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성대학교 신학관 예술관 학생회관 봉헌예배 축사(2007.11.19)
희망의 열매를 거두라
시편 126:5-6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협성대학교 신학관을 비롯해 예술관과 학생회관의 봉헌식을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놀라운 대규모 건축공사였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최문자 총장님과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크게 치하드립니다.
새로 신축한 건물들은 앞으로 협성대학교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신학부와 예술학부가 독자적인 공간을 장만했으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협성대학교가 우리 153만 감리교회의 자랑과 기대를 담아 새로운 도약과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가기를 진심으로 축원드립니다.
저는 건물이 곧 대학의 발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농부가 씨앗을 뿌리는 수고를 통해 기쁨의 열매를 기대하듯이, 신학관, 예술관, 학생회관은 씨앗이 뿌려질 밭이요,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갈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 협성대학교가 인재를 키워내는 산실로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진리의 학교요, 우리나라의 다방면에서 또 세계라는 무대에서 일할 지식인과 기술인을 양성하는 지성의 전당으로서 풍성한 결실과 열매를 맺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대합니다.
흔히 사람을 키우는 것을 농사에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가정에서는 자식농사라고 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100년 대계라고 하는 것입니다. 농부는 해마다 같은 농사를 되풀이합니다. 그는 땅을 갈아 밭을 일구고, 갈무리한 씨앗을 봄에 뿌리며, 여름 내내 거름을 주고 잡초와 씨름하며, 해마다 찾아오는 가뭄을 견디고 비바람과 맞서며, 해충과 질병을 예방하고, 게다가 자연친화적인 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음으로써 비로소 제대로 된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시편 126편에서 시인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 오리로다”고 하였습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많이 심으면 많이 나고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두는 것은 인류의 경험입니다. 물론 모든 씨앗이 기대한 만큼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황무지에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고, 요즘 시절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자연재난 때문에 곤경에 처하더라도, 하늘을 잠시 원망할 뿐 농사를 포기하는 법은 없습니다. 지난 가을 소출에 대해 제 값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새 봄에 땅을 묵히는 농부들은 없습니다. 종종 사람들에게 속임을 당하고, 때로 법과 제도를 탓하지만 그렇다고 씨 뿌리는 일을 주저하지는 않습니다.
농부들은 하늘이 절대로 그들을 속이지 않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법칙에는 부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농부들은 이러한 하늘의 정직과 성실을 믿음으로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를 말씀하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농부가 낭비되는 많은 씨앗에도 불구하고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을 통해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는 절망적인 시작에서 출발하나 영광스런 결실을 가져올 것임을 분명하게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자연의 성장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한 개의 도토리가 참나무가 되기까지에는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사람을 키워내고,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얼마나 커다란 수고가 요구되겠습니까? 대학에서 일하는 총장님을 비롯한 교수님과 교직원 여러분은 밭을 가는 농부의 심정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오늘도 사랑의 밭에, 희망의 밭에, 미래의 밭에 씨앗을 뿌리는 분들인 것입니다.
심리학자 칼 메닝거는 “사람의 태도가 사실보다 중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현재 무엇이냐 하는 것보다 삶의 자세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유념하십시오. 이러한 삶의 태도조차 나의 의지나 결심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나의 노력만으로도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 오리로다”
성경은 우리에게 희망은 기쁨으로 거두는 날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날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즉 마침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희망은 바로 시작을 가능케 하는 힘입니다. 그 힘은 마침내 아름다운 귀결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날이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장 6절에서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고 하였습니다. 시작하게 하신 주님께서 열매 맺게 하실 줄 믿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희망의 밭을 일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물과 시설은 농사짓는 여러 가지 조건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그러나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신학관과 예술관, 학생회관의 완공은 그러기에 더욱 분명한 희망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협성대학교에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사학에 대해 불신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의 근대성의 상징인 대표적인 기독교 사학도 한낱 입시부정 때문에 그 신뢰의 뿌리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협성대학교가 123년 전통의 기독교대한감리회, 민족교육의 산실이요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신앙의 터 위에 세워진 학교임을 늘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대학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직한 인재, 세계에서 가장 희망을 품은 젊은이들을 양성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손길과 인도하심이 협성대학교와 이곳에 속한 모든 협성 가족 위에 같이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