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봉헌예배 설교(2008.7.24)
희망의 열매
요 12:24-26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역사적인 땅, 감리교회가 처음 씨앗이 뿌려진 정동 땅에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을 세우고,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배재학당은 정동을 떠나 이사했지만, 역사적인 터전인 동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역사박물관으로 거듭 나게 하는 일에 주님께서 도우셨습니다.
이제 선교 123년을 맞아 그 이름을 기록하고, 흔적과 자취를 보존하게 된 것은 참으로 명예로운 일입니다. 특히 아펜젤러와 노블 선교사님의 유족들을 통해 기증받은 기록과 유품들은 역사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이 기록은 한국 선교 123년의 산 증인이며, 그 희생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아펜젤러, 노블 선교사님의 후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아펜젤러 선교사와 노블 선교사 등 모든 선교사들을 기억하고, 그 뜻과 헌신을 널리 보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일 뿐 아니라, 배재학당의 설립자입니다. 특히 배재학당은 한국 근대교육의 요람이었습니다. 즉 배재학당은 이 민족의 경사로서 출생한 것입니다.
한국 땅에 복음을 처음 전한 아펜젤러 목사는 뜨루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갓 안수를 받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19세기 말 거의 무너져 내리던 조선왕국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절망에 처한 우리 민족을 향해 희망을 전해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아펜젤러 목사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 된 사람입니다. 그의 보고서와 일기, 편지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었고, 그가 세운 교회와 학교는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배재학당이 참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하나님의 허락 속에 세워진 학교요, 이 땅에서 하나님의 선물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난 123년 동안 우리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棟樑)을 길러왔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복음을 증거 할 때 영혼구원과 함께 사회봉사를 강조하는 존 웨슬리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온 선교사들이 병원과 학교를 세운 것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거룩한 사역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근대교육의 출발점으로 배재학당이 문을 열었고, 1887년 2월 21일에는 고종이 학교 이름이 지어 주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자랑하는 “배재학당”(培材學堂), 즉 “나라에 쓸 유익한 인재를 키워내라”는 뜻이었습니다.
국왕은 ‘나라에 쓸 만한 유익한 인재를 길러내라’는 뜻으로 배재학당이란 이름을 지어 보냈지만, 아펜젤러는 이 나라는 물론 ‘하나님 나라 건설에 쓰일 유익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더욱 힘썼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신앙 집회를 열었고, 그 일을 위해 사용된 공간이 바로 ‘벧엘 예배당’이며, 이것이 정동제일교회로 발전하였습니다.
저는 배재학당이 우리 민족을 위한 일꾼과 한국감리교회를 위해 사역자들을 많이 길러낸 일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배재학당이 이 땅의 희망으로 탄생하였고, 우리 민족의 선물로 우리에게 주어졌듯이, 이젠 여러분 자신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 말씀을 예수님은 바로 이어서 설명하셨습니다.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 마디로 죽으면 살고, 버리면 얻는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포기함으로써 획득하는 것, 그것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현실과거리가 먼 대단히 고차원적인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예수께서 먼저 실천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 알의 밀알에 대한 말씀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닥칠 고난에 대한 예표요, 동시에 부활에 대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 이것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고, 속임수와 같이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아펜젤러는 우리 민족을 위해 먼저 죽은 한 알의 밀알이 된 분입니다.
씨앗은 땅 속에 들어가서 썩어야만 다시 생명으로 싹틀 수 있습니다. 죽어야만 수많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열매 맺는 삶을 선택하는 일은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천하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또 두렵습니까?
오늘 박물관은 열매 그 소중한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바라기는 이 역사박물관이 아펜젤러 노블 선교사의 희망만이 아니라, 앞으로 배재학당은 물론 우리 감리교회의 아름다운 희망의 결실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으니,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합시다. 훌륭한 제자를 양성하고, 이웃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민족의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마땅히 행할 일이며,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배재학당을 축복하셔서 오늘 역사박물관을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배재학당에 속한 모든 동문들과 156만 감리교인들의 또 하나의 고향집이 탄생되었다고 봅니다.
바라기는 이 역사적인 현장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징검다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디딤돌을 놓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배재학당을 축복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