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메시지
십자가와 감리회의 희망!
감독회장 이철
가을이 깊어갑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절은 약속이나 한 듯 돌아오고 절기를 통해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며 감사와 따스함을 느낍니다. 감리회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이런 은혜와 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십자가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개신교회의 심벌이며, 복음의 진수입니다. 영광을 강조한 중세교회가 황금과 보석으로 예배당을 장식하였다면, 마르틴 루터 이후 개혁자들은 십자가에서 고통당한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구세주이심을 재발견하였습니다. 사실 십자가는 갈보리 이후 영원한 구원의 상징인데, 십자가가 신의 영광을 가장하려는 인간의 불신앙에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십자가 신학, 그것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당함입니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비텐베르크에는 화가 크라나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마치 루터의 전담사진사처럼 종교개혁의 메시지를 한 장면, 한 장면 그려냈습니다. 흥미로운 작품은 커다란 포도나무 동산에서 루터파와 교황파가 두 패로 나뉘어 일하는 그림 <주님의 포도원>입니다. 한쪽에는 루터와 그의 동료들이 기름진 밭에서 포도를 수확해서 넉넉하게 포도즙을 짜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교황과 사제들이 황폐해진 포도밭을 뒤로한 채 포도원 밖으로 쫓겨납니다. 종교개혁의 메시지를 매우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크라나흐의 기록화인 <비텐베르크교회에서 설교하는 마르틴 루터>에는 루터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을 한가운데 두고 설교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루터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설교의 유일한 목적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것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없는 설교는 더 이상 복음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교부들은 “십자나무로 인해 우리 인생이 죄의 쓴맛에서 구원의 단맛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풀이하였습니다. 자신의 자랑을 모두 오물로 여긴 사도 바울이 유일하게 선택한 자랑은 바로 십자가였습니다. 그는 최상의 것을 선택하였고, 최선의 것을 사랑하였습니다.
10월 10일은 사회복지주일입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사회사업을 통해 시작되었고, 대사회적 지도력을 가졌습니다. 교육과 의료를 통해 십자가를 드러냅니다. 은둔의 땅 한국으로 파송받아 생명을 걸고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은 사회사업으로 십자가를 드러냈습니다. 사회복지주일로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십자가의 복음을 회복하길 기대합니다.
10월 26일(화)~28일(목)은 감리교회를 새롭게 할 입법의회가 열립니다. 장정개정대담회를 통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으로 가동된 입법의회 분과위원회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장정개정안을 준비하고, 장정개정위원회를 통해 정리하고 다듬었습니다. 이번 입법의회는 감리회의 변화를 위한 큰 틀을 준비하는 자리입니다. 겸허히 자신을 낮추고 십자가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세상의 빛으로 다시 서는 감리교회”는 십자가를 통해서만 실재할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나는 죽고 예수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은혜, 십자가를 높이는 10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