들이 아직 할례를 받지 않았으나(R. T. Stamm, S. J. Mikolaski, R. C. H. Lenski), 그들 중에 그렇게 하려는 경향이 강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E. D. Burton, R. T. Stamm). 동시에 그 말은 율법주의자들이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강요한 것이 바로 할례(2:3의 주석을 보라.)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렌스키(R. C. H. Lenski)에 의하면, “할례는 모든 유대교의 제도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요구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유대인의 ‘회당’➊과 연결된 모든 개종자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었다.”라고 한다. 사실상, 할례 그 자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헨리(M. Henry)는 “사도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단순히 할례뿐일 것이라든가, 또는 그의 의도가 할례 받은 사람은 아무도 그리스도의 덕을 보지 못한다고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구약의 모든 성자들도 할례를 받았고, 바울 자신도 디모데가 할례 받을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할례는 율법주의자들이 의미하는 할례, 즉 구원을 얻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로서의 할례인 것이다. 그들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행 15:1)라고 가르쳤다. 이 점에 대해 칼빈(J. Calvin)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바울은 외적인 외과적 행위나 의식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짓 사도들의 잘못된 교리인 할례를 받아야 구원받는다는 주장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바울은 구원의 필수 조건으로서 할례를 받는다면,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아무 유익이 없으리라]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께서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베푸신 모든 은혜와 그 모든 은혜를 은혜 되게 하는 십자가의 구속 은혜가 그들에게는 무익할 것이라는 뜻이다(1:13의 주석을 보라).

“구원에 있어서 율법과 은혜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다”(R. T. Stamm). 따라서 “인간에게는 다만 선택이 있을 따름이다. 율법이냐 은총이냐 둘 중의 하나요, 신앙이냐 행동이냐 둘 중의 하나요, 자기 의냐 하나님께서 주신 의냐 둘 중의 하나요, 할례냐 그리스도냐 둘 중의 하나이다”(C. R. Erdman).

그리스도교의 대진리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것이다. 이 복음 이외의 어떤 것이 구원 얻는 데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헛되게 하는 자요, 자멸하는 자이며, 다른 사람을 파멸케 하는 자이다.

바울은 할례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3】[내가 할례를 받는 각 사람에게 다시 증거하노니 그는 율법 전체를 행할 의무를 가진 자라]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증거하노니]에 대해서는 2절에 이어 다시 강조하여 증거하는 것이라는 설➋과 바울이 갈라디아에 있을 때에 증거한 것을 다시 강조하여 증거하는 것이라는 설➌이 있는데, 전자가 보다 더 적절하다.

여기서 “바울은 이미 할례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할례를 받으려는 모든 사람”(E. D. Burton)이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율법 전체를 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방인으로서 할례를 받지 않고 다만 유대의 종교에 찬성하는 자는 ‘문의 개종자’(proselytes of the gate)라 하여 지시된 율법의 일부를 지킬 의무가 있었고, 이와 달리 할례 받은 자는 ‘의의 개종자’(proslytes of righteousness)라 하여 율법 전체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黑崎幸吉). 그러나 앞서(2:17, 3:10, 11) 밝힌 대로 인간은 율법 전체를 완전하게 지킬 수 없으며, 따라서 율법을 행함으로 의롭게 되고자 하는 자들은 저주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3:10의 주석을 보라).

그러한 의미에서, 바울은 【4】[율법 안에서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하는 너희는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지고 은혜에서 떨어진 자로다]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이 구절의 두 동사는 부정 과거형으로 단번에 결정적으로 끊어지고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율법으로 의를 얻고자 하는 자들, 즉 자력에 의한 의를 추구하는 자들은 이미 그리스도의 모든 영향력으로부터 단절되었고, 따라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모든 하나님의 ‘은혜’(1:13의 주석을 보라.)에서 떨어져 나간 자인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버리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의를 추구함으로써, 즉 자기를 우상화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버렸고, 또한 그의 은혜를 거절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만큼 어리석고, 배은망덕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이스라엘에게서 발생했을 때, 주어진 경고의 말씀은, “그러한데 여수룬➍이 살찌매 발로 찼도다 네가 살찌고 부대하고 윤택하매 자기를 지으신 하나님을 버리며 자기를 구원하신 반석을 경홀히 여겼도다”(신 32:15)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속 은혜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과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는 것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율법 또는 선행에 의한 자기 의를 추구한다면, 그는 이미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깨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헨리(M. Henry)는 “그리스도는 자신을 유일한 구세주로 인정하고 의지하지 않으려는 자들에게는 구세주가 되시기를 원치 않으신다.”라고 하였다. 요한 역시 죄 가운데 있는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저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요 3:18)라고 하였다.

이제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특징에 대해, 【5】[우리가 성령으로 믿음을 좇아 의의 소망을 기다리노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란 4절의 “너희는”과 대조되는 것으로 강조적인 표현이다.➎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너희는”이란 할례나 율법 또는 행위에 의해 의롭다 하심을 얻으려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반면에 우리란 그리스도 안에 거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준 은혜 안에 계속 굳세게 서 있는 바울 자신과 갈라디아 교회의 참된 신자들을 비롯한 모든 그리스도인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믿는 자의 마음속에 내주하여 말과 행동을 자극하고 고취하시는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으로(3:2-5, 14, 4:6) 믿음을 좇아 의의 소망을 기다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령으로 말미암아 믿음(고전 12:3)에 의해 의의 소망을 기다린다는 뜻이다.➏

[의의 소망](엘피다 디카이오쉬네스, ἐλπίδα δικαιοσύνης)은 (1) 의에 속하는 소망(E. Huxtable), (2)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을 소망(J. Wesley, H. Alford, “H. A. W. Meyer”➐, (3) 의의 소망 곧 바라는 정의의 상태(“Zahn”,➑ 黑崎幸吉), (4) 의의 완성 또는 완전한 의에 대한 소망➒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는 (4)설을 취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이미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의해 의롭다 하심을 얻은 것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인해 하나님께서 믿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의이다(롬 3:12, 22, 26, 빌 3:9). 하나님에 의해 인간에게 주어진 의란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이다.➓ 이 선물은 과거에 주어진 것이거나 미래에 주어질 것이 아니라 현재에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루터(M. Luther)의 말대로 그 의는 아직 완전한 의에 이른 것이 아니다. 그 완전한 소유는 미래의 영역에 놓여지는 것이다(딤후 4:8). 다이스만(A. Deissmann)은 “우리는 칭의에 관한 바울의 사상에서 현재적 소유의 의식과 미래의 완전한 소유의 기대 사이의 역동적 긴장을 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문의 [의의 소망을 기다리노니]는 완전한 의의 실현, 즉 최종적인 하나님의 시인과 용납을 바라는 소망이 성취될 날을 기다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바울은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롬 8:24-25)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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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서와 주해서에서 인용할 경우에는, 해당 성구가 있으므로 저자의 이름만 밝혔음.
1) 최세창, 야고보서, 2:2의 주석을 보라.
2) J. B. Lightfoot, W. Hendriksen, H. Alford, 黑崎幸吉.
3) R. T. Stamm, R. C. H. Lenski, “Bursow, Vincent”(in 이상근).
4)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시적 표현.
5) M. Luther, E. D. Burton, C. R. Erdman, R. C. H. Lenski, 黑崎幸吉, 이상근.
6) M. Henry, R. C. H. Lenski, W. Hendriksen, E. Huxtable, AV.
7) in 黑崎幸吉.
8) 상동.
9) M. Luther, R. T. Stamm, R. C. H. Lenski, C. R. Erdman, 이상근.
10) J. S. Stewart, op. cit., pp. 243-244. J. Knox, op. cit., p. 157. H. A. A. Kennedy, op. cit., 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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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세창, 갈라디아서, 에베소서(서울: 글벗사, 2002, 2판 2쇄), pp. 215-220.

필자의 newrema.com(T. 426-3051)의 저서 및 역서 :
# 신약 주석(마~계, 1-15권)/ Salvation Before Jesus Came/ 바울의 인간 이해/ 바울의 열세 서신/ 예수 탄생 이전의 구원/ 우린 신유의 도구/ 다수의 논문들/ 난해 성구 사전 I, II권/ 설교집 36권/ 기타 다수
# 번역서 : 예수의 비유(W. Barclay 著)/ 야고보서(A. Barnes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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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31 11:55

    필자의 주석책에는 각주로 되었고, 주석되는 성경의 구절과 용어는 고딕으로 구분했는데, 이 인텨넷 화면에는
    그대로 표시되지 않으므로 각주를 미주로 바꿨고, 고딕을 부호 [ ]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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