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주기 목회서신 |
그리스도인이라면…
감독회장 이철
2014년 4월 16일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하여 전체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대형참사’로 기록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희생된 사람들 가운데 250명은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모두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 준 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4.16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 4.16진실버스운영을 통한 진실 알리기 등 전국 곳곳을 누비며 호소하였습니다. 함께 울어주고, 안아주고, 웃으며 마음을 나눈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하다’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만 좀 해라’,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아이들 좀 그만 팔아라’ 등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일이 일어난 게 초등학교 때인데 나도 올해 고2가 됐어. 나랑 같은 나이였을 언니 오빠들이 그렇게 된 거, 아직도 유튜브에 뜨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만 봐도 눈물이 나.“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세월이 있다.”
아직도 SNS에서는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7년전의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아픔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당시 국민들은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고통과 공포의 시간을 보냈을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에는듯한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의 부재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진상규명이 밝혀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난 14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공식출범했습니다. 7년이 지나서야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사는 동안 맺었던 수많은 사람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습니다. 아름다운 기억도 있고, 지우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지우고 싶은 순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7년전 세월호의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했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었습니다. 그 마음들이 침몰해버린 세월호처럼 함께 가라앉아 버린 듯 하여 마음이 아픕니다.
안전한 사회는 상호신뢰가 전제될 때 가능합니다. 그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신뢰를 보여준 모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들입니다. 공생애를 사시던 예수님께서 그 시대를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허구한 날 표적을 구하는 믿음이 없는 악한 세대(눅11:29,마12:39)요, 그 악업에 따라 심판을 받아 마땅한 세대(눅11:30~32, 마12:41~42)라고 하셨습니다. 또 비유를 들어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하여도 울지 않는 세대라고 하셨습니다. 공감이 되지 않는 세대, 무언가 막혀있는 세대를 말씀하셨습니다. 웃고 춤추고 울며 애곡하는 것은 인간의 크고 작은 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서적 표출인데 그것이 되지 않는 세대이기에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까지 그런 세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서로 우는 것은 연민과 동정, 공감을 표하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슬픔을 나누고자 함께 울 때의 울음은 상대방의 슬픔을 남의 일로 여기기보다 나의 일로 여기고 그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여 나누려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적 반응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장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비유로 들어 이 세대가 그것이 되지 않는 세대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죽음에 눈물을 보이시며 슬픔을 나누어주신 분이십니다. 사람들이 정죄하는 세리와 창녀들의 친구가 되어주시며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주신 분이셨습니다. 소외된 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아픔을 나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공중에 떠도는 말이 아닌 진리요, 생명이 되었고 능력이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슬픔을 남의 일로 여기기보다 나의 일로 여기고 그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여 나누려는 모습, 바로 신뢰를 보여주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능력을 이 땅에 보여주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스스로 그 자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 분들은 차별을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고난을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주님처럼 다른 이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는 올해 4월 16일. 세월호유가족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감리교인들로 인해 “아!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감격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말할 수 없는 아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월호유가족 모두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이 넘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