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온정리마을 예배 설교(2007.2.6)
의좋은 형제
시 133:1, 마 5:1-10
반갑습니다. 오늘 금강산 온정리 마을을 방문하고,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방문을 허락해 주시고, 환영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온정리 주민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에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남쪽의 대표적인 기독교 교단인 감리교회 감독회장 신경하 목사입니다. 저와 함께 온 분들도 모두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와 장로들로, 우리 감리교회는 벌써 20년 가까이 북쪽과 협력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으며, 많은 관계자들이 이미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온정리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더욱 신뢰와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중에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1920년에 이곳 금강산 온정리에 이미 감리교회가 존재하였습니다. 개척자는 윤성렬 목사님이었는데, 교회 설립은 물론 금강학교라는 초등교육기관을 설립하였고, 또 수양관도 운영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일제 침략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지배하였기 때문에, 애국활동을 많이 했던 우리 감리교회는 많은 학교를 세워 민족지도자들을 양성하였던 자랑스런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온정리를 방문하기 원했던 것은 바로 우리 선배들이 땀흘려 일했던 땀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애정을 갖고 자주 찾아뵙기를 소원합니다. 이것은 화해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이고,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해야할 우리 시대의 역사적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겨울에 아름다운 명산, 금강산을 방문하게 되어 참 감회가 큽니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워 그 이름도 철따라 바뀐다고 배웠습니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이면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은 개골산으로 바뀌는 산의 이름처럼, 우리 민족 남과 북도 겨울에서 봄으로, 적대에서 화해로, 갈등에서 평화로 놀라운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는 금강산에 여러 차례 다녀갔는데, 여러분의 생활현장인 온정리 마을에 직접 오게 되어 감회가 큽니다. 천하의 명산 금강산 아래에 살고계신 여러분이 참 부럽습니다. 저 역시 남쪽 강화도 시골 출신이고 부모님도 농부이셨기 때문에 농촌 생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는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는 남과 북이 서로 형제요, 동포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1998년에 금강산 관광의 문이 열린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을 다녀갔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육로를 통해서 왔습니다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분명히 평화를 향해 물꼬를 트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셔서 화해와 통일의 징검다리를 놓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바로 온정리에 살고계신 여러분도, 현대에서 일하시는 여러분도 오늘 평화의 주역으로 부름 받았음을 믿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부지런히 평화의 꿈을 꾸고, 우리 민족 통일의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약속하셨습니다. 오늘 읽어드린 성경말씀은 예수님께서 산에서 백성들을 향해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산상설교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여덟가지 행복의 조건을 말하고 있는데, 지금 가난하고, 슬퍼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소망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특별히 산상설교의 여덟가지 행복의 비결 중에서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과 딸이 되는 특권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절박한 요구는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약속입니다.
그러기에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하늘나라, 즉 하나님의 새 세계에 참여하는 것임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평화를 사랑하시고, 그 평화와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으며, 지금도 평화를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남과 북은 형제이면서도 원수처럼 지내왔습니다. 전쟁까지 치루고 원수처럼 지내왔습니다. 그 상처와 아픔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남아있습니다. 다툼과 갈등을 겪으며 살아온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롭게 통일되는 일은 모두의 소원입니다.
비록 우리는 군사적인 관점에서는 서로 적대시하지만, 민족의 관점에서는 형제자매입니다. 우리는 꼭 하나가 되어야 하고, 서로 왕래하며, 평화롭게 살아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확신하건대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을 한 가지 손꼽으라면 평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000년에 우리 민족을 들뜨게 하고, 전 세계에 한민족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렸던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 사이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향한 약속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더욱 협력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계속 하나님께 간구해야 합니다.
성경 시편 133편 1절은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라고 말씀하십니다. 남과 북은 서로 한 형제요, 자매이며, 또 같은 식구요, 피붙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형제간의 의를 가르치셨습니다. “동기간에는 늘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서 업어 기르실 때 “동기 간에 화목동이”라고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같은 민족 간에, 형제자매 사이에, 평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남이나 북이나 구별이 없습니다. 저는 여기 온정리에서부터 그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의 만남이 특별합니다. 이것은 화해를 향한 작은 징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듯 우리가 서로 화목하며 의좋게 사는 일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금강산 사업을 잘 인도해 주시고,의좋은 형제가 벌이는 사업을 축복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특히 온정리 마을이 발전하고, 풍요와 평화의 터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을 다녀가는 모든 남쪽 사람들이 이곳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소망을 품고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 남과 북을 사랑하셔서,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 통일과 번영의 공동체로 이 시대에, 이 역사에 바로 세워주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