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제14회 농촌선교주일을 지킵시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이 모든 감리교회와 성도 여러분의 삶의 자리 위에 가득하시길 축복합니다.
감리교회는 제27회 총회(2006년)에서 농촌선교주일을 지키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농촌선교주일은 도시 교회의 모태인 농촌교회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우리의 먹거리에 관한 관심을 기울여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해마다 추석이 지난 후 첫 주일로 2020년도 제14회 농촌선교주일은 10월 4일 주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모든 곳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지만, 특별히 농촌 지역의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두 각별하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농촌선교주일은 이와 같은 엄중한 상황 속에서 맞이하고 있으므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불평등이 사회 전반에 기생충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기호 자본주의의 시대라고 합니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여 가상 거래를 통해서 창출된 부를 독점하는 0.1%의 초상류층들과 비정규직 혹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일반 서민들과의 거리감은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불평등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노예해방 운동, 민주화 운동 등과 같은 싸움에 앞장서 왔습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십자가의 정신을 전하고 외치며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성서를 읽어 왔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조차 기회가 주어지기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성서는 일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그 대가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생명의 풍요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기본 소득입니다. 기본 소득이라는 제도를 통해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올해 제14회 농촌선교주일의 주제는 “농촌 그리고 농촌교회, 농민 기본 소득(레 25:29-34 / 마20:1-16)”입니다.
기본 소득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합니다. 농민 기본 소득은 농민에게 적은 월급을 주는 것입니다. 이 적은 월급은 농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일단 농민의 최저 생계가 보장됨으로써 실질적 자유의 폭이 늘어날 것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농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농민 기본 소득을 종잣돈으로 각출하여 다양한 사회적 경제의 실험과 실천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지급되는 농민 기본 소득의 성격으로 인해 여성 농민들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농촌의 자치기반이 서서히 살아날 것입니다. 면 단위 주민 자치의 근거가 생기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농민 기본 소득이 지역 화폐로 지급된다면 지역 상권도 활성화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입니다. 청년이 농촌으로 돌아오면서 농촌의 소멸을 막고 농촌 마을이 유지되면 국토와 자연, 생태 환경을 지키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결국, 농민 기본소득은 과밀화된 도시인구의 분산, 국가의 균형발전과 분권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면서 뼈저리게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시작해야 합니다. 일상과 현실이 사라진 이 시대를 위해 비현실적인 것들이 가능해지도록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제14회 농촌선교주일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길 기도합니다.
감독회장 직무대행 윤 보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