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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무사와 감리교회

작성자
장광호
작성일
2018-12-07 21:52
조회
1490
박영규 목사님의 12.7일자 글 ‘후임자를 헐뜯는 글을 써주면 1억5천만원 주겠다.’는 글에
오용석님께서 이런 답글을 쓰셨습니다.

“감독 문제를 북한과 연계하여 물타기하는 능력이 탁월하십니다. 1억 5천에 비방글 알바라... 이명박근혜의 국정원과 <기무사>에서 했던 그 짓을?”

여기서 <기무사>가 거론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겪은 아픔과 수모와 심판을 
우리 감리교회의 앞날과 연관시켜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유는 우리의 앞날이 그들처럼 심히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오늘 마침 이재* 전 기무사령관이 재임당시 ‘세월호 가족들을 사찰을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투신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인생이든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있겠습니까? 
어떤 죽음이든 허망하지 않은 죽음이 있으리요만은 참으로 허망한 죽음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기무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기무사는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대입니다. 
방첩대, 보안사라는 이름으로 한국현대사에서 수십 년간 유지된 군부정권의 핵심으로 
과거 화려한 명성(?)을 자랑했던 부대였습니다.

저는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에 1984년 10월에 차출되어 1999.6.30.까지 거의 15년 가까이를 핵심부서의 장교로 근무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전역한 뒤 바로 신학공부를 했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전역 후 하나님께서는 제게 당시 알던 모든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라고 하셔서 참으로 외롭고 고독하게 지냈습니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지만 그래도 순종했습니다.
이제사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 막강했던 무소불위의 권력부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그 핵심은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지금 감리교회의 사태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20년 전의 기무사 상태가 데자뷔처럼 너무나도 흡사해 보입니다.

제가 진급 심사에 들어갈 당시 진급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함께 ‘부대발전에 대한 제언’을 써내라고 할 때 저는 두 가지를 써냈습니다.

‘상하언로 개방’과 ‘진급을 똑바로 시켜라’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건의는 항명으로 비쳐졌는지 제 진급은 무산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생각하기로는 거의 예스맨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들은 상사의 잘못된 지시에도 ‘아닙니다’라고 할 줄 모르는 이들이었습니다.
모든 잘못을 알고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뒤 저는 소명을 받고 부대를 떠났고, 그 후의 사정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된 동료들과 후배들의 진급 소식에 의하면 역시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절대로 개인적으로 그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겁니다. 

제가 보는 견지에서 
부대가 해체된 결정적인 이유는 하지 말아야할 ‘쿠데타 계획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것을 담당하는 부서의 실무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쿠데타를 방지하는 문건을 만드는 것’이 주 임무이고,
‘쿠데타를 위해 병력을 동원하는 문건을 만드는 것’은 엄염한 불법입니다.

그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부대는 
잘못된 대통령이 실어주는 그 힘을 자제하지 못한 채 조금 씩 조금 씩 불법을 행하다가
결국 정말 치욕스러운 오명 즉, 
'쿠데타를 일으킨 부대 = 역적'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진 채 사라졌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냐 한다면,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구성원 모두의 잘못이었다> 라고.

오늘 투신자살한 지휘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대통령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그 밑의 부하들은 비록 지휘관이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아와서 잘못된 하명을 하더라도 
‘사령관님 이것은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지금 쿠데타 문건 작성 관련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은 
출신은 다르지만 함께 근무했던 제 후배들이고, 또 제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분명하게 ‘노’했어야 했으나 
오랜 동안 몸에 배인 예스맨의 기질로 인해
바른 처신을 하지 못한 결과로 정권을 빼앗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상관이 수모스럽게도 오늘 투신자살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또 한 명인 조현* 사령관을 구속과 처벌을 면하기 위한 미국행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겠금 만들었습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금 우리 감리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들에 대해 남의 일처럼 대하는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20년 전에 하던 그들의 모습과도 너무 흡사하다는 것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리 구성원들이 소리쳐도 응답하지 않는 지도자들!

상하언로가 꽉 막힌 겁니다.

자격없는 자들이, 무능한 자들이
지도자 자리를 점령하고 있는 감리교회.

이들을 보고도 당연한 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한

미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그들 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고 있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말입니다.



전체 21

  • 2018-12-07 22:01

    제게는 기무사가 해체된 날만큼이나
    충격적인 날입니다.


  • 2018-12-07 22:45

    기무사라면,
    80년대 초반, 5공이 권력을 장악하고 기무사를 통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 그 시절에
    군인교회 예배 시간에 새파란 기무사 중사가 들어와 설교를 체크하고, 군목사무실에 무례하게 들어와
    ‘왜 설교를 그렇게 했느냐’시비를 벌였던 그 끔찍한 세월을 견뎌냈기에 그때의 분노가 아직도 남아있다오
    그런 중에도 기무사요원이 오면 준비해ㅡ놓고 있던 돈봉투 찔러주던 군목들만 진급하더군요


    • 2018-12-07 23:05

      원래 군정보기관은 3국시대에서도 존재하던 중요한 조직이었습니다.

      지적하신 그런 일들은
      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었지요.

      그 조직에서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
      그들은 잘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일부가 그럴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크게 보이고
      조직을 망치게 합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정말 묵묵히 소명에 충실하지만 소수의 문제아들이 그렇게
      큰 데미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무사가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그 지도부가 외압을 막아낼
      만한 기백이 없었고
      역사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대를 통찰하는 눈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아닌 피해자를 바라 보았을 겁니다.

      결국은 자질과 능력의 부족인 것이지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2018-12-08 12:13

      그런 중에도 기무사요원이 오면 준비해ㅡ놓고 있던 돈봉투 찔러주던 군목들만 진급하더군요 라고 하셨는데 꼭,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경험상 소위 가라(가짜) 통계보고입니다. 90년 대 초 11사단 모 연대에서 군종병으로있는 동안 거쳐간 군종목사들 중 장기 복무하는 군종목사들은 교단을 막론하고 자신의 진급과 후원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숫자를 부풀려 보고하게 했습니다. 과연 기무사에서 요구했을까요? 황금어장이라는 허울만 좋은 그곳에서 초코파이와 탄산음료로 거룩한 세례와 거래합니다. 타종교에 밀리면 안 된다는 밥그릇 경쟁과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에 이미 찌든 군종목사들로 인해 싸구려 복음으로 전락하는 현실에서 좌절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소명의식과 소신을 가진 이들도 있겠지요. A Few Good Men.


      • 2018-12-08 14:25

        저도 86-87년에 11사단 보안부대에서 근무한 바 있습니다. 지적하신 이 부분은 다음에 쓰게 될 글에서 언급될 때 토론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2018-12-08 15:17

          나는 그 때쯤에 11사단 군종참모였던 것 같은데... 사단장 장성득


          • 2018-12-08 15:55

            그러셨군요.
            저는 아마도 전임자일 때 같습니다. 아마도 이중형 사단장인가 할 때 같습니다.
            그 때는 제가 믿지 않을 때라서 목사님들을 목사님이라 부르지 않고 군종장교라고만 불렀습니다.
            굉장히 더 교만할 때입니다. ㅎㅎ


          • 2018-12-08 16:21

            빙고! 처음 님을 연대교회에서 봤던 날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감히 일개 군종병이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젠틀하고 핸썸해 보였던 말똥가리 군종참모. 감리교 목사라는 걸 몰랐다가 감게를 통해 알게 되었고 심지어 ...


  • 2018-12-08 07:04

    진심으로 두 장목사님 장하십니다. 그런데 남연회는 설마 설마하고 있네요.


    • 2018-12-08 09:33

      과찬이십니다.
      다만 사실을 기록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자는 것일 뿐입니다.


  • 2018-12-08 08:37

    전두환시절의 기무사는 한 마디로 무소불위, 총체적 부패의 극치였다고 느끼오.


    • 2018-12-08 09:25

      목사님의 지적대로
      하면 안 되는 일들을 저질렀고,

      그에 따라 이번에 사라지는 현실에서의 심판과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감리교회도 지금 상황대로 가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2018-12-08 08:38

    기무사출신으로서 세류에 휩쓸리지 않았던
    장광호 목사님이 당시 경험한대로 잘 공개 하셨네요.
    그리고 곧 감리회 오늘날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요!

    저도 80년대초 모 공기업 근무시 곧참 선배들과
    상사들이 업자들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것을
    수차례 보았고(물론 나에게도 업자들이 잘 봐달라고
    돈을 넣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나 거부)
    사회가 이런 곳이구나!를 어깨 너머로 보면서 올곧은
    젊은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목회에 이어져 오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지적하신대로 어떻게 된 건지
    그 때 이미 사회는 뇌물 받은 자들은 조사해 개혁 대상에
    포함되어 회사를 떠나게 되었건만 오래전부터 감리회안에
    제법 목회 연한이 있는 동년배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그런 수 십 년 전의 비리와 부패가 버젓이 '불편한 진실'이
    되어 있는데도 이것을 탐내고 조장하고 묵인하는 일이
    팽배해 있고 한 마디로 체념수준입니다.

    그때마다 이게 정말 목회자의 세계가 맞는가? 수긍하기에는
    아직도 딴 세상에 있는 것만 같고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누가 개혁의 주체이고, 개혁의 대상인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더욱이 그런 이들이 감리회 지도자라고
    자리를 탐낸 나머지 여전히 금력이 통하고,
    만인이 아는 음행하나 처리하지 못한 채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감리회 법으로 애초부터 아웃시키지도 못하고서
    이제 와서 교회법 운운하며 금력앞에 제재(制裁)할 수 없는
    한계성에 기대 걸고 있는지...

    그러기에 어부지리로 권모술수 능한 자가
    지도자로 자처하고 목을 내 밀고 있는 기막힌 현실에
    차마 목불인견의 심정을 연일 멈출 수 없는 거죠.

    따라서 게시판에서라도 목사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팔 수 없다는 최소한의
    깨어있는 분들이 피맺힌 절규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기에 말입니다.


    • 2018-12-08 09:31

      먼저 민목사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역사 속에서 부끄러운 죄인의 반열에서 저를 빨리 끌어내주시고 여기까지 오게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이야기가 발전한 상황이라서
      참회하는 심정으로, 감리교회의 앞날을 위해
      기무사의 과거와 제 삶 그리고 감리교회의 현실을 엮어서 몇 편의 글을 써 보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감동으로 ....


  • 2018-12-08 10:24

    장목사님이 기무사에서 익힌 정보 분석력이 이외의 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모든 일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


    • 2018-12-08 14:26

      목사님!
      그저 짧은 단견에 불과합니다.


  • 2018-12-08 12:13

    결코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감리교회를 사랑하시기에
    적절한 시기애 적절한 일꾼으로 부르신 것이지요.

    목회를 하면서, 이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있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졸필을 들기도 합니다.

    함께 맡겨진 짐을 짊어져야 할텐데,
    이 일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 좋을텐데,

    주님께는 순종하는 소수만 있어도 되겠지요?


    • 2018-12-08 14:17

      과찬이십니다.
      저는 단지 순종하는 심정으로 섰을 뿐입니다.
      하루빨리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 2018-12-08 13:20

    두 장목사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저 자신도 반성하지만 두 목사님들은 잘못하신것이 없으시고
    군과 시류가 잘못됫다고 하시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군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어찌 자럴수있나싶어 몇자 적어봅니다.


    • 2018-12-08 14:14

      목사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앞의 몇 개 글에서 제 부끄러운 과거와, 아픔 등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잠시 언급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답글이 달리는 것을 계기로
      저의 참회와 함께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본 감리교회 사태의 해결을 위한 지혜와 교훈을 얻겠다는 글을 이미 올렸습니다. 다음번 글 '부끄러운 과거들과 새일들(1)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들만의, 그리고 시류만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20년전에 떠나온 저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저의 시각과 해석을 피력한 것 뿐입니다.


  • 2018-12-08 15:21

    저 자신의 공과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당시 기무부대의 야수성을 고발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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