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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남
작성일
2015-10-15 22:51
조회
767

-이경남

교회 뒷 담장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심겨져 있다
운치있는 토종 단감이 아니라
폼은 안나도 맛은 좋은 대감나무다
매년 4,5월이 되면 송충이가 창궐하고
7,8월이 되면 장마와 태풍으로
열매들이 다 떨어져
가을이 되어도 막상 거둘 것이
적었는데 올해는 전혀 다르다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한해 내내 가물고 태풍도 없다 보니
송충이도 없었고 열매들도 무성하다
오늘 새벽 기도 후
노랗게 익은 감들을 따기 시작하였는데
커다란 광주리 세 개를 가득 채워도
아직 나무에 달려 있는 것들이 많다
거둬진 감들이 아마
300개는 족히 될 것이다
인심은 쌀 뒤주에서 난다고
거둬진 것이 많다 보니
선심 한번 쓰고 싶은 마음이 공연히 발동된다
제일 먼저 마음이 가는 곳이 교회 바로 옆 집이다
담장을 마주하고 살면서 다소 마음이 상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그 마음을 떨궈내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은 박스에 가득 담아
그 집 대문 앞에 두었더니
마침 주인이 이를 보고
고마워 어쩔줄을 몰라 한다
두 번째는 가까운 빌라의 진용이네다
지하수 개발 업자인 진용이 아빠가 마침 아침 산책을 나왔는데
그에게도 한 박스 드리니 여간 기뻐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교회 뒤에 사는 조기자님이다
안양에 살던 부부가 우리 교회가 좋다고
이사까지 와서 청년 시절의 믿음을 다시 찾고
열심히 봉사까지하니 어찌 정이 안갈소냐?
겨우 내내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것
50여개를 주택에 올리고도
아직 100 여개도 더 남았는데
이건 내일 새벽 기도에 나오는 젊은 여집사님들의 몫이다
그러나 올해 이 풍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들만이 아니다
감나무에 올라 한참 감을 따는데
어디선지 까치 한 마리가 날라와
시끄럽게 울어 댄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들었는데 가만히
듣다 보니 이 까치란 놈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왜 자기 밥을 다 가져가느냐고
이것이 너희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간식이지만
자기에게는 없으면 죽는 주식이라고
더 나아가 목사라는 사람 마져 이 모양이면
자기같은 미물은 어찌 사느냐고 시위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더 이상 감을 따기가 어려웠다
마침 남아있는 감들도 나무 꼭대기에 달려 있으니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두고 내려왔다
아직 거두지 못한 수십여개의 감들을 보고
마침 출근하던 옆 집 주인이 한마디 거든다
아니 저 놈들은 어떻게 따지요?
그래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까치껍니다
아마 자기 몫으로 남겨진 수십개의 감들을 보며
아침부터 찾아와 신경질을 부리던 까치란 녀석이
그래도 이 목사놈은 좀 낫네 하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2015.10.16.



전체 3

  • 2015-10-16 09:20

    마음이 감.


    • 2015-10-16 10:42

      댓글이 댓방


  • 2015-10-16 22:07

    그래도 이 목사님은 좀 낫네 하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뻐하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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