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연회 개회예배 설교(2008.5.22)
의와 화평의 입맞춤
시편 85:8-13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제2차 재건 제15회 서부연회와 함께 하시길 축원드립니다.
특히 존 웨슬리 회심 270주년을 맞은 주간에 서부연회의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서부연회는 희망을 위해 출발한 연회입니다. 제 생각에 다른 연회들은 지나 온 역사와 연륜을 자랑하지만, 서부연회는 미래를 앞당겨 준비하고 축복하는 연회라고 믿습니다.
엊그제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느 언론사(한겨레 20주년)와 창간 기념 인터뷰를 한 내용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감리교회가 언급되었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18세기 영국사회를 설명하면서, 당시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 서민 특히 노동자층이 절망하여 폭동이 일어날 지경에 이르렀으나 평화적으로 민주혁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부분의 역할이 중요하였다면서 평가하면서 그 중에서도 “우선 감리교가 서민층에 들어가서 그들과 고통을 함께 하였다”고 가장 높이 추겨 세웠습니다. 참 놀라운 식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종 우리는 존 웨슬리가 우리 감리교회 창시자요, 그래서 집안 인물이기 때문에 우리끼리 자화자찬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존 웨슬리는 그만큼 위대한 하나님의 사도였고, 사랑의 실천자였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웨슬리의 신앙운동은 곧 사회개혁운동이었기에 영국은 프랑스 같은 유혈혁명을 사전에 막았다”고 높이 평가하였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서부연회가 훗날 웨슬리안으로서 화해와 평화를 실천하고, 민족을 복음화 시켰다는 역사적 평가를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위대한 구원의 드라마입니다. 시편 본문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네 가지 대목으로 나누어 봉독해 드리겠습니다.
시인은 “내가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리니”라고 시작합니다. 그 말씀은..
첫째, “대저 그 백성 그 성도에게 화평을 말씀하실 것이라”
둘째, “진실로 그의 구원이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 가까우니 이에 영광이 우리 땅에 거하리이다”
셋째, “긍휼과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었으며 진리는 땅에서 솟아나고 의는 하늘에서 하감하였도다”
그리고 넷째, “의가 주의 앞에 앞서 행하며 주의 종적으로 길을 삼으리로다”입니다.
요약하면 시인이 들은 여호와의 말씀은 평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구원받을 백성에게 평화를 약속하셨습니다. 그 평화는 우리가 이 땅에서 경험할만한 것이며, 청춘남녀의 사랑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이 인도하시는 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본문의 배경은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게 된 사건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 포로에서 돌아와 자유인이 되는 일, 하나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 이러한 구체적인 ‘회복’은 성경의 큰 주제입니다.
우리는 본문을 통해 정의와 평화를 잃고 죄와 부자유의 종이 된 우리를 향해 “돌아오라!”고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집을 나간 탕자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듯이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하나님께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약속하신 것은 바로 평화적 사건이었고, 평화적 성취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춘다는 표현입니다.
이를 공동번역으로 다시 읽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싯구가 됩니다.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시편85:10).
이 말씀은 사랑, 진실, 정의, 평화와 같은 매우 추상적인 낱말들을 남녀 간의 애정으로 의인화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처녀총각이라면 처음에 눈이 맞고, 사랑이 발전하면서 입을 맞추는 관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사랑과 진실, 정의와 평화와 같은 특별한 일들이 하나님의 손 안에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일상적 사건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분단된 백성은 분단된 채로 결코 평화를 이룩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분단된 백성은 분단된 채로 결코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습니다. 분단된 채로는 정의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부연회가 하는 일을 이러한 싯구처럼 “다 꿈같은 이야기다” 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둠과 추상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등불은 언제나 꿈같은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법” 임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예술가인 훈데르트 바서는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것은 한낱 꿈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성경은 꿈장이들의 책입니다. 바빌론으로 포로로 잡혀갔던 예언자 에스겔의 꿈은 시편 85편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서부연회는 희망을 위해 존재하는 특별한 연회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서부연회를 마지막으로 올해 국내외 13개 연회가 모두 마치게 됩니다. 저는 이번 연회들이 저마다 특색을 갖고 희망을 열어나가고,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우려는 연회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것은 우리 감리교인들이 영적으로 거듭나고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신실한 사람들”이 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고, 감리교회가 하나님께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칭찬 듣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로 바로 서려는 마음입니다.
저는 서부연회도 이러한 의지와 마음으로 “희망을 주는 서부연회”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동안 서부연회는 지난 1994년에 제2차 재건연회로 모인 이래 우리 민족의 화해와 또 북한 지역 및 동북 3성 지역의 선교를 위해 감리교회를 대표하여 일해 왔습니다. 앞으로 서부연회 본부와 22개 지방회는 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 전도와 복음화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할 줄로 믿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서부연회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일을 반복해왔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줄 알면서 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화해사역의 길은 많은 양보와 수고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길 그 수고는 하나님 앞에서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이라면 반드시 희망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오늘 서부연회를 통해 저와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희망을 발견하고, 힘써 희망을 증거하며, 겸손히 희망을 나눔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귀한 청지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로서 이 시대 감리교회가 지녀야 할 시대적 소명을 다시금 생각하고, 사명을 새롭게 결단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서부연회와 온 감리교회 위에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