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를 앞두고 목회서신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6,014 감리교회와 157만 성도 위에 함께 하시길 빕니다.
대림절을 맞았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의 계절에 아기 예수의 평화가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소원합니다. 이 절기에 말구유에 오신 하나님의 독생자의 낮아지심을 회복하고,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함을 닮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1년 2개월 동안 우리 감리교회는 흑암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직 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꽉막혀있는 느낌입니다. 소통의 창문조차 열기 어렵습니다.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상식조차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지난 124년 동안 세상의 빛이고, 말씀의 광장이며, 믿음으로 세상의 지도자들을 양육해 온 우리 교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9월 28일. 저는 감독회장 직무대행 목회서신을 통해 앞으로 감독회장 재선거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기도와 참여를 부탁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내드리는 목회서신을 통해 또 다른 내용의 서신을 드리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 자신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감리교회 파행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길다면 매우 길고, 짧다면 매우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직무대행으로서 본부의 정상화와 호남선교연회와 서부연회의 행정을 돌보는 한편, 대외적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표자로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직무대행자의 본분에 따라 헝클어진 상황을 수습하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며, 법적 문제에 대해 일일이 대응해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7월 6일 이후 상황이 달라져 재선거 국면에 대응해야 하였습니다. 합의조정은 분명하게 “피고가 2009. 12. 31.까지 새로운 감독회장 선거를 실시하는 것에 대하여 쌍방 당사자는 동의한다”(조정조항 2항)와 “피고의 직무대행자 이규학은 위 선거를 실시하고 위 선거에서 당선된 새로운 감독회장의 취임식까지 대표로서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조정조항 3항)고 명시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일도 수월치 않아 세 차례에 걸쳐 감독회의를 열고 마침내 재선거실시로 입장을 정리하고 서명까지 하였지만, 정작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이 너무 많았습니다. 합의조정의 제안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맡기는 과정에서 한 달 가량 시간이 흘러갔고, 결국 당사자의 한 축인 원고의 방해로 말미암아 실패하였습니다.
감독회의의 합의에 따라 <교리와 장정>의 정신을 살리면서 재선거관리위원회를 조직하려고 했지만 위원회를 조직하려는 회의장에 들이닥친 이해당사자들의 훼방으로 그 추진을 잠시 중단해야 하였습니다. 또한 합의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정참가인의 준재심청구에 따라 또 한 달 이상을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준재심청구는 11월 26일에야 비로소 각하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에 이르렀고, 이제는 새로운 문제제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1월 12일 감독회의는 오는 12월 17일에 제28회 총회를 열 것을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습니다. “행정복원과 재선거실시를 위하여 총회를 소집한다. 의제는 감사보고, 회계보고, 공천위원회보고, 각 위원회 조직으로 국한 한다”.
여러분께서는 감독회의의 충정을 십분 이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감독회의는 총회를 통해 감리교회의 행정을 완전히 복원하고, 각종 위원회를 정상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총회 소집을 하려는 시도 역시 결코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개혁총회를 주장하며 2,500여명의 목회자 서명을 주도해 온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부 회의실에서 총회개최 반대를 위한 금식기도회를 열었습니다. 7개 평신도단체협의회 회장단은 총회를 반대하고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총회실행부위원회 간담회 소집을 요구하는 총회실행부위원회 위원 12인(위원회 1/3 이상)의 서명이 접수되었고, 중부연회와 경기연회 장로 471명의 즉각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서명이 담긴 진정서가 제출되었습니다.
이들의 반대는 행여 2008년 10월 30일 안산1대학에서 벌어진 제28회 총회의 파행이 재연될까 깊은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총회 개최 시, 만의 하나 폭력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감리교회는 수습은커녕 또 다시 법적, 도덕적 시비에 휘말려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며, 감리교회는 사분오열되어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음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더 큰 어려움은 총회를 여는 법적 정당성의 문제입니다. 변호사들은 ‘민법 60조의 2(직무대행자의 권한)’ “① 제52조의2의 직무대행자는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 다만,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에 근거하여 총회를 열려면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함을 자문하였습니다. 또 감독회의의 총회 소집 자격여부도 시시비비에 휘말려 있습니다.
게다가 신기식 목사는 11월 18일 ‘감독회장 직무대행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사건번호 2009카합4157)’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12월 4일 첫 심리를 하였습니다. 또한 본부에서 소를 제기한 ‘감독회장 선거관리 방해금지 가처분(사건번호 2009카합3840)’도 진행 중에 있으며 그 결과는 12월 중순에 밝혀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12월 2-3일, 원주에서 열린 감독회의는 반대의견을 주목하면서 총회는 12월 17일 개최를 추진하되, 법원에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총회 소집권 청원의 건’을 제출하여 총회 개최 허락을 받을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일곱 시간 장고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가장 답답한 일은 총회를 열도록 총회장을 스스럼없이 빌려줄 마땅한 감리교회가 우리 중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보고 드린 대로 무엇 하나 분명히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은 우리 감리교회 지도자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법적 이의없이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법정 대리자로서 저 자신이 감리교회의 거룩함을 세우고, <교리와 장정>에 따라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제게 맡겨진 책임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 교회로 복귀하고자 합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를 위해 깨어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가장 이상적인 감리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 위한 감리교회의 희망이 무엇인지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열린 감독협의회에서 한 원로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감리교회가 감독회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독회장이 감리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젠 감리교회를 위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물러나야할 것은 물러나야 합니다”. 또 마지막으로 감리교회 사태 해결을 위해 통성기도하면서, “우리 감독들이 누구의 편에 설 것이 아니라 감리교 편에 서게 해 주십시오. 주님의 편, 하나님의 영광의 편에 서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던 음성이 쟁쟁합니다.
바라기는 우리 안에 가득한 욕망 대신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이해관계의 편가름이 아니라 감리교회를 내 몸처럼 보호하려는 한마음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리하여 성령의 기름부음이 더렵혀진 우리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고, 성령의 충만하심이 상처받은 우리 감리교회를 회복시켜 주시길 간절히 사모합니다.
주님의 강림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하나님의 위로와 긍휼이 전국과 해외의 감리교회와 선교사들 그리고 감리교회를 염려하며 기도하는 여러분들 위에 가득하시길 축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4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 이 규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