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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작성자
홍성호
작성일
2016-11-07 08:49
조회
1397
10년 전인 2006년!
동대문교회 담임목사 대행을 하던 때로 참 많은 장례 집례를 했던 해인데, 이 때 잊을 수 없는 이O웅 성도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O웅 성도는 38~39세 정도의 미혼 남성이었고 늘 눈가에 눈물이 촉촉했던 수줍은 소년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O웅 성도가 쓰러졌단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보니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뇌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의 회복을 위해 가족과 온 교인들이 많은 날을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국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살아있을 때 장기기증 및 시신 기증을 했었기에 사망 직후 급히 예배를 드려야만 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두고 오열하는 부모님께 뭐라고 위로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단지 젊은 사람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니라 이 아들은 부모에게 매우 귀한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O웅 성도는 1988년 1월 군복무 중 내무반에서 동료 병사와 다툼 중에 3명을 총으로 쏴 그들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이후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 복역을 하며 인생을 포기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살인자 꼬리표가 뒤따르는 아들을 위해 교도소와 교회를 오가며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O웅 성도는 믿음이 생기고 희망을 품으며 공부를 시작했고 독학사(영어영문학사) 학위에 이어 정보처리산업기사 등 자격증도 몇 개 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귀휴를 마친 후 2003년 3월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 응용생물학과 3학년 편입학 시험에 합격을 했는데 이 때부터 그는 의대에 진학해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큰 꿈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자신의 죄를 씻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거룩한 의식! 소명 같은 것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무기수로 복역 중 여러 학위를 가지고 편입학까지 한 것도 놀라운데 언제 가능할지 모를 가석방 후 의대 진학의 꿈을 가졌다는 것은 경외심을 가지게 할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꿈을 가지고 있던 이O웅 성도는 2005년 말 정말 기적처럼 가석방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것은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함께 기도했던 교인들 역시 기뻐했습니다. 군대에 가면 3년만에 돌아올 아들이 한 순간의 돌이킬 수 없는 죄로 갇혔있다 19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 다시 살아온 아들 어찌 기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죽었다 살아온 아들이 영문도 모른채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져 죽음을 앞두고 있다니 부모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습니까? 뇌사 상태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모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전히 움직인다, 19년 동안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제가 돌려주셨는데 이렇게 하나님이 다시 데려가실리가 없다며 울먹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모는 데려가시려면 진작 데려가시고 다시 돌려주시지 말지 왜 하나님 이렇게 하시느냐고 주저 앉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품에 돌아온 아들이 1년도 되지 않아 영영 부모의 곁을 떠난 상황에서 장례를 집레하는 저로서는 어떤 위로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고백은 이것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슬프지만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이O웅 성도의 삶은 어찌보면 덤의 인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동료 병사 3명을 죽인 이후로 그의 삶은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머니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게 하셨고
19년 만에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10년이 지난 일을 떠올리며 지난 종교개혁주일예배 설교 시간에 이 사건을 저는 소개하며 그 때 하지 못했던 고백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은, 공의와 정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O웅 성도는 동료 병사 3명을 죽인 살인범이자 무기수였습니다.
군대 보낸 자식이 동료 병사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는 말도 안되는 사실을...
세 명 병사의 부모들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살인자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가당치도 않을 일이라고 여길지 모릅니다.
저는 짧은 시간 동안 알고 있단 이유만으로... 팔이 당연히 안으로 굽는다는 식으로...
이O웅 성도와 부모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무기수로서 인생을 자포자기 했던 이O웅 성도는
정말 하나님 안에서 죽었기에 어미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짧게 함께 있게 하시다가 다시 데려가셨습니다.
의사가 되어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없게는 하셨지만 자신의 몸을 드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2006년 이O웅 성도의 죽음과 장례는 담임목사 대행 중이었던 제게 큰 고민을 하게 했고 최선을 다해 기적을 맛볼 정도로 붙들어야 할 것도 있지만 내 욕심으로 더 이상의 희망을 품지 않고 포기하는 것도 큰 기적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로님들께 제가 감당해야 할 사역의 시기를 미리 발표했고 그 해 12월 초 담임목사님이 교회로 돌아오신 때를 맞추어 다음 사역지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자진 사임을 했었습니다.

10년전 일을 다시 떠올리며 고민하게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지방과 연회 내에서 얽히고 섥힌 지난 일을 뒤돌아보며 여전히 진통 중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붙잡아야 할지 놓아버려야 할지 골몰하는 탓도 있습니다. 제가 섬겼던 두 교회(주문진, 동대문)가 여전히 법적 진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매우 안타깝고 도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에 그저 멀리서나마 기도할 뿐이지만 남 일 같지 않아 구경꾼 같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성난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야가 최선인지, 새 대통령 선거가 최선인지, 거국내각 구성이 최선인지,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그 선택이 참 어렵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찌 할 것인지? 내게는 답이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하고 개인의 이득만을 생각할 것이나 좀 더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할 것 아닌가 싶습니다. 떠날 때 박수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좋겠지만, 그 때조차 놓치면 떠날 때 지탄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언제까지 붙들어야 할지? 놓아야 할지? 선택은 당사자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전체 3

  • 2016-11-07 09:18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그러기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나라의 운명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습니다.
    신앙인들이 무릎꿇고 기도해야 할것입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해야 할것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이런 구호와 현수막을 보면서 가슴 섬뜩해 집니다 누군가가 선동했다고 우려됩니다..........


  • 2016-11-07 09:40

    맞습니다.
    제대로된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력의 지도자는 나아갈때와 멈출때와 물러날때를 잘 판단합니다.
    과거의 이대통령은 그래도 마지막엔 잘 판단하여 하야하셔서 최악은 면하셨는데 19년후의 박대통령은 계속 국민을 강압과 억압 게다가 문란한 밤생활하다가 결국은 부하에게 맞아 죽었지요. 그의 쌓아온 공들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역사속에서 교훈을 얻지못하면 역사는 한번은 희극으로 또한번은 비극으로 반복한다는 말을 오늘의 금언으로 삼고싶어요


  • 2016-11-07 22:03

    가슴아픈 사연의 내용이군요
    죄는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어떠면 우상숭배와 또 그런 부모의 죄를 지금 대통이 치르고 있는것일겁니다
    다윗은 밧세바에게 시선을 뺏기고 잠간의 욕정을 참지못해 우리아를 죽이고
    그 죄를 밤마다 눈물로 회개하여 결국 용서를 받았지만
    남의 가정을 깨트린 죄값을 평생 치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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