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여장로회전국연합회 제17회 총회 설교(2008.5.22)
희망을 준비한 여성
롬 16:3-4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제17회 여장로회전국연합회 총회와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리는 총회가 장로로서 세움 받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영적 재무장과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부탁드립니다.
사도 베드로는 장로를 가리켜 “양무리의 본”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장로의 직책을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요, 나타날 영광에 참예할 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그들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을 당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위하여 증언했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직분인 장로는 바로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러면 초대 교회와 같이 고통을 겪는 일에 앞장서야만 희망의 존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식은 자기를 낳아준 부모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그 시대를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장로 역시 그 시대를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시대를 위해 희망을 준비하는 사람은 희망의 자녀요, 자기 미래를 위해 희망을 예비하는 사람은 희망의 증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성경공부와 설교에도 어떤 경향성이 있다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성경의 메시지 속에서 시대적 흐름을 읽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성탄절 메시지의 주제는 어머니 마리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부활절에는 베드로가 더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성탄절에 요셉의 역할도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부활절에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 그동안 가리워졌던 역할이 강조되고,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관심에 따라, 여성의 관점으로 초대 교회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참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사도 바울, 아볼로, 바나바 등 남성 지도자들은 업적이 뚜렷이 조명되고, 선교의 성취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여성들의 발자취는 인사말이나 교회의 안부를 물을 때 짧게 언급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성경을 보면 여성들 중에도 복음전도를 위한 사역자들이 적지 않았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재정적 후원자로서, 또 선교동역자로서 선교사역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로마서 16장을 보면 많은 여성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겐그레아 교회의 지도자 뵈뵈와 모든 이방인 교회의 어머니라 할 만한 브리스길라는 바울에 의해 특별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본문은 이렇게 브리스길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라. 저희는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의 목이라도 내어 놓았나니 나뿐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저희에게 감사하느니라.”(롬 16:3-4).
브리스길라는 남편 아굴라와 함께 바울처럼 천막을 만드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는 성경에 모두 여섯 번 소개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섯 번 소개한 것 중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처럼 아내가 먼저, 남편이 나중에 소개한 것이 네 번이라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처럼 남편의 이름 아굴라가 아내 브리스길라 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겨우 두 번에 불과합니다.
아내 브리스길라의 이름이 남편 아굴라 보다 앞서 언급 되었다는 것은 여성의 활동이 주도적 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브리스길라는 아볼로가 에베소에서 전도할 때 집으로 데려가 하나님의 가르침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들 부부의 집은 고린도, 에베소 그리고 로마에서 선교의 근거지로 사용되었습니다. 후일 로마의 아벤타인 언덕 위에 있는 교회는 브리스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요즘 표현대로 하면 브리스길라는 틀림없이 끝내주는 여성 장로님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들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그 대부분이 상실되었습니다. 신약 성경에 남아있는 여성 지도자들에 대한 소개는 남성 중심의 세계 속에서 빙산의 일부분에 불과 하지만 그렇다고 그 영향력이 작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들은 시대를 닮은 희망의 증인이었고, 희망을 예비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우리 여장로님들이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이러한 유산을 자기의 생각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고, 또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와 세상을 바꾸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통해 세워졌습니다. 역사상 맨 처음 부활의 증인이 된 사람은 바로 여성들이었습니다. 누가복음 24장 10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라.” 베드로조차 이상히 여기고 나머지 제자들까지 믿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부활의 증인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번 주간은 우리 감리교회에게 매우 특별한 명절입니다. 특히 올해는 존 웨슬리 회심 270주년 기념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지난 주일에 전국 5,913개 감리교회는 존 웨슬리 회심주일로 지켰습니다.
엊그제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느 언론사(한겨레 20주년)와 창간 기념 인터뷰를 한 내용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감리교회가 언급되었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18세기 영국사회를 설명하면서, 당시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 서민 특히 노동자층이 절망하여 폭동이 일어날 지경에 이르렀으나 평화적으로 민주혁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부분의 역할이 중요하였다면서 평가하면서 그 중에서도 “우선 감리교가 서민층에 들어가서 그들과 고통을 함께 하였다”고 가장 높이 추겨 세웠습니다. 참 놀라운 식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종 우리는 존 웨슬리가 우리 감리교회 창시자요, 그래서 집안 인물이기 때문에 우리끼리 자화자찬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존 웨슬리는 그만큼 위대한 하나님의 사도였고, 사랑의 실천자였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웨슬리의 신앙운동은 곧 사회개혁운동이었기에 영국은 프랑스 같은 유혈혁명을 사전에 막았다”고 높이 평가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여장로회가 존 웨슬리의 신앙유산을 이어받기를 바랍니다. 그가 영국 옥스퍼드 캠퍼스 안에서 신성 클럽을 통해 영국 사회를 변화 시키고, 현재 전 세계 7,600만 명의 메도디스트의 신앙적 모범이 된 것처럼, 한국감리교회 여성들 속에서 위대한 전통을 잘 계승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은 여성 장로로서 ‘희망의 증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사실 여러분이 건강해야 든든한 교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먼저 희망이어야, 여장로회가 먼저 희망을 준비해야, 우리 교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특히 장로 된 여러분은 교회 안에서 좋은 후배들을 길러 내고, 한국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비전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바라기는 감리회 여장로전국연합회 제17회 총회가 장로로서 세움 받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영적 재무장과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벧전 5:4)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