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크리스마스행사 성탄설교(2007.12.21)
베들레헴 어제와 오늘
룻기 4:13-14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려고 나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가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오늘 광화문 희망광장에 나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특별히 오늘은 ‘다문화 가정 이주민 여성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로 드립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땅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 이주민 형제자매들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잘 대접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 시간 별을 보고 먼 길을 찾아 온 동방박사의 심정으로, 한 밤중에 천사의 합창을 들은 목자의 마음으로 이곳에 나아왔습니다. 주님의 나심은 계획하신 예언의 성취요, 오랜 소원의 결과입니다. 그것은 인류의 희망이 이루어진 대사건이었습니다.
일찍이 예언자 미가는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미 5:2).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바로 예언의 성취였습니다. 그리고 작은 시골 마을 베들레헴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모압 땅에서 유대 베들레헴으로 이주해 온 한 외국인 여성 룻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룻은 시어머니를 따라 고향을 떠나서 베들레헴으로 살러온 외국인 여성입니다. 우리는 룻의 가엾은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젊어서 남편을 잃었고, 의지할 자녀도 하나 없는 신세였습니다. 그럼에도 룻은 자기 보다 더 딱한 처지의 늙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잘 봉양하였고, 그 시어머니가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올 때 시어머니를 모시고 동행하였습니다.
룻은 시어머니가 강하게 만류하였지만 시어머니를 홀로 보낼 수 없다면서 따라나섰습니다.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1:16).
얼마나 아름다운 고부지간의 이야기입니까? 더욱 훌륭한 것은 룻의 신앙고백입니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1:16-17). 룻은 이방 여성이었지만, 자기 고향의 신을 섬기던 외국인이었지만 분명히 “나의 하나님”을 고백했던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룻 이야기의 결론을 잘 알고 있습니다. 룻은 베들레헴에서 이삭을 줍는 품팔이 노동자였습니다. 그는 시어머니를 잘 모셨고, 이웃들과 각별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아버지인 엘리멜렉 집안의 친족이요, 가문의 유산과 부채를 함께 책임 질 자격이 있는 보아스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서로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장면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처럼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웃 여인들은 이렇게 축하하고, 기원하였습니다. “찬송할지로다 여호와께서 오늘날 네게 기업 무를 자가 없게 아니하셨도다 이 아이의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 유명하게 되기를 원하노라”(룻 4:14). 이러한 축복과 소원은 놀라운 성취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룻은 보아스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오벳이고, 오벳의 아들은 이새며, 이새의 아들은 바로 다윗왕입니다. 놀랍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 다윗왕의 증조할머니가 다름아닌 이방 여성 룻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향은 베들레헴이었습니다.
성경은 아기 예수께서 어떻게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는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때 황제가 명령한 새 호적령에 따라 임신한 마리아는 남편 요셉과 함께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먼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의 가족은 조상의 고향인 베들레헴을 찾아가는 길이었지만, 사실상 이주민의 신세와 다름없었습니다.
복음서는 이주민의 신세가 얼마나 고달픈지, 말구유에서 어머니가 해산하기 까지 얼마나 불편했는지, 또 헤롯의 칼을 피해 애굽으로 먼 길을 다녀오기까지 아기 부모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베들레헴에는 평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고향 베들레헴에서 평화를 잃고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테러의 위기가 그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평화의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룻의 시대에나, 마리아의 시대에나,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에 있어서나 늘 어머니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평화를 기원해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우리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기에, 우리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백성의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의 평화, 샬롬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구원받은 백성을 향한 약속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은총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평화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 감리교회가 주관하는 ‘광화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다문화 가정 이주민 여성들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다문화 가정들은 바로 평화가 가장 시급한 이웃들이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이들에게 작은 평화를 주는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그 결론이 이들을 자기 고향과 부모님을 방문할 수 있도록 ‘친정집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100가정을 목표로 이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평화를 사랑하는 이 성탄절기를 맞아 ‘다문화 가정 이주민 여성 친정집 보내기 운동’이 널리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 하는 성탄절 경배자들과 함께 하시고, 다문화 가정 이주민 여성들에게 이 땅에서 살아갈 지혜와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