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직무대행 목회서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성령강림절기를 맞아 온 교회와 같이 하시길 빕니다.
바라기는 진리의 영이 함께 하심으로 6천여 감리교회와 156만 감리교인들의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고, 온전케 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뜻하지 않게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되어 어느 때 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게 되었습니다. 개체교회를 섬기고 있는 담임목회자로서 참으로 어려운 일에 부름 받게 된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또 이 일을 잘 감당할 수있을까하는 부담감으로 가득합니다. 비록 제한된 기간이지만 직무대행으로서 주님의 뜻을 물으며 신실한 마음으로 어려운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도록 기도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감리교회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먼저 우리 자신의 잘못 때문입니다. 저 자신도 그 혼란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본이 되어야 할 주님의 교회가 비난을 들어야 하였고, 사랑으로 용납해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제는 저 자신부터‘화목케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우리 감리교회 전체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본래의 하나됨을 회복한다는 마음으로 현안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이 일로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싸매어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는‘은혜와 사랑의 법’을 사모하는 가운데 그 정신을 지켜왔습니다만, 이번 사태는 가장 기본적인‘과정과 절차’를 합법적으로 다루지 못함으로써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정한 법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사법부의 결정문에 따라 교회의 미래가 좌지우지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교회의 고유한 신앙영역이 내용면에서 훼손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행정절차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우리의 허물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무거운 자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역할을 <교리와 장정>을 수호하는 일로 받아들입니다. 교회의 영적지도자는 교회의 영적인 법질서 뿐 아니라 세상의 법질서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앞으로 나오는 법적 판결의 내용에 따라 큰 틀이 결정되겠습니다만, 그 모든 과정을 수행하면서 신앙양심에 참되고, 법리적으로 공정하며, 불편부당한 입장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우리 감리교회가 중단된 총회 차원의 행정력을 복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서 첫 번째 과제일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무익한 고발과 고소 등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의심과 분노는 우리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재판 당사자들을 만나 합의하고 서로 받아들이며 <교리와 장정>에 순종하도록 청할 것입니다. 세 번째 과제는 총회를 소집하고, 각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필요한 사안들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멀리 내다보면 하나님의 연단과 훈련이라고 믿습니다. 더 큰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불순종을 바로 잡아주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기억하면서 얼키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새 사람을 입는 것입니다. 이제 혼란을 질서로, 염려를 긍지로, 비판을 칭찬으로 바꾸어 내는 일은 감리교 공동체에 속한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할 몫입니다. 위기가 커 가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었던 생각들이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마음으로 하나 되어 대립의 악순환을 끊고 협력의 선순환으로 바꾸어 나가십시다. 무엇보다 앞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 다 내려놓고, 상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 할 것입니다.
저 자신이 먼저 겸허히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상고하고, 기도함으로써 우리 감리교회가 새 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감리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애쓰는 각계각층의 여론과 조언을 겸허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 주신대로 섬김의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모두가 승리하는 전기를 마련해 나가십시다. 그리하여 제가 이 모든 과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제 목회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상한 심령을 치료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