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 가는 기독교세계
감독회장 전용재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평강이 기독교대한감리회 6,200교회, 160만 성도들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초기 한국 선교사들은 교육과 의료, 그리고 교회 설립과 출판사업을 벌여 목적한 선교사업을 펼쳐 나갔습니다. 하지만 아펜젤러를 비롯한감리교 선교사들은 의료나 교육사업으로 안주하고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펜젤러 목사는 당시 현대식 인쇄소를 설치하고 문서선교사업에 더욱 힘쓸 것을 결심한 후 올링거 목사를 초빙하여 배재학당 안에 인쇄시설을 갖추고 출판사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시설이 당시 정부 박문국 인쇄시설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인쇄소로서 감리회 최초의 출판사인 三文出版社(The Trilingual Press)의 효시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최초의 한글 민간신문인 독립신문도 인쇄되었습니다.
선교 초기 아펜젤러 목사는 이곳에서 월 2회 정기간행물을 발행하였습니다. 이것은 <교회> 誌로 1897년부터는 <죠선그리스도인회보>로 발전시켜 발행합니다.
이후 1930년 12월 2일, 남북 감리교회가 합동을 선언함으로써 기독교조선감리회가 독립된 감리교회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교단지 발행을 결의하였는데, 2년 후인 1933년 1월 20일 양주삼 초대 총리사가 <감리회보>를 발행하였습니다.
당시 기관지의 성격을 통신, 선전, 교양이라는 세 가지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총회정책, 본부·연회 소식과 함께 목회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들을 전달하며, 목회와 문화 사역, 기독교교육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총회와 개체교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기독교세계>는 <감리회보>라는 첫 명칭으로 첫 호를 발간한 이래 일제의 탄압에 의한 폐간과 장로회 성결회 구세군과의 통폐합, 한국전쟁에 의한 중단 등 굴곡진 역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한때는 감리교회 내의 분열과 대립으로 반쪽의 목소리만을 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굴곡진 세월 속에서도 그 빛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조선 감리회보>, <감리회보>, <감리교생활>, <기독교세계>로 제호와 발행 형태, 그리고 판형을 달리하며 감리교회 역사와 함께한 <기독교세계>가 이제 지령 1,00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기독교대한감리회역사와 그 발걸음을 함께한 감리교회의 대표 기관지로서 그 사명을 충실하게 이행하여온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리며, 지령 1,0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히 지난 2013년 7·8월 합본호(989호)부터 총회와 출판국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여 모든 감리교회에 무료로 보급한 것은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이는 <기독교세계>의 올바른 자리매김과 더불어 회원의 당연한 권리 회복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지금은 정보화시대입니다. 누가, 어떻게 정보와 지식을 더 빨리 획득하고 변화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권력과 부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새로운 권력에 이양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매체의 구독률은 감소하고 시장규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정보 습득은 증가 추세입니다.
지금은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고, 혁신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기독교세계>의 정체성과 소명이 변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의 표징을 읽어내는 신앙의 도구로서, 또한 우리 공동체의 소통과 하나 됨을 만들어 가는 도구로서, 복음을 풍성히 담아내는 매체로서의 사명은 더욱 절실히 요청됩니다. 나아가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가 말씀 안에서 변화하고, 복음의 순수성을 되찾아 이 나라와 민족을 구원하는 방주가 되며, 미래의 교회 청사진을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신앙공동체라는 대안을 마련하며, 우리의 신앙 역사를 올바르게 써나가는 일에 앞장서는 <기독교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민족의 암흑기에 출발한 기독교조선감리회총회의 산파역 중 한 사람인 윤치호는 1930년 12월 16일, 그의 일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 교회가 활기찬 활동을 통해 밤낮으로 조선인을 보듬어 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라기는 <기독교세계>가 지난 세기 동안활기찬 활동을 통해 감리교회와 성도들을 보듬어 주었듯이, 이제 교회 울타리를 넘어 이땅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며, 우리와 함께 살고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중문화 가정들, 장애인과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며, 학업 등 무거운 짐에 눌려 자유를 잃어버린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보듬어 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끝으로 다시 한 번 <기독교세계> 1,000호 발간을 축하하며, 새로운 역사의 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기독교세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