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교회력으로는 강림절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절기가 한해의 ‘끄트머리’에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말 끄트머리는 끝이며 동시에 시작을 뜻합니다. ‘끝이며 동시에 머리’가 되는 진리, 그것은 바로 기독교 신앙의 신비함입니다. 앞으로 강림절 4주 동안 마음의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켜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강림절은 기다림과 그리움의 절기입니다. 본래 강림절의 원래 의미는 ‘도착하다’입니다. 곧 오실 주님을 종종 걸음으로 기다리고, 까치발로 설레는 것입니다. 바로 대림(待臨)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예로부터 강림절은 ‘겨울철의 사순절’이라고 불렸습니다. 그 기다림은 지극한 경건의 모양이며, 깊이 있는 영성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두 주는 회개로, 두 번째 두 주는 주님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기간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기간 동안에는 아기 예수의 “오심”의 위대한 사건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즉, 대강절은 회개와 뉘우침을 통한 영적 성찰의 기간이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성탄의 참 뜻을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을 계획하는 기간이며, 예배와 감사를 드리고 이 세상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따른 우리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것을 모색하는 기간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강림절을 맞이해야 하고, 주님의 성탄을 맞이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외딴 마을에서 목회하던 목회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곳은 눈이 참 많이 내리는 지역인데, 10월 초부터 눈이내려서 다음해 4월, 심지어는 5월에도 눈이 내린 적이 있는 곳입니다. 한 겨울에 심방을 다녀오는 눈 길에 차가 미끄러져 도로와 도로 사이에 움푹 패인 디치(Ditch)에 빠져서 옴싹달싹하지를 못했답니다. 급히 문 밖으로 나와 경찰에 연락에 도움을 청하고 기다리는데, 경찰도 길이 미끄러우니 신속하게 출동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경찰이 그냥 지나칠까 도로에서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는데, 서있던 목사님을 지나쳤던 수 많은 차량가운데 승용차 한 대가 100여 미터 전방에서 갑자기 정지하더니 후진을 해오더랍니다. 그리고 목사님에게 도로에서는 위험할 뿐아니라 너무 추우니 자신의 차에 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지,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그 곳에서 목회를 열심히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사건이 바로 가던 길을 멈추어 100여 미터를 후진해 돌아왔던 분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를 지내면서,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을 지내오면서 우리는 생각지 않은 디치에 빠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꼼짝없이 아무 것도 못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마음을 다 잡기도하고, 새롭게 결단할 때가 많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하고 새로운 시작은 예수님을 통한 시작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죄로 질병으로 물질로 고통으로 움푹 패인 디치에서 우리를 건져내 주실 분은 예수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번 강림절기가 예수님을 만날 일을 사모하는 강림절기 되시고, 올 해의 성탄이 그 예수님을 통해 디치에서 건짐 받고,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답게 감사할 뿐만 아니라 내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나눌 것을 계획하고, 또한 실천하여 나누고, 그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눅2:14)
감독회장 전 용 재
성탄, 새로운 시작 (기독교세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