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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작성자
이경남
작성일
2015-12-04 22:39
조회
761
겨울 산책
           -이경남
 
12월의 여섯 시는 아직도 밤이다
매일 새벽 기도회를 마치면  나는 결정을 해야 한다
3층 사택으로 올라가면 여전히 따스한 이불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편안이 아니라 불편을
안락이 아니라 고통을 선택해야 한다
폼나는 양복을 벗고 거친 잠바를 입고
날렵한 구두를 벗고 두터운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마지막으로 스키 장갑을 끼고 플라타나스 지팡이를 잡고
다시 어둡고
때론안개 자욱한 빈 들로 나가야 한다
아파트 앞 육교를 건너 효학동을 지나면
너른 들이 나오고 그 들을 지나면
내가 10년을 넘게 걷고 있는 강가가 나타난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진눈개비가 퍼붓더니
오늘 들판과 강변 갈대 위엔
 눈이불이 하얗게  덮혀 더욱 고요하다
그러나 아직 얼지 않은 강물 위의 오리들이
저렇게 투박한 목소리로 울어 대는 것은
아마 나를 못된 사냥꾼 쯤으로 알아 주의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이 강변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안성천과 진위천이 합수하는 두물 머리가 나오는데
이제부터 두 개의 천은 하나가 되어
제법 강같이 드넓은 폼새로 아산만을 향해 흘러 들어 간다
매일 새벽마다 이 어둔 강가에 휘몰아치는
강 바람은 참 매섭기도한데
행여 바람이 자는 날에는
한겨울 의 날씨가 되려 따스하고 푸근하다
아마 차디찬 공기의 자극에 익숙해져
생기를 더해가는 내 피부가 추위에 강해진 탓이리라
또 매일마다 아침은 동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이 들판에 찾아오는데
나는 이 경이로운 축복에 감격하며
심호흡하고
내 마음과 육체에 이 신선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매일 어둔 새벽마다
안락함에의 유혹을 떨치고
어둡고 차디찬 들판으로 향하는 것은
때론 고달픈 일이지만
그러나 이 시험을 이기고
어둠을 향하여 나가기 시작할 때
겨울은 내게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다
용감한 자에게 화는 도리어 복으로 변한다던가!
겨울은 되려
어둠을 헤치며 나아가 빛을 맞이하고
혹한 속에서도 삶에의 의지와 열정을 다시 점화하는
야성의 계절이 된다
또한 눈 덮힌 들판에 외로이 버려져 떨고 있는
농부들이 미처 거두지 못한
콩이며 팥이며 보배로운 열매들을 한움큼식 거두어 오는
기쁨도 있는
충만한 계절이 되기도 한다
 
                   2015.12.4. 눈 덮힌 강변을 거닐면서



전체 3

  • 2015-12-06 18:14

    어둠을 향하여 나가기 시작할 때
    겨울은 내게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다
    용감한 자에게 화는 도리어 복으로 변한다던가!
    \'겨울산책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5-12-06 21:34

      날씨도 춥고 세상도 추운 이 시절 제 마음을 다시 추스리는 심정으로 쓴 글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연로하신 중에도 이렇게 열정을 가지시고 사시는 모습이 아릅다우십니다


  • 2015-12-10 10:53

    에헤라 나도 산책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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