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21-02-05 21:21
조회
153
2박 3일

함창석

오늘 2월 2일 화요일이다. 지난해 12월과 1월은 너무 바빴다. 에세이집(만년, 노랑무궁화) 출간을 위하여 원고를 정리하고 출판사에 넘기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제야 멀리 남해안 지역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피한을 가는 날이다. 본래는 동해안쪽으로 일정을 잡았으나 아내가 목 디스크가 발생하여 치료 중이라 무리하게 여행을 할 수 없어서 지름길로 조정이 되었다. 참 아쉬운 여행이 될 것을 생각하니 섭섭하였지만 그래도 아내의 동의하에 출발을 하게 되어 마음이 편했다.

아내는 손자들을 돌보느라 고생이 되었겠지만 즐거운 마음이라며 늘 자랑하곤 하였다. 그러하지만 몸이 노화되어 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는지 많이 피곤해 하였기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로하는 여행계획이었다. 남해 쪽에는 아들 사돈이 통영시에 거주하고 있고 딸 사위가 창원시에 거주하고 있기에 여행 일정에 포함이 되었다. 첫날은 원주에서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제천, 안동, 대구, 창원, 통영까지 가게 되는 일정이다.

아내는 좀 힘들어하였지만 집에 있어도 마찬가지라며 잘 참고 있다. 동명휴게소에 들려 소변을 본 다음 잠시 쉬며 호두과자 한 봉지로 허기를 달랜다. 여행할 때 늘 그랬지만 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 먹는 재미가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휴게소는 한산하였다. 2시간 이상을 운전을 하면 피곤하기도 하여 쉬어야 한다. 10여분을 쉬고 다시 올라 통영을 향하고 있다. 본래 동해안으로 부산을 경유하여 거제도, 통영으로 가기로 하였기에 사돈댁에 먼저 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콘도도 잡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사돈댁에서 잠을 자기로 하였기에 푸르지오 아파트로 직접 갔다. 오후 5시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사돈 김 회장이 퇴근을 해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다.

안사돈은 요리전문가다. 음식솜씨가 뛰어나다. 석굴, 바다메기탕 등 통영 바닷가에서 먹는 음식은 새롭다. 맛도 있다. 년 중 한두 번은 이곳에 온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는 처음나들이다. 모이면 며느리 자랑을 꼭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아버지 입장에서 거들곤 한다. 인사치레는 아니다. 진심이 담겨 있다. 며느리는 남편을 도와 병원관리도 잘 하고 자녀들 양육에도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 특히 시어머니와 사이가 남다르게 좋다고 이웃들이 말한다.

내일은 입춘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첩(立春帖)을 써서 대문, 대들보 등에 붙이고 한해를 시작한다. 아내는 약을 들었지만 한 밤 중에는 매우 불편해 하였다. 걱정이 되었다. 아침 7시에 기상을 하여 식사를 하였다. 김 회장은 일찍 일어나 평소대로 헬스를 하고 돌아왔다. 참 자기관리를 잘한다. 2월 3일은 입춘인데 통영동원골프클럽에서 사돈들과 골프 일정이 정오 12시에 잡혀져 있다. 3개월 정도 골프를 제쳐두었기에 염려도 되었지만 겨울골프라는 게 다 그런 것이라 잘 쳐보겠다는 기대는 접고 있다.

김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였다가 10시 반에 집으로 나를 픽업하고 동반자들을 모시고 간다고 한다. 나는 좀 쉬고 있다가 연습장에 가서 30분 연습을 하려고 하였지만 꾀가 났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10시 30분이 되어 골프채와 가방을 옮겨 싣고 갔다. 가다가 통영에서 유명한 국밥집에 들려 한 그릇을 하고 골프장에 도착하였다. 한 분은 통영시의회의장을 지내신 분인데 골프로 건강관리를 할 만큼 자주 치신다고 한다. 나와는 띠 동갑이시다.

골프를 잘 치겠다는 희망을 갖고 시작하였지만 잘 맞지를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 동반하시는 분이 예전과는 다르다며 분발하시라고 위로하였다. 그렇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골프도 필드에 자주 나와 지세를 투자해야 한다. 3개월 만에 나와 잘 치겠다는 것은 도적놈 심보가 아닐까? 스스로 위로하였다. 평소에 돈내기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돈이 내 몫까지 내어 편으로 빼먹기를 하였다. 사돈과 한편이었는데 내가 타수가 안 나와 패하는 홀이 전반전에는 더 많았다. 후반전에는 비슷하였으니 그 나마 체면은 유지할 수 있었다.

골프가 끝나고 아내가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전화를 하였기에 여수 해남일정도 취소하고 방향을 바꾸어 창원 딸 사위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오후 7시에 창원에 도착하였다. 딸이 준비한 저녁으로 염소 탕을 맛있게 먹었다. 외손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피곤하여 쉬었다. 2월 4일은 원주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아내 치료가 먼저로 중요하기에 그렇다. 예전 같지 않게 은근히 겁이 나기도 한다.

아침에 벌써 사위는 엘지 회사 출근을 하였고 손자들은 학교, 학원을 갔다. 집에서 머물다가 점을 간단하게 김밥으로 때우고 오후 1시에 출발하였다. 오후 6시 전에 도착을 하면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달렸다. 안동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역시 호두과자는 두 봉지나 샀다. 다른 데는 모양이 호도가 많은데 안동휴게소 호두과자는 하회탈 모양이다. 그래서 탈을 씹어 먹고 있다. 기분이 남달랐다.

5시 30분에 원주에 도착하여 아들 후배가 원장으로 있는 다온 재활병원에 도착하였다. 나는 교회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쉬었다. 한 시간 가량 물리치료를 하여야 한다기에 기다렸다.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가시라고 하여 어머니한테도 전화하였느냐고 하니 치료중이라 안 받으신다고 하였다. 알았다고 하였다. 집에 가서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허락한 것이다. 한 시간이 되어 오후 6시 30분에 아내를 태우고 아들집에 도착하니 퇴근하는 아들과 같이 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손자 녀석들은 텔레비전을 보느라 인사도 제대로 안하였다. 집중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였지만 아쉽다.

나는 피곤하였기에 저녁을 먹고는 이내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잠을 청하였다. 아내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집에서 병원을 다닐 수 있기에 안도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당초 5박 6일의 일정에서 3박 4일로 줄더니 그만 2박 3일의 일정으로 2021년도 1차 휴식여행은 마치게 되니 섭섭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사돈들과 아들 내외 손자들과 딸 사위 외손자들과 이처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즐겁다. 하루가 고맙고 감사한 날이었다.



전체 3

  • 2021-02-08 07:55

    함창석 장로님
    이젠 정년퇴임을 하셨고 에세이집 출간도 끝났으니 아내분 목 디스크가 치료가 다 끝나면 2분 놀러도 자주 다니시고 여행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에세이집 출간이 되면 공지해 주십시요.


    • 2021-02-08 09:30

      고맙습니다.


  • 2021-02-05 21:29

    불청객
    不請客

    함창석

    청소년들 이마에
    불쑥불쑥
    찾아온 손님이시고

    등에도
    엉덩이에도
    찾아온 손님이시며

    해가 반짝이면
    고드름처럼
    사라지기 바라지만

    모낭 속에서
    생기는 피부병으로
    흔적을 남겼지

    이 땅 사람들
    청춘의 보석이라고
    말들은 잘하지만

    아들 같은 손자
    요즘 사춘기
    신경질이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