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백서 출간감사예배 설교(2007.12.20)
믿음의 이정표
하박국 2:1-4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먼저 <감리교회 성숙과 부흥을 위한 백서> 발간을 축하합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장단기발전위원회를 훌륭하게 이끌어 낸 권오서 감독님과 모든 위원님들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대강절 셋째 주입니다. 즉 교회력으로 보면 한 해의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끄트머리’라는 말은 한 해를 마감하는 끝이면서 동시에 한 해를 출발하는 시작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 우리말입니다.
사실 백서 발간은 장단기발전위원회의 한 단계 마무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단계로 출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출발이 백서의 이름처럼 우리 감리교회의 성숙과 부흥을 위한 씨앗과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
사실 <백서>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마련한 현주소이고, 오늘에서 내다 본 내일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한 진실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이제 5,825교회와 153만 감리교인이 함께 풀어갈 과제입니다. 그러나 <백서>의 의미는 다시 출발할 지점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우리 감리교회의 믿음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책 안에 우리의 부족한 현실을 넘어서는, 미래를 향한 좌표와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언자 하박국처럼 파수군의 역할을 자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문을 보면 그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예언자요, 미래를 바라보는 선지자였습니다.
예언자 하박국은 마치 파수군의 입장처럼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대화 끝에 이제 공개적으로 활동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하박국이 할 일은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판에 새겨 늘 백성들의 눈앞에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약속의 성취가 더딜지라도 하나님이 미리 정하신 때가 되면 그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박국의 선언,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정표가 된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 말씀을 중심으로 복음을 해명하고 로마서를 기록하였으며, 종교개혁자들은 이 말씀을 구호로 삼아 교회를 개혁하는 신학적 원리로 삼았습니다.
올해는 한국 기독교 대부흥 100주년의 해였습니다. 지난 1903년 로버트 하디 선교사의 원산부흥운동이 불붙어 평양에서 꽃을 피운지 100년이 되는 해 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기독교는 뜻 깊은 해를 기념하여 연합행사를 치루면서, 회개와 갱신을 통해 사회로 부터 인정받는 교회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사실 이 약속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자정노력과 변화의지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회개는 많으나 그 열매가 부족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120여 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 온 교회가 21세기 벽두에서 정체와 쇠퇴를 고민하게 된 것은 커다란 위기신호입니다. 무엇보다 그 위기가 복음의 능력이나 교회의 성장노력이 아니라 교회의 사회적 신뢰상실로 비롯되었다는 진단은 쉽게 고칠 수 없는 상태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교회의 선자리가 지나치게 세상의 방법을 닮았고, 설자리 역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본질로 부터 멀어졌고, 진리로 부터 변질되고 있다는 고백이며, 고발입니다.
저는 감독회장에 취임하면서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선언하였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사회의 근심이 되고, 비판을 받는 현실 속에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돌아보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진단에 대한 해결방안은 한마디로 교회가 상실한 거룩함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잃어버린 신실함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은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 바르게 향함으로써 가능함을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
우리는 감리교회가 잃어버린 것을 살펴 올바르게 고쳐나가야 합니다. 백서는 시종일관 감리교회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과제로서 영성의 문제를 살피고 있습니다. “웨슬리의 영성”부터 “섬김의 영성”에 이르기까지 결국 우리 자신의 하나님에 대한 태도가 문제의 자물쇠이며, 동시에 해결의 열쇠임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접근법이며 따라서 백서발간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고 확신합니다.
감리교회는 존 웨슬리의 깊은 영성과 구원의 열심,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려는 위대한 각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는 회심으로 심령과 교회를 갱신하였고, 개혁으로 사회와 민족을 향해 희망을 주었습니다.
사실 우리의 문제는 자나깨나 존 웨슬리를 자랑하면서 그의 철저함을 본받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실패는 자기성공에 도취되어 겸비함을 잃어버린 채 인간의 욕망을 앞세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리를 향한 두려움으로 외적제도뿐 아니라 내적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장 커다란 부끄러움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인 “섬김의 영성”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 이며, 길 가에 뿌려진 씨앗에 불과할 것입니다.
섬김의 영성이 교회 안에서 보다 경영자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경영학 관련 책들에 많이 나오는 ‘서번트 리더십’은 경영자를 오히려 머슴 자리까지 끌어내립니다.
경영학자 줄 오르망은 “위대한 리더는 책임을 질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도 추종자들보다 자신을 더 높은 곳에 두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그 중에 삼분의 일 이상이 ‘서번트 리더십’ 개념을 도입해 관리자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이란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사람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사람이 먹고 마시는 존재로까지 자신을 낮추십니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이기에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그토록 낮아지면서까지 사랑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을 만나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되어가고 무한히 커지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먼저 더 이상 인간의 권위의식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서번트 리더십’을 안팎으로 전염시켜 봅시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고, 이웃과 세상을 바르게 섬기기 위한 복음적 방안을 생활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희망적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감리교회부터 먼저 합심하고 협력하여 “신실한 사람들”로 거듭나고, 영적인 능력을 회복하여 기독교의 이미지를 갱신하고, 민족과 사회를 향해 강력한 희망을 제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환상을 봅니다. 그것은 우리 감리교회가 한국 기독교의 가장 대표적인 희망 브랜드가 되고, 감리교인들이 가장 신실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는 꿈입니다. 우리 감리교회의 영성과 예배와 복음을 위한 수고가 우리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가는 영적 나침반이 되는 그런 미래를 바라봅니다. 그것은 우리 먼저 썩어짐으로써 한국 기독교를 살리는 일이며, 우리가 먼저 섬김으로써 하나님의 교회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백서> 발간을 위해 같은 심정으로 애쓰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어둠과 빛의 갈림길인 강림절기에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과 진리로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