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신임총장에게 드리는 권면
먼저 감리교신학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하신 김홍기 신임총장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감신에 은혜를 베푸시기 위해 오늘 새 사람을 세우시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시는 줄 믿습니다. 제 생각에 김홍기 총장님은 새 술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가죽 부대입니다.
바라기는 그 가죽부대에 마음껏 새 술을 채우셔서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새롭게 하고, 우리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는데 유익하게 사용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 헤시오도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훌륭한 일에 부르는 자는 훌륭하다. 훌륭한 자의 부름에 응하는 자 역시 축복 받으리라. 하지만 부르지도, 부름에 귀 기울이지도 않고 다만 쉬기만 하는 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바로 이 자리에 앉은 이사회 여러분과 교수님들, 그리고 동문과 학생들은, 여러분이야말로 김홍기 교수를 이 총장의 자리에 불러 세운 장본인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은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의 자리에서 신임 총장님을 도와 감신을 새롭게 하는데 협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총장이란 자리는 인간적으로 보면 커다란 ‘명예’이지만, 사실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무거운 ‘멍에’입니다. 저 역시 처음 감독회장에 도전할 때에는 명예가 훨씬 커보였는데, 감독회장이 되어 일하면 일할수록 멍에가 훨씬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곧 임기를 마무리하는 저는 이 멍에가 얼마나 무겁고, 힘이 드는지 모릅니다.
바라기는 하나님께서 신임총장이 짊어진 이 멍에를 감당할만한, 지혜와 능력과 사랑의 마음을 허락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예전에 우리는 감신을 선지동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흡족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교수님들이 계셨습니다. 예언자 학교인 감신은 한국감리교회의 역사요, 전통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감신성’은 얼마나 남다르고, 특별한 자부심이었습니까? 그 말 속에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고함이 담겨 있고, 한국 신학교육 가운데 최고라는 약간은 교만한 자존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감신이야말로 영성과 역사의식이 겸비된 깨어있는 존재임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닙니다. 사랑과 존경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점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이제 감신은 새로워져야 합니다. 교수님들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총장님은 더욱 더 거듭나야 합니다.
애초에 우리 감리교인은 ‘세속 속의 성자’라고 불릴 만큼 신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목양하기 위해 부름 받고, 훈련받는 신학생들은 얼마나 신실해야 하겠습니까? 이들을 신학적으로 교육하고 신앙적으로 양육할 교수님들은 또 얼마나 신실해야 하겠습니까? 게다가 저와 같은 교단 책임자는 얼마나 신실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은 우리 모두가 극복해 나가야할 부끄러움이며, 폐기 처분해야할 낡은 가죽부대입니다.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늘 새로워지는 교회입니다. 존 웨슬리는 영적으로 회심하였고, 성공회가 금지하는 옥외집회를 열었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증거 하기 위해 낮아졌으며, 섬김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감리교회는 생명력이 있는 교회요, 가슴이 뜨거운 교회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2의 회심, 제3의 부흥을 꿈꾸어야 합니다.
존 웨슬리는 1789년 설교자 총회에서 감리교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감리교인을 불러일으키신 목적은 어떤 새로운 교파를 세움이 아니요 먼저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것이다”.
우리는 존 웨슬리가 소망하듯이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교회로 존재하고 있느냐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 감신이, 김홍기 총장님이 희망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김홍기 신임총장님과 함께 하시길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