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협의회 총회 설교(2008.3.18)
희망의 중심
호 12:6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감독협의회 총회를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본부를 방문하신 감독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바라기는 늘 건강하셔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부흥과 영적성숙을 위해 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난 2월 말에 시카고를 방문하여 미국 UMC 감독님들 네 분과 한-미 감독협의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자리였지만 차기 감독회장인 아이오와주의 팔머 감독도 전화로 두 시간 동안 회의에 동참하는 등 성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돈 오토 감독과 샤론 레이더 감독 등 한국감리교회를 이해하는 분들과 좋은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정희수 감독이 다리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미주특별연회의 독립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현실적 필요성과 협력을 요청하였습니다. KMC든 UMC든 미국 내 한인교회 간 협력, 미주특별연회 은급문제 등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또 지금 미국교회에서 사역하는 한국감리교 소속 목회자들이 미국 UMC에서 마땅한 신분과 자격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트랜스퍼(Transfer)의 문제도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또 개렛대학교, 시카고신학대학교, 세인트 폴 대학교의 감리교 출신 목회자와 신학생들을 만나 대접하고, 저들의 형편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느낀 것은 그동안 우리 KMC와 UMC 사이의 관계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당연히 한-미 양국의 감독협의회를 주문했지만, 그동안은 관례대로 선교국(GBGM) 하고만 관계가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UMC에는 제자국이나 에큐메니칼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가 있는데 우리는 관계를 최소화한 셈입니다. 이 문제는 UMC감독님들의 지적 사항이기도 하였고, 앞으로 반드시 시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한-미 교회 간 중심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느 조직이든 중심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심이 그 역할을 할 때 전체가 무게중심과 바른 비전을 갖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미 교회 관계든, 한국기독교 교단장협의회든 중심이 바를 때 진정한 관계를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주도권을 독점한다든지, 우선권을 갖는 차원은 아닙니다. 저는 이를 희망의 중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선소를 방문하여 몸통을 드러낸 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큰 배들은 나룻배와 달리 밑바닥 앞부분이 주둥이처럼 툭 튀어 나와 있습니다. 이것을 용골이라고 부릅니다. 용골은 한마디로 풍랑을 만난 배가 기울지 않고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쇠뭉치를 말합니다. 즉 오뚜기와 같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는 역설적인 몸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빨리 목적지를 가려면 제 몸을 가볍게 해야 하는데, 제 몸에 무거운 쇠뭉치를 달고 다니니 말입니다.
저는 큰 배의 용골이야말로 꼭 필요한 무게중심이요, 그렇기 때문에 희망의 중심이라고 믿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감리교회도 커다란 배입니다. 배중에서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지으신 방주입니다. 저는 4년 가까이 감독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위기의식을 많이 느꼈습니다. 참 커다란 파도를 만나고, 풍랑을 헤쳐 나간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우리 감리교회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 전체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안일하여 남들이 다 아는 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과연 우리를 소망의 항구로 이끌어 줄 희망의 중심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탄 배의 용골은 어느 부분일까요? 늘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존경하는 감독님들!
저는 적어도 우리 감독을 지낸 이들과, 현재 그 직을 수행하는 우리 자신이 희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감독제도는 한국 기독교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만이 지닌 고유한 유산이요, 전통입니다. 감독의 책임과 직무는 일찍이 구별되어, 목회자들의 존중과 사랑을 받으며 연회를 관리하고, 감리교회를 대표해 왔습니다. 때로 많은 도전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 허물은 우리 안에서 찾는 것이 신앙적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는 과분한 존경에 어울리는 용골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임을 믿습니다.
저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124년 전 서울 한 복판에, 특히 50여년 전 광화문 사거리에 터를 잡은 감리교회가 21세기의 대한민국을 향해 희망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감리교 본부는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도로원표가 있어서 모든 지역으로 연결되는 거리의 기준과 기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배꼽과 같은 곳입니다. 또 이곳으로부터 청계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시작과 근원, 열림과 중심이 되는 이 광장은 천혜의 보금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희망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자부심과 사명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 때 이곳을 ‘희망광장’으로 선포하였습니다.
호세아 선지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
하나님께서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의 중심이 되게 하시고, 우리 감독들을 통해 희망의 종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존 웨슬리 회심 270주년의 해입니다. 존 웨슬리는 1789년 감리교 설교자 총회에서 감리교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감리교인을 불러일으키신 목적은 어떤 새로운 교파를 세움이 아니요 먼저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것이다”
저는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의 통로가 되기 위해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 감리교회가 이 민족과 세계를 향한 축복의 통로가 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 감독협의회 총회 위에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