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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콘서트 기(記)(크리스챤연합신문 기고칼럼⑤)

작성자
고병국
작성일
2015-12-29 16:48
조회
1801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모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고향, 같은 학교 끼리 모여서, 때로는 세를 과시하기도 하고, 어떤 동질감을 느끼며 소속감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데 고향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면서, 모여서 동질감을 가지려고 하는 것들로는 흔히 동호회라 하는 모임이 있다. 무슨 축구동호회, 등산동호회, 영화감상동호회 등이 있다. 그런 동호회 성격의 모임 가운데, 그래도 괜찮은 동호회는 아마 독서 동호회일 것이다.
독서 동호회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모이는 것이다. 나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 주변에 책이라는 매개로 모이는 동호회를 보면 무심코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것도, 목사라는 신분으로 책읽기를 꾸준하게 하고, 모이는 모임은, 더군다나 관심이 많다. 내가 속한 감리교회 공동체의 조직인, 강동지방에는 약40여명의 목사들이 있다. 연령들도 다양하고 ,취미도 다양한 목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지방 안에 몇몇 목사들이, 매주 한번 책을 읽고 함께 나눔을 한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연령층은 비교적 젊은이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남자3명, 여자1명이 모인다. 그들이 지난 1년을 결산하며, 지금까지 함께 읽고 나누었던 책을, 지인들을 초청해서 작은 북 콘서트를 한다며, 초대장을 보내왔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지난 12월19일 토요일 늦은 오후에 다녀왔다. 회원 목사 중 한 분의 교회에서 모였다. 초대되어 앉은 사람은 20명 남짓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북 콘서트를 참석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를 가지고 참관을 하였다.

그 날의 북 콘서트는 작은 음악회와 같았다. 두 명은 기타, 한 명은 이름을 잘 모르지만, 손바닥으로 치는 북 을 가지고, 4명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하모니가 잘 어울렸다. 그들의 노래는 부담을 덜어주고 흥을 돋고 함께 따라 부르게 할 만큼 좋았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인상 깊었던 책 한권을 선정해, 소개와 더불어 느꼈던 것을, 한 사람씩 나누었다. 그때 소개한 책은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헨리 나우웬의 「아담」,랭던 길키의 「산둥 수용소」,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이었다. 한 사람씩 책 소개를 하는 시간에, 어떤 목사는 한 동안 이야기를 이어가지를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도 있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책 소개가 다 마치고 이제는 청중들과 소통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책 소개를 할 때, 내용 중에서 문제를 내어 답을 맞으면, 선물로 책을 한 권 주었다. 역시 북 콘서트라서 그런지 선물도 책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합창을 할 수 있는 노래를 하며 마무리를 한 후,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작은 수의 모임이지만 참으로 의미 있는 북 콘서트였다. 그들 중의 리더 격인 목사의 멘트가 여운을 남긴다. 이런 작은 북 콘서트들이 우리주변에도 많아 졌으면....

이런 책을 매개로 모이는 모임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모임이 둘이 있다. 하나는 다산 정약용이 중심이 되어 모였던 죽란시사회이다. 다산시문집 13권 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의 기록을 보자.“그리하여 우리보다 4년 많은 사람으로부터 우리보다 4년 적은 사람까지만 모임을 가졌더니, 모두 15인이었다.”고 했으며, 채제공은 이 소식을 듣고 감탄하여“훌륭하다, 이 모임이여! 내가 젊었을 때에 어찌 이런 모임이 있을 수 있었으랴. 이는 모두 우리 성상께서 20년 동안 선비를 기르고 성취시키신 효과이다. 한갓 곤드레만드레하여 떠드는 것만 일삼지 말라.”했다. 또 다른 모임은 천수경,장흔(1759-1828) 등 13명이 중심이 된 송석원시사이다. 이이엄집 제11권 서옥계사수계첩발(書玉溪社修禊帖後)을 보자.“장기나 바둑으로 사귀는 것은 하루를 가지 못하고, 술과 여색으로 사귀는 것은 한 달을 가지 못하며, 권세와 이익으로 사귀는 것도 한해를 넘지 못한다. 오로지 문학으로 사귀는 것만이 영원하다(惟文學之交可以永世)”. 점점 책을 멀리하는 세태이다. 2016년은 책을 매개로 모이는 모임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미래가 밝다. 작지만 의미 있는 북 콘서트가 여기저기서 생성되기를 바란다.(고병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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