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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작성자
최세창
작성일
2017-01-10 16:07
조회
2003
1. 시작하는 말

망서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 일을 해야 할지 저 일을 해야 할지, 일을 계속해야 할지 보류해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용서해야 할지 벌해야 할지 모른 척해야 할지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나아가야 할지 물러나야 할지 관망해야 할지 망설일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처할 때마다 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나, 보다 더 중요한 일이나, 보다 더 값진 일이나, 보다 더 유익하고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여 행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지혜란 언제 어디 어떤 상황에서나 필요한 덕입니다.

우리는 지혜가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판단 착오로 일을 그르쳐서 수십 년간 허덕거리고, 심지어 남들까지 평생 고생하게 하는 것을 보고 듣습니다. 잠언 1:32에는 어리석은 자의 퇴보는 자기를 죽이며 미련한 자의 안일은 자기를 멸망시킨다고 했습니다.

2. 파면 선고를 받은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로운 처신

어떤 부자가 자기 집의 재산 관리를 맡은 청지기가 자기 재산을 허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청지기는, 국세를 허비하고 횡령하는 일부 공기업 경영인들처럼, 악하고 불의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돈을 훔쳐 즐기는 동안에는 죄악의 낙에 도취되어 버리지만, 반드시 들통나게 마련입니다. 그 어떤 인간의 그 어떤 죄악도 무한정 자행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회개하고 믿어 구원받을 수 있도록 길이 참으시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심판의 손을 드십니다.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허비한다는 소문을 들은 부자 주인은 청지기를 불렀습니다. 주인은 먼저 청지기에게 재산 관리 사무를 청산하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도 화를 삭이지 못한 주인은 청지기의 보고를 듣기도 전에 청지기 사무를 계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종이 아니라 고용인이었던 청지기에게 파면 선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파면된 청지기는 속으로 말하기를,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꼬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라고 탄식했습니다. 죄악이 들통나서 파면된 불의한 청지기의 탄식을 통해서 우리는 그의 놀라운 장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놀라운 장점은 탁월한 판단력과 통찰력입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냉철한 판단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있었습니다. 비록 나쁜 짓을 한 불의한 청지기이지만, 남들에 비해 탁월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나 뇌물을 좋아하고, 권력을 이용한 부정 축재를 하는 판검사들이나 관료들이나 의원들도, 남들이나 남들의 일에 대해서는 잘 판단하면서도, 자신은 공복 의식이 아닌 특권 의식으로 무장하고,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합리화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감옥에 가기도 하고,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지기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않았고, 허황된 꿈을 꾸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과소평가하지도 않았고, 자괴심을 갖지도 않았습니다. 관리 사무직에만 종사해 온 자로서 막노동을 할 힘도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범죄한 주제에 주인에게 애걸하거나 떼를 쓰거나 할 형편도 못 된다는 겁니다.

불의한 청지기의 두 번째 장점은 상황 파악에 탁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고관대작이나 의원이나 공기업 경영자가 된 자신의 신분과 그 막중한 임무와 관련된 국가적 상황을 안다면, 어떻게 그토록 많은 뇌물을 주고받으며, 그토록 많은 검은 돈을 챙길 수가 있으며, 당리당략을 일삼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들을 볼 때, 그 청지기가 상황 판단이 탁월한 지혜자임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불의한 청지기의 세 번째 장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문화생활을 누리기는커녕, 생존 자체에 위기를 만났지만, 생을 포기하는 대신에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갈 궁리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어버리고, 또는 얻지 못해서 생을 포기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의한 청지기의 네 번째 장점은 민첩한 실천력입니다. 그는 정확한 판단을 한 후, 즉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청지기에게 드디어 묘안이 떠올랐고,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겼습니다. 그것은 주인에게 빚진 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청지기는 주인에게 빚진 자를 한 사람씩 불렀습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한꺼번에 부른 게 아닙니다. 그들 중에는 청지기에게 계약서에 서명해 주고 땅을 빌려서 사용한 후에 임대료를 못 낸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돈이나 양식 따위를 꾸어 쓰고 못 갚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청지기는 먼저 온 사람에게 자기 주인에게 얼마나 빚졌느냐고 물은 후에, 기름 백 말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증서에 오십으로 고쳐 쓰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다른 빚진 자가 밀 백 석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는 증서에 팔십으로 고쳐 쓰라고 했습니다.

이런 처리를 통해서 우리는 청지기의 다섯 번째 장점인 미래를 위한 대비를 볼 수 있습니다. 청지기의 미래를 위한 대비 역시 자기 생긴 대로 한 것입니다. 주인 모르게 또 은밀히 사기를 친 것이고, 빚진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응한 것이었습니다. 청지기는 또 범죄한 것이고, 빚진 자들은 범죄에 동참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엄청나고 기막힌 사실을 안 주인이, 그 청지기를 칭찬했다는 겁니다. 누구도 100% 미워하거나, 100% 미움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은 청지기의 불의한 행동과 사기 행각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지혜로운 처신을 칭찬한 것입니다. 청지기의 위기 대처 능력인 지혜로운 처리를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청지기의 불의와 도둑질과 사기 행각이 아니라, 그의 정확한 자기 이해와 상황 판단, 생에 대한 집념과 민첩한 처리 능력,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성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그의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인생에 지혜로운 처신보다 더 중요한 것도 별로 없습니다. 지혜로운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미련한 처신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지성인 중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통치자나 고관대작들이나 각 분야의 높은 사람들이, 지위를 악용하여 부정 축재를 하다가 어느 날 감옥에 들어가는 미련을 떨지 않습니까? 지식과 지혜는 절대로 병행하는 게 아닙니다.

결혼식을 마친 어느 신혼부부가 처갓집을 방문했습니다. 일가친척들과 가까운 이웃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습니다. 넓은 방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색시 옆에 앉아 있던 비슷한 연배의 사촌이 신랑을 향해 고갯짓을 하면서 색시에게 말했습니다. “신랑이 잘해 줬어. 신랑이 너한테 잘못하면 나한테 말해. 내가 그냥 안 둘 테니까.” 신부와 사촌 남매로 평소에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사이였기 때문에, 반농담조로 신랑에게 들으라고 말한 것입니다. 상황 판단에 둔한 그는, 얼굴이 굳은 채 침묵하고 있는 신랑을 보면서도, 색시의 몸을 툭툭 치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색시 역시 그런 사촌의 짓거리를 잘도 받아 주었습니다.

그럭저럭 잔치가 끝났고, 신랑과 신부가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부는 들뜬 기분으로 신랑의 팔짱을 끼고 걸었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신랑이 신부의 팔을 뿌리치면서 “너, 그놈하고 어떤 사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갖은 욕을 해 대면서 온몸에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해 댔습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 거의 평생을 의처증이 된 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로 살았고, 의심받는 첫 아이는 물론, 온 가족이 매를 맞으며 공포에 떨며 살았습니다.

잠언 18:6에는,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라고 하였고; 26:9에는, “미련한 자의 입의 잠언은 술 취한 자의 손에 든 가시나무 같으니라”라고 했습니다.

용기는 군인의 덕이지만, 자국민에게 무차별 총을 쏘아 대는 용기는 악덕입니다, 대개의 덕은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부덕이 되기도 하고 악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혜는 언제 어디 어떤 상황에서나 미덕입니다. 야고보서 1:5을 보면,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라고 했습니다.

3. 맺음말

비유를 마치신 예수님은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어둠의 주관자가 사단이기 때문에, 청지기로 대표되는 이 세대의 아들들인 불신자들이 자기 시대에서는 빛의 아들들인 믿는 자들보다 더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믿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물 자체가 불의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구원받아야 할 불의한 인간 세상에서 통용되는 재물이라는 뜻입니다. 불의의 재물 곧 세상의 재물을 사랑의 방편으로 삼아 믿음의 친구를 만들면 죽을 때에 그들이 영원한 처소인 천국으로 영접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빛의 자녀인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뛰어난 상황 판단,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민첩한 실천력, 그리고 내세에 대한 준비를 위해 기도하고, 말씀에 착념하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newrema.com의 저서들: 신약 전체 주석/ 난해 성구 사전 I, II권/ 예수 탄생 이전의 구원/ Salvation Before Jesus Came/ 바울의 인간 이해/ 바울의 열세 서신/ 우린 신유의 도구/ 눈솔 인터넷 선교/ 영성의 나눔 1, 2, 3, 4권/ 영성을 위한 한 쪽/ 설교집 25권/ 눈솔 예화집 I, II. (편저)/ 웃기는 이야기(편저).// 다수의 논문들 HP 010-6889-3051



전체 3

  • 2017-01-10 16:10

    (설교의 성경 본문: 누가복음 16:1-9)

    1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2주인이 저를 불러 가로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찜이뇨 네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사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3청지기가 속으로 이르되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꼬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4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이렇게 하면 직분을 빼앗긴 후에 저희가 나를 자기 집으로 영접하리라 하고 5주인에게 빚진 자를 낱낱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내 주인에게 얼마나 졌느뇨 6말하되 기름 백 말이니이다 가로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십이라 쓰라 하고 7또 다른 이에게 이르되 너는 얼마나 졌느뇨 가로되 밀 백 석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팔십이라 쓰라 하였는지라 8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9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


  • 2017-01-11 01:48

    말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7-01-11 09:50

    김정효 장로님, 필자의 설교를 잘 읽으시고 감사하신다고 하셔서 저 또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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