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감리교 여교역자의 날 개회예배 설교(2008.3.10)
희망, 낮은 곳에서 나누는 기쁨
빌 2:1-4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제1회 감리교 여교역자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새봄을 맞아 열린 여교역자들의 큰 잔치가 새로운 헌신과 격려를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탁드리는 것은 이 자리를 통해 모든 감리교 여성 동역자들이 한 마음이 되고, 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제 생각에 여성목회자들은 천성적으로 따듯한 리더십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주신 천부적인 선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그 선물을 잘 활용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닮아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색은 온유함과 겸손과 순전한 헌신이었습니다. 주님은 인간을 지배하기를 원치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길을 원치 않았고, 다만 하나님의 길을 원했습니다. 주님은 높임을 받기보다, 인간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를 원하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겸손하신 주님을 배우고, 닮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도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라고 말하였습니다.
특히 사도 바울은 본문에서 우리를 향해 이렇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먼저,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으라”
둘째,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
셋째,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이 말씀을 요약하면, 우리 공동체 안에서 먼저 ‘낮은 곳에서 나누는 기쁨’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희망은 높은 데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움터온다고 믿습니다. 희망은 봄풀처럼 가장 낮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땅을 연약한 새싹을 통해 뚫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1월에 우리 모두의 선배이신 조화순 목사님과 몇 차례 만남을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 목사님은 자나 깨나 여교역자들을 위해 염려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특히 여교역자들이 남자들의 기득권으로 싸여있는 교단으로부터 늘 소외되고, 기회를 잃고, 경쟁에서 밀린다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또 분개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남성중심의 기득권이 얼마나 단단한지 인정합니다. 그리고 아직 여교역자들이 능력에 비해, 목회자로서 깊은 영성과 자격에 비해 언제나 약자의 처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여러분이 어떤 남성 목회자들보다 더 낮은 처지에서, 더 아름다운 공동체성을 유지하면서, 더 큰 헌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법적, 제도적 변화에 비해 교회의 변화는 얼마나 더딘지, 저 자신도 실망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많은 희망을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과 같은 여교역자의 날이 이러한 희망을 투자하는 기회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행여 여러분 자신의 문제가 더 이상 시빗거리가 되지 않도록 잘못 인식된 여교역자회에 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생각을 싹 바꿔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남성으로부터 잘못 배운 권위의식이 여러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섬김의 영성’으로 새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고, 이웃과 세상을 바르게 섬기기 위한 복음적 방안을 생활화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낮은 곳에서 기쁨을 나누신 분이었습니다. 스스로 중심을 해체하고 변두리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 영광의 자리에서 소외와 곤궁과 비참의 자리로 자신을 이동해 온 분입니다.
에로스는 올라가는 사랑이지만, 아가페는 내려오는 사랑입니다.
에로스는 자신을 격상시키려는 욕망이지만, 아가페는 자신을 내어 던지려는 의지입니다.
예수를 아가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내려오는 사랑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 던지셨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 자신이 영원한 희망이 되신 분이 되셨습니다. 여러분도 희망의 사람으로 사시길 바랍니다.
기독교 국가에서는 사순절기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성대한 카니발이 열립니다. 남미의 볼리비아 축제 역시 대단히 유명한데, 올해 해외 토픽에 이런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볼리비아 축제에서 어떤 가게가 문을 열었답니다. 그 가게는 각종 미니어쳐를 팔았습니다. 만약 새 차를 구하고 싶은 사람은 자동차 미니어쳐를 사고, 만약 새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은 집 미니어쳐를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년을 더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샌달 미니어쳐 하나를 구입하면 되었습니다. 사실 그 가게가 팔려고 했던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우리도 늘 무엇인가를 구입하지 않습니까?
한 여인이 꿈을 꾸었습니다. 그 여인은 새로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가게의 주인은 그녀가 믿고 있던 종교의 신이었습니다. 신은 그녀를 보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여인이 무엇을 파는 가게냐고 묻었는데, 신은 “그야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다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인은 너무 기뻐 가슴을 진정시키며 외쳤습니다. “저를 부자되게 해주시고, 가정이 행복하게 해 주시고, 아이들이 좋은 대학가게 해 주시고, 다이어트 성공하게 해 주시고…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세요.” 그러자 신은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미안하네. 여기서는 열매를 팔지 않고, 다만 씨앗을 팔 뿐이네”
사실 모든 열매는 씨앗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씨앗을 작고 보잘것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영원하신 희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언제나 희망에 투자하는 장본인들입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와져서 이제부터는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여러분 자신만이 아니라, 정말 화해가 필요한 현장에서,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화해의 사역을 잘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상처를 싸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싸매어 주고, 어머니로서 언니로서 목회의 지경을 넓혀 가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감리교 여교역자들의 희망과 함께 하시길, 여러분과 더불어 낮은 자리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