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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강가에서

작성자
이경남
작성일
2015-10-18 15:49
조회
632
아산만 강가에서
-이경남

아산만에 제방이 만들어지기까지
내가 걷는 이 강가는
하루에 두 번 조숫물이 드나들고
해수와 민물이 교차하며
온갖 물고기들이 뛰어 노는 생명의 보고였다
바닷 고기인 숭어 뱀장어 망둥어뿐 아니라
민물 고기인 잉어 붕어 가물치 메기에다
날렵한 피라미와 어른 손바닥만한 참게까지
사이좋게 동거하고
강변을 따라 길게 펼쳐진 갯벌은
미네랄이 가득 담겨 그 속에선
못생긴 갯망둥어 쌀게와 똥게들이 바글거리고
붉은 함초가 지천으로 자라는 생명의 땅이었다

그러나
강가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평야는
행여 가뭄이라도 들면 기근을 겪고
장마와 조숫물이 겹치면
물난리가 반복되는 가난의 땅이었다
보다 못한 통치자는
만을 막아 거대한 담수호로 만들고
이제 물 걱정이 없어진 주민들은
환호하며 칭송하지만
이 조급한 치적에는 문제 또한 따라온다
늘어나는 공장들과 미군기지 오폐수
거기다가 주변 도시에서 배출되는 생활 하수로
강과 호수는 급격히 오염되고
강물에선 악취가 진동하며
견디다 못한 물고기들도 죽어 떠다니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간다
오늘도 평택과 안성의 드넓은 평야를 가로 질러
안성천 진위천은 조용히 누워 있지만
그러나 이 강은 사람과 문명의 오폐수를 실어 나르는
더러운 하천일뿐
더 이상 비옥한 대지를 살리고
우리의 영혼에 감동을 주는 생명의 강이 아니다

어린 시절을 이 강가에서 자란
주름살 깊은 촌로는
이 강에서 뛰어 놀며 잡아 올리던
크고 작은 물고기와 바다 조개까지...
그 무후한 시절을 회상하다 이내 체념하지만
그것은 이제 돌이킬수 없는 아련한 추억일뿐인가?
나는 오늘도 안개 내린 새벽 강가를 거닐며
무리 지어 나르는 오리들과
무성하게 자란 억새들과 잡목들을 보고
또한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 소리를 듣고
때론 순한 고라니 가족이나
난폭한 삭을 만나 놀라기도 하지만
이미 하수 배출구로 변해버린 이 강을 바라보며 마음에 고통을 느낀다
이제 강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죽음의 웅덩이가 되어 버린
이 강을 다시 살리고 여기에 다시 생명이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가?

이 땅의 방백이여
땅을 사랑하여 아직도 그 곁을 지키며 사는 순박한 이들이여
이 아름다운 산하 그 대지와 강을 문명의 쓰레기로 더럽히고 죽여버린
우리들의 탐욕을 떨고
다시 이 강으로 맑게 구비쳐 흐르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이 대지가
태고의 순결함으로 회복되어
우리의 자녀들이 대대로 이 땅에 머무르며
사랑을 나누며 행복에 젖어있는 풍요로운 삶을 꿈꾸어 보지 않으려나?
높은 고성산 계곡을 막아
깨끗한 댐을 세워 안성 평택 평야에 물을 대고
아산만 둑을 헐어 다시 이 강에 조숫물이 드나들면
그 물길을 따라 저 먼 서해 바다의 물고기들이 다시 떼를 지어 몰려오고
갯벌에도 망둥이와 게들이 다시 춤을 추고
냇가에는 그 음흉한 가물치와 미꾸리들도 다시 살아나고
우리들은 다시 강물에 뛰어들거나
낚시를 던져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겠지
아마 우리들의 식탁도 풍성해 질거야...
그리고 거기에 황포 돛배마져 드나들면 더욱 좋겠지....

2015.10.18 주일 안개 낀 새벽 강가에서



전체 3

  • 2015-10-19 08:41

    울림 깊은 글,
    깊이 공감하며 덧글로 안부를 대신합니다.
    아마... 한번도 얼굴을 마주보며 대면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모르지요.
    혹 스쳐지나가며 얼핏 본 모습이 내 기억 한 구석에 한장의 스틸사진모양
    자리하고 있는 분일지도 모르지요.


  • 2015-10-19 08:52

    울림 = 우리.


  • 2015-10-19 09:39

    주 목사님 자게판을 통해 목사님의 늘 논리 정연하고 명확한 글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문제가 더 크다 보니 교단 문제에 대하여는 무관심합니다
    10년이 넘게 새벽 기도를 마친 후 평택 들판과 강가를 거닐며 묵상을 하는데 마음에 있는 것을 글로 한번 써 본것 뿐입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고 그리고 518 문제 거의 사실입니다 머쟎아 국가적으로 공론화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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