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특별연회 목사안수식 설교(2008.5.6)
거룩한 사명
딤전 4:12-16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미주특별연회 목사안수식에 참석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이 시간은 연회 개회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목사안수식은 한마디로 우리 감리교회의 미래를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목사안수식을 축하하고 축복하기 위해 이곳에 오신 가족과 교인 여러분에게도 감동적인 시간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의 주인공은 모든 과정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선 후보자들입니다.
저는 선배 목사의 한 사람으로, 또 여러분의 감독으로서 진실한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큰 축하를 드립니다. 특히 여러분은 미주특별연회가 정연회로서 첫 출발을 하면서 처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는 분들이 되었습니다.
사실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십자가를 짊어지려는 고난의 길입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주님을 사랑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였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명하였으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순교하기도 하였습니다.
목사로서 안수를 받는 것만큼 분명한 제자의 길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안수 받은 목사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교회의 거룩한 성직자로 부름을 받았음을 명심하고, 비록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해도 늘 당당하고, 영적인 지도자로서 늘 겸손하고 신실하게 행하기를 바랍니다.
본문을 보면 사도 바울은 어린 디모데에게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대하여 믿는 자에게 본이 되”라고 권면합니다.
이젠 원로목사님이 되신 어느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23살에 목회를 시작했는데 나이 드신 교인들이 기도할 때마다 늘 담임 목회자를 가리켜 “어린 종, 어린 종…” 하더랍니다. 얼마나 귀가 따갑게 들었는지, 후에 이제 나이가 좀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젊은 종, 젊은 종…”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길, “나는 언제 ‘어른 종’이 되나?”했는데, 이젠 늙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때 ‘어린 종’ 시절이, ‘젊은 종’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 어린 종들이 부럽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든 시작은 첫걸음부터 하는 것입니다. 봄철을 알리는 것은 새싹이고, 노련한 지도자도 서투름에서 출발하게 마련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이제 목사로서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늘 격려하고, 지지하며, 위하여 기도해주시는 영적 후원자가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디모데전서는 영적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원로가 된 바울이 젊은 종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한마디로 ‘세대 간 서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이 편지에서 친밀한 동역자 디모데에게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 디모데를 동역자로 여기고 크고 깊은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목회의 선배님들과 또 부모님들까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아버지 바울은 디모데가 직면할 도전에 대해 같은 심정으로 진정한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에 전심전력하여 너의 진보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 네가 네 자신과 가르침을 삼가 이 일을 계속하라. 이것을 행함으로 네 자신과 네게 듣는 자를 구원하리라”(딤전 4:15-16).
바울이 ‘어른 종’의 대표격이라면, 디모데는 ‘어린 종’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사도의 직무를 명예로운 택함이요, 거룩한 위탁이며,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있는 특권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모데 역시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먼저 최선을 다해 전심전력할 것을 권면하고, 영적으로나 지적으로나 날마다 진보할 것과, 외적으로나 내면에서나 언제나 성숙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복음을 말씀뿐 만 아니라 참된 인격과 행실로서 증거 할 것을 일깨우고 있으며, 이 일을 통해 남을 구원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구원에 참여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귀에 듣기 거북한 원로세대의 잔소리요, 처음 길에 아이를 내 놓은 것 같은 부모의 신신당부처럼 들립니다.
사실 이러한 부탁과 요구, 기대와 권면은 사도 바울이 전 생애를 걸쳐 하나님 앞에 헌신해 왔던 그러한 사역에 따라, 어린 종인 디모데가 두려움과 부담을 떨쳐버리고 참된 제자의 길을 따르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고난을 피하라고 하기보다는, 고난 가운데에서도 복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 편지를 쓴 것은 복음으로 인해 로마의 감옥에 갇혀있을 때 였습니다.
“그러므로 네가 우리 주의 증거와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좇아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딤전 1:8)
우리는 세상에서 어른 노릇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교회 안에서는 ‘어린 종’ 노릇이 필요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쉽게 둔감하고, 얼른 타협하고, 눈감고 모른 체 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남다른 민감함입니다. 죄인은 낙엽의 부스럭 소리에도 민감하고, 연주자는 음감에 민감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민감한 것처럼 기도하는 사람은 영혼에 민감해야 하고, 목회자는 하나님의 거룩함과 하나님의 공의에 민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종’들이 소중한 것입니다. 저는 ‘어린 종’, ‘젊은 종’들은 사소한 것들 속에서도 보물을 발견하려는 눈빛을 지니고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목사 안수자 여러분!
먼저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존 웨슬리처럼 성령의 불쏘시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 뜨거운 성령체험으로 여러분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를 새롭게 하는데 헌신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의 든든한 주역으로 세워 주시길 소망합니다. 미주 한인동포 사회에서 섬김의 지도자로, 뭇 영혼의 등대지기로, 흔들리는 방주의 선장으로서 맡겨진 목자의 직임에 충성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선하심과 인도하심으로 오늘 안수 받는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