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열사 순국 100주년 기념교회 봉헌식 설교(2007.7.14)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시 126:1-3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오늘 이준 열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이준기념교회 봉헌식에 참석하신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꼭 100년 전인 1907년 7월 14일에 이준 열사께서 여기 헤이그에서 순국하셨습니다. 그 고귀한 뜻을 모아 이준기념교회를 하나님께 봉헌하면서,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통해 온 누리에 참 평화와 참 사랑을 허락하시길 소망합니다.
이준기념교회 봉헌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지난 2년 동안 중앙연회가 중심이 되어 이준열사 기념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또 153만 감리교인들은 이 거룩한 성역에 벽돌 한 장, 유리 한 장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동참하였습니다.
이제 순국 100주년을 맞아 헤이그 현지에 기념예배당을 마련하여, 봉헌하게 된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몇 분의 수고를 치하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감리교회가 헤이그 현지에서 이준 열사 추모사업을 감당하지 못할 때에 일찍이 나라사랑의 마음으로 평생을 헌신해 오신 이기항 장로님 내외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봉헌이 가능하기 까지 처음 역사를 시작하신 권혁구 감독님, 뒤를 이어 마무리하신 박영준 감독님, 실무적으로 이 일을 감당한 이정원 총무님 등 중앙연회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또 상동교회는 100년 전 이준 열사의 역사를 계승하고, 되살림으로써 그 위대한 신앙유산을 현실화 하였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전 선교국 총무이신 강병훈 목사님께서 헤이그한인교회 이창기 목사님을 도와 이 예배당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준열사는 상동감리교회 엡웟청년회 회장으로, 또 속장으로서 이제 막 싹을 틔웠던 조선 감리교회의 든든한 일군이었습니다. 고종의 신임장을 품고 세계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한 것은 그가 얼마나 신실한 감리교인이며, 훌륭한 애국지사인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저는 이준 열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교회 뿐 아니라 온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 감리교회의 위인일 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 근대사의 위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 전을 더듬어 보면 우리는 선배 신앙인들에게 큰 빚을 진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100년 전 영적대각성운동은 남 감리회 하디선교사가 불씨가 되어 삼천리방방곡곡에서 영적 부흥운동을 일으켰고, 100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순국한 이준열사는 자기희생을 통해 민족의 자주독립을 일깨웠습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 감리교회를 들어 쓰셨던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였습니다. 우리는 100년 전, 영적각성의 불씨가 되고, 스스로 불꽃으로 피어난 하디 선교사의 영적 유산과 100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몸을 바쳐 순국의 피를 흘린 이준 열사의 자기희생을 오늘에 계승하고, 내일의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감리교회가 이준기념교회를 건립하는 것은 바로 순교와 순국의 교회로서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려는 것입니다.
저는 100년 전에 일어난 두 가지 역사를 더듬으면서 “꿈만 같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고백은 오늘 본문에도 담겨있습니다.
시편 126편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열방 중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저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다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시 126:1-3)
생각해 보십시오. 100년 전, 이 땅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한탄하고, 독립을 호소할 기회도 얻지 못한 이준, 이상설, 이위종의 분노와 아픔은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의 심정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시 나라를 빼앗긴 참담함과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비참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국권을 빼앗기고, 땅을 빼앗기고, 말과 성씨를 빼앗기고, 노래를 빼앗기고, 신앙을 빼앗겼습니다.
이준 열사는 예레미야처럼 우리 모두에게 예언자였고, 에스겔처럼 우리 모두에게 위로자가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식민지 박해와 동족상잔의 비극, 독재와 민주화 과정 등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신앙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미래에 대한 가능성으로 보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남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라는 감격과 감사가 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 이준열사의 이름으로 기념되는 하나님의 집이 마련되었으니 그 감동과 감사는 또한 얼마나 커다란 일입니까?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라는 감격이 여러분 모두의 감격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라는 은총이 여러분 모두가 누리는 은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준 열사는 역사의 과거와 오늘 현재에 이르기까지, 또 우리 민족 남과 북 모두에서, 그리고 민족의 경계를 넘어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존경받는 분이라고 합니다.
이미 헤이그에서 오래도록 이준열사를 기념하는 사업이 지속되어왔고, 이번에 10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추모행사를 주관하였습니다.
이제 100년 전에 있었던 이준 열사의 분노는 여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그의 분노가 박해받는 다른 민족에게까지 희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준 열사의 눈물이 나라 잃은 다른 나라에게까지 기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준 열사의 기도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준기념교회가 현지 한인들을 위한 예배는 물론 유럽 땅에서 감리교회의 선교거점으로, 더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사절과 세계평화센터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와 평화를 베풀어 주셔서, 이준기념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의 능력이 널리 드러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