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촛불기도회 말씀(2007.4.25)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미국 버지니아 공대 희생자들과 그들을 추모하는 모든 세계인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지난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먼저 하나님의 긍휼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귀한 생명을 잃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영혼과 깊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희생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가족의 상실감과 상처를 치유하시며,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평안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건 직후 즉시 미국연합감리교회와 세계감리교본부에 위로편지를 보냈습니다. 위로반, 염려반의 심정을 담았는데 이것이 WMC를 통해 널리 퍼뜨려진 모양입니다. 이번 주 들어 속속 답장들이 도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습니다.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했다”는 말씀 대로입니다.
사실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폭력 치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에 온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고, 참담한 비극 앞에 분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젊은이들의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인지, 회복도 빠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염려하던 대로 재미동포에 대한 대응 폭력은 아직 들은 바 없고, 오히려 가해자인 조승희군 까지 끌어안는 성숙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버지니아 공대 안에는 참사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단이 있는데 모두 33명개의 돌이 타원형으로 놓여 있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는 살인을 저지른 조승희군을 위한 추모석도 있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병든 한 불행한 청년으로 인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당하였지만, 책임을 따지기 전에 먼저 인간의 마음의 문제로 헤아리려는 태도가 좋아 보였습니다.
이것은 선으로써 악을 이기고, 사랑으로써 미움을 이긴 신앙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의 따뜻함과 인간다움을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 직후 미국 연합감리교회 사회국에서 낸 성명을 보면, 미국에서는 한 해에 10,400명이 총기사건으로 죽어간다고 합니다. 이라크에서 3년 동안 미군 3천 명 이상이 희생당한 것을 생각하면, 미국은 날마다 자기 땅 안에서 이라크 전쟁을 치루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UMC는 근본적으로 총기소유를 반대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였고, 이것은 오랫동안 교회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사회가 지닌 총기소유문제에 대한 태도와 세계평화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 세계는 분쟁과 테러로 많은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사회 안에도 크고 작은 폭력이 만연해 있습니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누구나 누려야할 행복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모든 물리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폭력을 부정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 이민하여 성장한 조승희군의 삶을 돌아보면, 오늘 우리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수치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을 냉대하고 차별하였습니다. 당장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된 이중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고 있는 인종적 편견도 지금부터 단순한 예방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인 돌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모두 우리 교회가 지닌 선교적 과제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먼저 폭력반대를 넘어서 모든 영역에서 폭력을 극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교회가 적극적인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이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버지니아 공대의 모든 희생자들과 그 가족 위에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이 같이 하시길 빕니다. 더 나아가 이 지구 안에서 폭력 때문에 죽어가는 모든 이웃과 파괴된 공동체 위에 하나님의 자비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