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미학
전용재 감독회장
벌써 새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시절입니다. 갈수록 겨울추위의 기세가 약해지고, 계절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온난화 현상은 지구적 차원의 우려이지만, 그럼에도 살갑게 찾아오는 봄소식은 반갑기만 합니다. 곧 입춘이 머지않았고, 우수와 경칩도 지척입니다. 하나님의 달력은 벌써 봄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교회력으로는 이제 사순절이 시작되는데, 사순절은 Lent입니다. 영어로는 Spring이라는 튀어오르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 위로 싹이 돋아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춥고 딱딱해도 생명이 있는 씨앗은 그 고난과 역경을 뚫고 튀어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꼭 130년 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을 입은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선교사에게 그들 마음속에 품었던 예수님의 사랑과 생명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던 이 조그맣고 척박하고 차갑고 딱딱했던 조선 땅에 생명의 씨앗을 심어주시려고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조그만 조선 땅, 가난과 무지, 질병과 차별이 있던 이곳을 기억하시고 초기 선교 당시부터 약 40 여 년 동안에 미 선교사들을 약 1천여 가정을 보내주셨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와 모든 것이 다른 조선 땅이었지만, 선교사들의 마음속에 생명과 사랑의 씨앗이 살아 있었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멈추지 않으셨기에 지금 감리회는 6,500교회 154만의 성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 그 하나님의 은혜와 그 선교사님들에게 받은 사랑이 살아있다면, 우리 또한 이 생명이 우리가 살고 있는 메마르고 척박한 이 사회와 이 땅에 튀어오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시16:11절의 말씀처럼 아펜젤러 스크랜턴 선교사가 예수를 믿고 그 후에 생명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님께서 조선으로 인도하셨고 조선에서 생명의 복음을 뿌렸더니 오늘날 우리나라에 수많은 영혼이 구원을 받고 부흥이 온 것입니다.
우리 감리회는 올 해 부활절을 기점으로 아펜젤러 스크랜턴 선교 13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려 하려합니다. 기념 연합예배, 기념 음악회, 학술세미나, 복음의 행진, 선교사 자녀 초청, 북한 나무 심기 운동 등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행사를 위한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자녀들이 감리회의 정체성을 바로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우리의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고 뜨거워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을 품게 되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나타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새 봄입니다. 우리 다시 딱딱하고 산성화된 대지를 기경하고 하나님과 선교사들에게 받은 은혜와 사랑, 생명의 씨앗을 파종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 땅에 받은 생명을 전하려고 자신을 버리고 조국을 뒤로했던 선교사들의 마음처럼 빈손으로, 맨 발로 하나님의 세상을 향해 나섭시다. 지금은 생명의 청지기가 되어 우리 자신부터 창조적인 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움츠러졌고 숨겨졌던 하나님의 생명이 이 차갑고 딱딱한 동토를 뚫고 활짝 기지개를 켜고 싹 틔워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기독교세계 (2015.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