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稀壽)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21-01-29 14:18
조회
161
희수
稀壽

함창석

한 숟가락 따스한 물에
찬밥을 말아들고
비타민 뇌 영양제 아스피린
물 한 모금에 하나씩
삼키는 아침이다

물은 오줌으로
밥은 똥으로
겨울 날 하루하루 지나가고

오줌은 다시 물이 되어
똥은 다시 밥이 되어
돌아오길 바라는 저녁이다

점심은 건너뛰기 한지
이미 세 해나 지나며
몸무게는 그대로나
눈이 흐릿흐릿 하고 곤하니

벌써 나이가 일흔인데
예전 같으면 희수라 귀하다
문중에 경사 났지만
요즘은 이웃도 별로라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지

일흔일곱 살도 희수인데
한자 稀壽와 喜壽는 다르다
백세시대라고 난리지만
시심에 생태심정
움직이며 일할 경우
그 때만이 사람이더냐

인간이 쓰다가
이 땅에 버린 걸 삼켜
배안에 그득 찼기에
죽은 고래영상만 보고 있다

눈이 내리는 이 한날은
아들 같은 손자들 그리움에
창밖을 내다보며
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뒤적이기도 하지

아내가 병원 간 날
거실에 혼자 남아 있기에는
삼십 평형은 넓고
미래를 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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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2 09:36

    예수
    羿手

    함창석

    여호와는 불사신 한자어로는 여와

    한울님의 날개로 바람을 일으키지

    태양열개 떠올라 초목들을 말리나

    궁술의 명인으로 날아오르는 사람

    활을 당김으로써 아홉을 떨어뜨려

    인디언추장 같이 재해를 막았으며

    백성들을 해하는 괴수들을 죽이고

    십자가로 죽지만 다시 살아나셨지


  • 2021-01-29 14:20

    어릴 적 추억

    함창석

    환한 곳에서는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눈이 부시고
    눈에 핏발이 서며
    눈곱이 끼는 눈병 개씨바리고

    속눈썹의 뿌리에
    균이 들어가
    눈시울에 생기는 작은 부스럼

    아침에 일어나니
    다래끼가 나서
    눈가가 새 빨갛게 부어올랐지

    동네 아이들 모두
    수풀을 헤치고 돌아다니다
    벌레에 물리면
    그 독으로 인하여 생기었으니

    엄지만한 가래톳은
    넙적 다리 윗부분에
    림프샘이 부어 생긴 멍울이다

    누이는 쌍 가래톳이 서
    울기를 반복하였는데
    한잠 자고 나더니 사라졌었지

    머리에 돋아나는 부스럼
    얼굴에 번지는 버짐
    아이들은 성한 데가 없었지만

    노인이 되어가는 오늘
    그래도 그 때가 그립다고
    한마디씩 해대는 동무들
    살아 있어 한참이나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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