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교회 주일예배 설교(2007.3.25)
희망의 백성
신 26:11
반갑습니다.
하나님께서 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교회와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대전을 방문하여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멀리 자기 조국과 가족을 떠나서 낯선 나라에 와서 일하시는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한국생활이 고되지는 않습니까? 사실 여러분 모두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인데, 실제로는 여러분에게 좋은 이웃이 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생활에 더욱 익숙해지고, 한국인들과 좋은 친구가 되며, 여러분이 한국에 일하러 오신 꿈과 희망을 꼭 이루어가기를 바랍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 교회와 센터가 세워졌습니다. 김봉구 목사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여러분의 친구가 되고, 협력자가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나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달 2월 11일에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사건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저는 이 일로 매우 마음이 답답하였고, 당국에 대해 몹시 화가 났습니다. 사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서 우리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친절과 성의를 다해 돕지 못하고, 무관심했던 결과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했으나, 기회를 얻어 우리 자신의 불찰에 대해 꼭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에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에집트에서 탈출하여 자유롭게 살게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신 5:15).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에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고통, 학대받던 경험들, 자유와 해방에 대한 꿈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젠 잊어도 좋은 과거의 악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을 인하여 너는 레위인과 너의 중에 우거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신 26:11)
하나님께서 과거의 가난과 학대받았던 역사를 잊지 말라고 하신 것은 지금 우리 곁에 가난하고, 학대받으며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나누라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성경은 복을 나누는 것은 가족관계를 넓히는 일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넓히는 일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 가운데서 구원을 행하신 하나님께 대한 진정한 감사의 의미입니다.
해방과 자유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방법은 바로 그 은혜를 가난한 이웃과 외국인과 나눔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한국에서 교회를 알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족과 친구를 떠난 여러분에게 특별한 보호자가 되십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 형편이 어렵고,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들은 오직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삶, 그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진 운명일지 몰라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고, 그 기회가 우리를 구원하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기쁨임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2-30년 전만해도 우리 한국인들도 여러분처럼 많은 나라에 가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100년 전에는 하와이의 농장에 가서 일을 했고,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나갔으며, 중동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노동하였습니다.
그들의 피와 땀을 통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들의 수고와 희생은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고생을 하던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생스러울수록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세우고, 희망의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도와주시며, 희망을 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임을 믿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자기들이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 희망의 백성, 약속의 백성임을 분명히 깨달았던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 역시 여러분의 나라와 가족에게 큰 희망임을 분명히 믿으시길 바랍니다.
존 버거는 “이주노동자는 그 세대에서 가장 진취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이야말로 희망을 찾아, 미래를 창조하려고 이 땅을 찾아 온 개척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 불법체류로 어려움을 겪던 외국인노동자 120여명이 서울에 있는 감리교본부를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체포되면 추방당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잠자리와 먹을 것을 마련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일주일 이상 우리 사무실에 머물면서 같이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사실 대단히 불편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고, 편들어 주면서 우리 자신도 이 땅에서 임시로 거주하는 존재요, 또 외국인으로 살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이 교회는 억울한 일을 당한 외국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하늘의 위로를 전하며, 소망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분들이 좋은 한국인들과 만나고, 일한 댓가를 충분히 얻어서, 여러분의 희망이 구체적으로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자기 가정의 희망, 자기 민족의 희망, 하나님나라의 희망의 백성으로 살아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