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선교회 총회 설교(2007.12.14)
평화의 왕
누가복음 2:6-14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다가 왔습니다. 오늘 교정선교회가 2007년을 결산하면서 총회를 열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올해 계획한 선교사업도 그 결실이 풍성하셨을 줄로 믿습니다.
요즘 같은 때를 한해의 끄트머리라고 합니다. 우리말이 참 재미있는데, ‘끄트머리’란 말은 끝이란 뜻이면서 동시에 머리, 곧 시작이라는 의미입니다. 송년회를 겸해 총회를 하는 것은 묵은 짐을 털어버리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사업과 계획을 선하게 인도하셔서 더욱 풍성한 은총이 있으시길 축원합니다.
지금은 교회력으로 대강절 둘째 주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 해 중에 어둠이 가장 깊은 절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강절이 어둠이 가장 깊은 때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빛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그리고 어둠이 가장 깊은 동지(冬至)를 보낸 직후에 우리는 성탄을 맞을 것입니다.
사실 감옥이라는 현장은 인생의 어둠이요, 겨울과 같은 곳입니다. 아마 교정선교회는 바로 인간의 깊은 어둠에 접근하여, 문을 두드리고, 빛을 일깨워 주는 선교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 고백교회 목사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가장 깊은 어둠의 때를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히틀러 암살 음모혐의를 받고 악명 높은 나치 감옥에 투옥되었는데, 그가 남긴 <옥중서신>을 보면 1943년 말 대강절기에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감옥에서 독방생활은 강림절에 관한 많은 것을 나에게 되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기다리고 희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 우리가 하는 일은 거의 아무런 결과를 낳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문이 닫혀있고 이 문은 오직 바깥에서만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다”는 본회퍼 목사의 실토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여지를 분명히 일깨워 줍니다. 그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으로 하나님을 바라본 희망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교정선교회가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수단 방법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자신의 계획과 방법이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믿고, 구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일뿐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경북 청송에 있는 은혜감리교회 목사와 만나 이야기 한 일이 있습니다. 그는 청송 산골에서 천여 주 매실나무를 심고, 무공해 매실을 만들어 팔면서 공동체를 꿈꾸는 농부 목사입니다. 그가 인근에 있는 청송감호소에 다니면서 선교활동을 하는데, 그 중에 두 사람에게 전도를 하고 보증을 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은 감옥에서 출소하면 은혜교회 공동체에서 같이 살면서 새 출발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출소하자마자 그 새벽에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들은 선량한 시골 목사를 이용만하였지, 정작 그들을 돌보려는 손길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목사는 한편으로는 배신감이 들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들에 대해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는 자주 하나님의 사랑을 배신하고,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곧 성탄이 다가 옵니다. 주님의 나심은 계획하신 예언의 성취요, 오랜 소원의 결과입니다. 그것은 인류의 희망이 이루어진 대사건이었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요, 죄인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고, 죄 많은 우리의 처소에 임하셔서 같은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기를 원하십니다.
일찍이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 임마누엘은 무슨 뜻입니까? 임마누엘이란 고백은 바로 하나님께서 내 삶과 우리의 역사에 개입하신다는 고백인 것입니다. 우리는 육신의 평강과 영혼의 평안, 그리고 삶의 평화를 가능케 하시는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고백하는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깨닫고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비록 주님은 말구유에서 태어나시고, 나사렛 목수 집에서 자라나셨지만, 오히려 아주 낮은 자리, 보통의 삶을 살면서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학대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봉사하는 일을 기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기에, 여러분께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백성의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바로 평화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구원받은 백성을 향한 약속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은총입니다.
평화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죄 때문에 깨어진 하나님에 대한 관계의 회복과 전인적인 구원을 뜻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2장 14절은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평화\\’이심은 하나님과 깨뜨려진 관계가 그의 죽으심으로써 다시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정선교회가 이러한 주님의 평화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증거하고, 우리 사회가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그 평화의 복음을 실천하는 모임이라고 믿습니다. 바라기는 이러한 성탄의 평화가 365일 교정선교회와 또 선교회가 선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모든 이웃들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나님께서 교정선교회 총회 위에 함께 하시고, 언제나 희망을 주는 선교회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