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이 며느리를 어찌할꼬?

작성자
장병선
작성일
2012-07-01 17:20
조회
1262
* 요즘 며느리들, 머리가 커져 전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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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전 교회 다니기 싫다고요
등록 : 2012.03.30 21:25
  
[토요판] 가족
종교의 자유를 허하라
오 주여, 그들의 전도가
폭력임을 깨닫게 하소서
우리나라 사람 둘 중 하나(53%)는 종교를 갖고 있대요. 통계청 집계입니다. 달리 말하면, 둘 중 한 사람은 종교가 없다는 얘기도 되죠. 그런데 집이나 학교, 심지어 직장에서까지 종교를 ‘강요’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다, 너를 위해서’라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겐 그 얘기, 잘 안 들어와요. 되레 호감이 거부감으로, 혐오감으로 바뀌기 십상이죠. 종교 문제, 개인의 선택에 맡겨주면 안 될까요. 종교가 매력적이라면 믿고 싶은 사람, 절로 늘지 않을까요?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뭘 해줘도 잘 먹어서 좋아.” 회사 동료들은 말한다. “○○○씨, 특별히 까탈스러운 거 없잖아?” 친구들은 권한다. “○○○야, 너 이거 시켜서 나랑 같이 먹자.” 다른 ‘증언’이나 ‘증거’들을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다. 내가 까탈스럽지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증거.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모 손에 이끌려 간 교회에서 쏟아지는 성탄절 선물에 기뻐해 본 추억이 있고, 불심이 두터우신 할머니 뜻에 따라 절이 주관하는 캠프에 참여해 향 내음에 편안해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내 발로 성당을 찾아가게 됐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친한 친구들이 식사 전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꽤 멋져 보여 따라갔던 측면이 크다.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다양한 종교를 맛본(?) 덕에 나에게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결혼한 지 3년 뒤, 새벽기도 한 번 거른 적 없는 시어머니와 해로하시면서도 예배당에 발 한 번 들여놓으신 적 없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말이다.

‘은근한’ 전도는 시아버님이 중환자실에 계실 때부터 시작됐다. 의식이 없으신 아버님 손을 꼭 붙잡고 깨어나시라 찬송가를 부르시는 어머님이 어찌나 짠해 보이던지 나도 보탬이 될까 싶어 따라 불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버님을 고이 보내드려야 했던 그 봄의 어느 날, 어머님께선 환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애기, 너 나랑 같이 교회 가자. 어쩌면 찬송가를 그렇게 잘 부르니.” 교회를 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터라 “저도 성당 다니면서 불렀던 건데요”라며 슬쩍 넘겼다.

그러나 곧 ‘공세’가 본격화됐다. 혼자 남으신 어머님께 효도하는 길은 우리 부부가 교회를 다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족모임에 초대된 어머님 교회의 목사는 “남겨진 시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으면 교회를 다녀야 한다”며 우리를 불효자 취급했다. 전도사였던 시누이 남편은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외식 자리에서 “이제 교회를 다니셔야 합니다!” 침을 튀기며 웅변을 해댔다. 시이모님들도 동참하셨다. 시누이 남편이 경기도 외곽에 개척교회를 열던 날, 온 시가 식구가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계속되는 강권에 지친 나로서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눈 껌뻑하며 신호 보내는 남편도 있고 해서 가만히 앉아나 있자 했다. 예배가 순조롭게 흘러가는가 했는데, 갑자기 연단에 서신 셋째 시이모님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치시는 게 아닌가! “△△△네 부부가 교회 다니게 해주시옵소서!!” 이때부터였다. 이들이 ‘폭력적’이라고 느끼게 된 것은….

나는 시종일관 “사람이 어떻게 누가 믿으라고 해서 믿을 수 있느냐” “종교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충분히, 분명히 표현해 왔다. 그런데 이들의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너무 좋다”는 것이다. “뭐가 좋으냐”고 하면 “믿으면 모든 게 다 잘된다”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면 “안 믿어봐서 모른다. 일단 믿어보라”고만 했다. 너무나 억지스러워 대화하는 게 짜증이 났다. 일관되게, 딱 부러지게 거절했지만 이들은 포기를 몰랐다. 고통스러웠던 나는 이렇게도 호소해봤다. “전도 안 하고 가만히 둬 주시면 제 발로 교회 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회 갈지도 모른다’는 말에만 방점을 찍고, 내가 잊을 만하면 기회를 엿봐 잽을 날렸다. ‘약속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하면, ‘어떤 교회에서 만나자’는 말로 시작해, 교회가 추진하는 봉사활동에 대한 자랑, 교인의 자녀가 잘된 사례 등을 읊어댔다.

믿는 게 효도다, 일단 믿어보라
믿는 사람들만 부자 된다…

딸이 태어나니 “안수기도 받으라”
찬송가를 불러주시는 어머니
당신들만의 만병통치약
날 병들게 하는 걸 아시나요

좋은 사례들만 줄줄이 열거하는 데 그쳤다면 ‘세뇌’당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해보려고 할 때마다 “성경에 흑인은 미개하다고 나와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부자 된다” “부산에 물난리가 나고 큰 화재가 난 것은 절에 다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들로 ‘공들인 탑’을 그들 스스로 무너뜨리곤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일관되게 무시하며 편협하기조차 한 이들이 권하는 걸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이젠 ‘그 종교’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 ‘은혜’ ‘찬양’ ‘믿음’ 등 아름다운 단어들도, 그들이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싫은 지경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절친’에게 “내가 이상한 거냐”고 물었다. 친구는 딱 잘라 말했다. “시댁의 전도 방식이 잘못됐다”고.

하지만 우리 시가 식구들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 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어머니나 개척교회를 운영하는 시누이네의 삶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 생활 속에서 소위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어머님의 팍팍한 인생사에서 종교가 큰 버팀목이 됐음도 잘 안다. 그러나 그들 ‘덕분에’ 이제 나는 그들의 선행조차 전도를 위한 미끼라고 강력히 의심하는 지경이 됐다.

이런 강권·세뇌가 판단력이 약한 나의 어린 딸을 향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시어머니는 목사에게 안수 기도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제가 안 믿는데 왜요?” 좋게 받아쳤다. 그랬더니 밑도 끝도 없이 “그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셨다. ‘나로도 모자라 내 딸인가’ 싶었다. “한 번만 더 강요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랬더니 이제는 나 없을 때를 틈타 아기에게 찬송가를 불러 주신다. 성경에, 찬송가 책에, 내가 자리를 비운 우리 집은 어머님 세상이더라는 ‘목격자’(아기 돌봐주시는 분)들의 ‘증언’이 쇄도한다.

이런 상황을 끝내보고자 남편한테 슬쩍 운을 뗐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신의 어머니인데다, 본인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열렬히 교회를 다녔기 때문일 터다. 외려 “당신이 싫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대충 넘기면 되지 뭘 일일이 반응을 하느냐”는 식이다. 지레 걱정이지만 ‘만약에, 만약에 내 딸이나 남편이 이 종교를 갖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나도 그들에게 강권할 것 같다. 제발 믿지 말라고. 내가 이렇게 된 데는 시가 식구들, 소위 ‘믿는 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의 전도에 ‘배려’가 없었기에, 타인은 이를 ‘폭력’으로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 믿으면 부자 되고, 믿으면 자식도 잘되고, 믿으면 물난리도 안 겪는다는 당신들만의 ‘만병통치약’이 내게는 매우 아픈 ‘몽둥이’일 뿐이다.

종교의 자유를 갈망하는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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