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장로회 총회 설교(2007.5.31)
희망의 증인
눅 24:1-10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제16회 여장로회전국연합회 총회와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함께 모여 배우고 일하는 여장로회’를 주제로 열리는 총회가 장로로서 세움받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영적 재무장과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부탁드립니다.
요즘 세상이 참으로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여성들에 대한 지위가 향상되고, 역할이 상승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여성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여성에 대한 현실은 크게 변화를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여전히 권위적인 가부장제로 가득하고, 여성지도자가 많이 발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먼저 지도자 된 여러분들께서 믿음 안에서 여성의식을 발전시키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도 힘껏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전문화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함께 우리 한국교회의 위대한 ‘신앙의 어머니상’을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신앙인으로서, 어머니로서, 아름다운 모범을 만들어 오셨으니, 더욱 믿음의 자녀들과 신앙의 후배들을 양육하시고, 훈련시켜야 할 사명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번 총회 주제인 ‘함께 모여 배우고 일하는 여장로회’가 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주님께서 요구하는 여성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희망의 증인’으로서 역할입니다.
오늘 본문은 부활을 증언하는 첫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음서에 나타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의 증인으로 등장합니다.
부활 사건에 대한 처음 반응은 부질없는 헛소리 정도였습니다. 베드로조차 이상히 여기고 나머지 제자들까지 여자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의 증인 된 것은 우연이나,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매우 놀라운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물론 이것은 막달라 마리아 홀로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가복음 24장 10절을 보면, “이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라. 또 저희와 함께한 다른 여자들도 이것을 사도들에게 고하니”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자들의 역할은 ‘희망의 증인’으로서 일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역사를 일깨우는 새벽의 발걸음이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 일행은 한편으로 무서웠으나 기쁨에 넘쳐 달음질쳤고, 예수께서는 새로운 역사의 현장 갈릴리로 그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마리아의 행동이 설교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까지 부활절 설교라면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 또는 절망에 빠진 다른 남자 제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지위가 달라지면서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절 설교의 중심으로 부상되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올해의 부활절에는 새삼스럽게 막달라 마리아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회가 많았다” 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1992년, UN이 정한 ‘여성의 해’ 를 지내면서, 세계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활동영역은 급속히 확대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는 여성도 남자들과 똑같이 전투에 참가할 수 있도록 결정하였습니다. 감춰진 막달라 마리아의 등장은 여성들의 변화와 함께 드러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회의 변화와 의식의 변화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등장은 바로 여성의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물론 여성들이 이 시대의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일 것입니다. 아마 우리 딸이나 손녀들의 시대에나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양성평등은 이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7월, 세계경영연구원이 한국의 100대 기업 직장여성 297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최고경영자(CEO)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물음에 ‘앞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대답한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여성은 리더십이 없다’는 고정관념은 남성에게 뿐만 아니라, 여성들 자신에게도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사실 여성들의 지위와 권리는 저절로 자라나지 않습니다. 올해 10월에 열릴 입법의회에서 대부분의 남성 총대들은 여러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결국 여러분이 먼저 의논하고, 힘을 모으며, 자발적으로 여성들의 뜻과 권리를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여성들의 지도력을 키워가기 위해 먼저 여성들 간에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며, 도와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관심갖고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또 여성의 시각에서 부분을 보지 말고, 여성의 시각에서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경의 정신에 합당하며,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바른 순종임을 믿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일찍이 여성들에게 목사직을 허락하고, 장로 안수를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장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교단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고집스런 보수성은 여성들의 지위상승을 가로막고, 책임있는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먼저 감리교회의 장로가 되셨고, 한국기독교의 장로가 되셨으니,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교회 안에서 좋은 후배들을 지도자로 만들어 내고, 한국 기독교 안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비전을 위해 수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도 베드로는 장로를 가리켜 “양무리의 본”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장로의 직책을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요, 나타날 영광에 참예할 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그들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을 당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위하여 증언했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우리는 거룩한 직책을 위해 ‘희망의 증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사실 우리가 먼저 건강해야 든든한 감리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희망이어야, 여장로회가 먼저 희망을 줄만한 모임이 되어야, 우리 감리교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장로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바로 여러분이 우리 감리교회의 희망이 되셔야 합니다. 내 교회 안에서, 우리 지역 사회 안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면 사도 베드로의 말씀대로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벧전 5:4)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장로회전국연합회가 믿음으로 희망을 굳게 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하나 되고 연합하며, ‘신앙의 어머니상’을 확립하는 “희망을 주는 여장로회”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