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열매를 맺기 위하여\”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6,014교회, 156만 3천여 감리교인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처서가 지났으니 곧 가을이 문턱에 다가 온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우리 곁을 떠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8년 봄에 어느 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 감리교회를 언급하였습니다. 18세기 영국사회가 산업혁명 이후 서민, 특히 노동자층이 절망하여 폭동이 일어날 지경에 이르렀으나 평화적 민주혁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부분의 역할이 중요하였다고 평가하며, “그 중에서도 우선 감리교가 서민층에 들어가서 그들과 고통을 함께하였다.”고 가장 높이 치켜세웠습니다. 참 놀라운 식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희호 장로님(창천교회)을 비롯한 유가족에게 온 감리교인과 더불어 마음 깊이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안타깝게도 감리교회는 지난해 9월 25일 이후로 당장 우리 자신이 바로 서지 못하여 큰 염려와 근심 중에 있습니다. 제28회 총회가 무기 연기된 이후 그동안 우리는 마치 생명력을 상실한 식물처럼 존재해 왔습니다. 이제 하루바삐 새로운 감독회장 선출과 함께 정상화를 이루어 부흥의 꿈을 꾸기를 소원합니다. 그리하여 세계사적으로 큰 공헌을 한 감리교회가 이 땅에서도 그 역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우리 감리교회가 겪는 어려움은 열매를 차지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아무도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먼저 죽을 생각을 안 한다는 데 있습니다. 말과 주장은 많지만 희생은 없습니다. 비난과 비판은 많지만 대안은 없습니다. 욕과 조롱은 많지만 사랑과 이해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먼저 썩고, 먼저 포기하고, 먼저 죽겠다는 예수 정신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어려움을 겪는 중에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가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감리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뜻을 가진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열심히 대안을 찾고, 또 울부짖어 기도하고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 정체성과 함께 복음의 순수성을 회복해야겠습니다. 교회는 세상보다 윤리적, 도덕적 기준과 요구가 더욱 높고, 더욱 엄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 사회, 문화로부터 오염된 정신풍토와 사회적 토양 속에서 기독교적 정체성을 회복해야겠습니다. 교회가 거룩한 모습과 아름다운 신앙전통을 다 잊어버리고 기복화, 세속화의 물결에 휩쓸려 하나님의 백성다운 믿음과 삶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교회는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은 대각성의 시기입니다. 감리교회는 영적으로 각성해야 합니다. 감리교회가 감독회장 선거 문제 때문에 엄청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다른 형제자매 교회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개신교회 전체가 이 십자가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일이 우리의 회개를 불러오고 함께 새로운 소망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하나님께서 감리교회를 사랑하셔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시길 소망합니다. 더 이상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게 우리 모두 영적으로, 공의의 마음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다시 겸손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 합니다. 성령의 능력을 겸손히 사모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선거도 가능하고, 정상화도 가능하고, 감리교회의 참된 부활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감리교회의 고난뿐 아니라 부활과도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