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그리스도인 일치포럼 인사(2008.5.15)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 유서 깊은 명동성당에서 정교회와 천주교회 그리고 개신교회 사이의 일치 포럼을 열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또 먼 길을 찾아오신 모든 형제, 자매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먼저 우리를 초대해 주신 김희중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김희중 주교님이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되어 한국 기독교 일치운동을 주도해 오신 일을 치하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개신교회가 좋은 파트너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개신교회가 지닌 다양성과 역사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들의 수고로 어느 새 여덟 번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교회들이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본받고, 나눔으로써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널리 확장되고 하나님의 교회들이 높임 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는 요한복음 17장에서 네 차례나 반복하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예수님의 기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가 일치 포럼을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본받고, 순종하며, 닮아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정교회든,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지난 2천년 동안 함께 지켜온 고유한 말씀의 예전과 성찬과 신앙고백들이 있습니다. 또 영성수련과 고전문학, 예술은 물론 기독교 문화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외면하여 이들의 차이와 간격을 구별하고, 전통과 가치를 따져 차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모든 과정이 하나님께 점점 다가가는 다양한 길임을 인정함으로써 언제든 만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바라기는 이러한 만남이 연례행사나, 위원회 수준에 머물지 않고 지역 교회 사이에서, 또 선교현장에서 일치하고 연합하기를 기대합니다. 예전에 한국 기독교는 신, 구교 할 것 없이 민주화 운동을 통해 연대하였습니다. 여기 일치와 연합운동에 신실하게 참여하고 있는 분들이 그 당시 역사를 새롭게 하는 일에도 성실하게 앞장섰던 것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교리와 예전의 일치를 통한 하나됨은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다면 정의와 평화, 환경과 생태의 문제에서 하나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도전과 이슈들에 대해 성심으로 응답하고, 성실하게 대응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우리 교회들이 하나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당장 성찬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부인하지 말고 서로의 저녁 식탁에 초대하십시다. 당장 서로의 전통에 어울리지 못한다고 부정하지 말고 서로의 중보기도에 담아 보십시다. 우리 하나님은 한 분이요, 교회도 하나이며, 주님의 기도도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작은 모임에 복을 주셔서 참석한 모든 분들께 흡족한 기쁨과 만족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