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설교 "편협한 태도에 대한 경고"를 오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작성자
이선희
작성일
2024-04-26 14:00
조회
90
존 웨슬리의 설교 “편협한 태도에 대한 경고”를 오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소위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을 가진 신학자들은 웨슬리의 이 설교의 이 구절(IV,4)을 하필이면 웨슬리의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의 증거로 제시하는 어이없는 경우들이 있어왔다. 예컨대 어느 신학대학의 모 교수님은 그 자신의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을 해명하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웨슬리는 귀신을 내쫓는 일(사회적 성결)을 위하여 교파와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 가톨릭교도나 아리우스파나 소시누스파를 가리지 않으며 유대인이나 이신론자나 모슬렘교도까지 포괄하여서 에큐메니칼 공동(협력) 전선을 형성하라고 외쳤습니다(Wesley, ‘편협한 신앙에 대한 경고’ A Caution against Bigotry).”[유동식, 『한국감리교회의 역사』1884-1992, vol.II(도서출판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1994), p.1139에서 중인]. 이 교수님의 이 주장이 맞는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웨슬리가 이 설교에서 말하고 있는 “귀신들을 내쫓는 것”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의 사역자들은 ... 귀신들을 내쫓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동반되어 있는 하나님의 능력으로써 이 죄인들을 회개로 인도한다. 이 회개는 모든 악으로부터 모든 선으로 바뀌는 전적인 외적 및 내적 변화이다. 이것이 건전한 의미에 있어서 ‘귀신들을 내쫓는 것’이다. ... 그 강한 자는 더 이상 자기의 집을 지킬 수가 없다. 그보다 더 강한 분이 그에게 임하셨고, 그를 내쫓으셨고, 그 집을 그의 소유로 삼으셨고, 그곳을 그의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탄의 힘은 끝난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이 마귀의 일을 멸하신다. 이제 이 죄인의 이해력이 빛을 비추어 주심을 받으며, 그의 가슴은 상냥하게 하나님께로 이끌림을 받는다. 그의 욕망들은 순화되며, 그의 정서들은 정화된다. 그는 성령으로 충만하여져서, 가슴에 있어서 거룩할 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거지에 있어서도 거룩해질 때까지, 은혜 안에서 자라난다.”(존 웨슬리, 설교 “편협한 태도에 대한 경고”, I,13).

여기서 웨슬리가 말하고 있는 “회개”라는 것은 “모든 악으로부터 모든 선으로 바뀌는 전적인 외적 및 내적 변화”라고 한 것을 볼 때, 이것은 그가 말하는 “믿음 전의 회개”, 즉 칭의은혜를 받기 전까지 회개은혜 단계에서 있는 회개가 아니라, 칭의은혜를 받을 때 이신칭의와 신생을 통하여 일어나는 내적 및 외적 변화, 즉 영혼과 삶의 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회개를 웨슬리는 “복음적 회개”(evangelical repentance)라고 부른다: “8. 회개는 두 종류가 있다; 율법적(legal) 회개라고 하는 것과 복음적(evangelical) 회개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자는 (여기서[마 3:8] 말하고 있는 그 회개인데) 죄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과 자백이다. 후자는 모든 죄로부터 모든 거룩으로의 가슴의 변화요 (따라서 삶의 변화)이다.”(존 웨슬리, 『신약성경주해』, 마 3:8). 이 복음적 회개에 대하여 설명함으로써 웨슬리는 여기서 이신칭의와 신생과 성화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의 사역자들은 성경이 말하는 이신칭의와 신생 및 성화의 복음을 가지고 “귀신들을 내쫓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교수님이 주장하는 대로 한다면, 웨슬리는 로마가톨릭교회, 아리우스파, 소시니안주의, 유대인, 이신론자, 모슬렘교도도 성경이 말하는 이신칭의와 신생과 성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봤다는 말인가? 위에 열거한 유대교나 이슬람교, 또는 가톨릭교회나 여러 이단파들은 바로 ‘행함 없이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칭의를 받는다’는 이신칭의 교리를 받아들일 수 없는 또는 근본적으로 왜곡하는(예컨대 로마가톨릭교회의 트리엔트공의회의 이신칭의론), 또는 실제로 거부하는 집단들인 것이다. “귀신을 내쫓는 일”, 즉 이신칭의의 복음을 전하여 듣고 믿는 자마다 이신칭의와 신생을 체험하며 성령의 내주하심을 받고 성화의 길을 간다는 성경의 핵심적인 구원의 진리를 가르친 웨슬리를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을 가르친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방관만 할 수 없는 심각한 왜곡이다.



(2) 이 설교 “편협한 태도에 대한 경고”, IV,4에서 웨슬리는 이렇게 쓰고 있다:

“만일 내가 교황주의자나 아리안주의자나 소치니안이 귀신을 내쫓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내가 그런 것을 본다고 한다면, 나는 내 자신이 편협한 태도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그를 금지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만일 내가 유대인이, 이신론자(deist)가, 터키인[이슬람교도]이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가정한다고 하면, 내가 그를 직접적으로든지 간접적으로든지 그를 금지시킬 경우, 그런 경우에도 나는 여전히 편협한 자보다 더 나을 것이 없을 것이다.”

이 구절에서 웨슬리가 쓴 영어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What if I were to see a Papist, an Arian, a Socinian casting out devils? If I did, I could not forbid even him without convicting myself of bigotry. Yea, If it could be supposed that I should see a Jew, a deist, or a Turk doing the same, were I to forbid him either directly or indirectly I should be no better than a bigot still.” 이 문장은 가정법 문장이다. 그것도 ‘if I were to ...’ 용법을 써서 실현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실을 안타깝다는 기분을 가지고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if it could be supposed ...’ 용법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내가 왕이라면, 그 법을 바꿀거야’(If I were a king, I would change the law)와 같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표현하는 가정법을 웨슬리는 여기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웨슬리는 이 문장을 가지고, 그 교수님이 주장하는 대로, 위에 열거한 잡다한 집단들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종교다원주의적 “에큐메니칼 공동(협력)전선을 형성하라고 외쳤”던 것이 아니라, 이신칭의와 신생과 성화의 복음을 외칠 수 없는, 그래서 ‘귀신을 내쫓을 수 없는’ 집단들의 현실을 안타까운 심경으로써 지적하면서, 만약 그들이 이신칭의와 신생과 성화를 가르치는 일이 만에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면서까지 웨슬리는 ‘귀신을 내쫓는 사람들’에 대하여, 즉 그리스도의 복음을 진실로 전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에 대한 편협한 태도를 버리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실제로 ‘귀신을 쫓아내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역자들을, 예컨대 웨슬리가 이 설교를 쓰던 당시 메도디스트의 평신도 설교자들을, 성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나 영국국교회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을 방해하는 영국국교회의 편협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웨슬리의 이 구절을 종교다원주의의 주장으로 오독하거나 왜곡하여 자신의 잘못된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하필이면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리를 끌어들여서 뒷받침하는 옳지 않은 방식은 적어도 성경과 웨슬리신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감리교회에서는 퇴출되어야 한다. WCC 문제나 NCCK 문제로 토론할 때 자신들의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나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웨슬리신학적으로 정당한 입장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웨슬리의 이 설교, 또는 그의 설교 “관용의 정신”을 거듭하여 오용하는 일은 이제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감리교인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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