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협의회 설교(2008.10.1)
하나님께서 높이시리라
요 12:24-26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숭의교회에서 감독협의회로 모이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먼 길 찾아오신 감독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바라기는 늘 건강하시고, 다가올 제28회 총회와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부흥과 영적 능력을 위해 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임기 4년을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10월 1일이니 꼭 한 달 남은 셈입니다. 그동안 선배 감독님들의 지원과 협력으로 제가 감독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제가 부덕한 탓에 유난히 시시비비를 많이 겪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때그때 하나님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총회까지 성령의 지도와 능력 주심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우리 감독님들께서 지혜와 기도로 저를 도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요즘 우리 교회가 도전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러한 도전은 외부로 부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간단한 문제입니다, 정말 문제는 우리 내부로 부터의 도전입니다.
일찍이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초대교회에는 ‘은과 금은 내게 없지만 내게 있는 것을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 교회는 금으로 기둥을 만들고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아 하나님의 집을 지었다. 은과 금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많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의 능력을 잃었다.”
교회의 타락은 거룩함을 잃으면서부터, 십자가를 외면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약함보다 힘을 숭상하고, 가난보다 부유함을 선택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소홀히 여기게 된 까닭입니다. 우리의 위기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본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또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의 비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 자신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저절로 뿌려지고, 저절로 자라나는 한낱 밀알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님이 감당해야할 구체적인 십자가와 죽으심이 여기에 담겨있기에 이 말씀이 우리에게 간절한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이 말씀은 예수님의 삶 속에서 먼저 이루어졌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 말씀은 구체적인 역사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이 비유는 당시 철학의과 지혜로 유명한 헬라인들을 향해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밤에 니고데모가 예수를 찾아온 것처럼, 예수님을 찾아왔고, 또 토론하였습니다.
그들에게 말씀하신 예수님의 밀알비유는 논란과 시비에 그치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으며, 진리의 영역에 속한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한 마디로 죽으면 살고, 버리면 얻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알에 대한 말씀에는 예수님께서 감당하셔야할 고난과 부활에 대한 진리가 담겨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 이것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고, 속임수와 같이 여겨지지만, 믿는 이들에게는 구원의 진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확신이 없는 믿음은 흔들리는 그릇과 같아서 원하는 것을 담기가 힘들 뿐 아니라 그릇 안의 것까지 쏟아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밀알비유에서 결론적으로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저를 귀히 여기시리라”(요 12:26).
이 말씀은 밀알 비유 직후에 하신 결론적인 메시지입니다. 한 마디로 밀알비유는 예수님 자신의 고난과 부활에 대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제자직, 제자의 길, 제자의 삶을 바르게 살라고 하시는 권면인 것입니다. ‘먼저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나는 것’,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예수 정신이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예수 사랑인 것입니다.
씨앗은 땅 속에 들어가서 썩어야만 다시 생명으로 싹틀 수 있습니다. 죽어야만 수많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열매 맺는 삶을 선택하는 일은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천하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또 두려운 일입니까?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 감리교회를 섬기게 하시려고 우리 감독들을 부르시고, 세우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한국기독교의 대표적인 밀알이 되어야 하고, 한국 감리교회의 첫 번째 밀알이 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이를 위해 한 번 죽고 영원히 살 ‘희망의 씨앗’으로 쓰임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사도 베드로는 “너희가 거듭난 것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살아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었느니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올해는 존 웨슬리 회심 270주년의 해입니다. 존 웨슬리는 1789년 감리교 설교자 총회에서 감리교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감리교인을 불러일으키신 목적은 어떤 새로운 교파를 세움이 아니요 먼저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것이다”
저는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의 통로가 되기 위해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 감리교회가 이 민족과 세계를 향한 축복의 통로가 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간절히 바라기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해결되도록 우리 감독님들께서 전심을 다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 감독협의회 위에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