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성탄예배 혼혈아동 설교
만민의 주님, 아기 예수
눅 2:10-11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려고 나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평화와 땅의 기쁨이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오늘 광화문 희망광장에 나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특별히 오늘은 국제 결혼가정의 2세들, 이주민 가정 2세들, 특히 혼혈아동이라고 불리는 귀여운 천사들을 모시고 성탄예배를 드리게 되어 매우 기쁘고 흐믓합니다. 하나님께서 아기 예수처럼 맑고 귀하게 자란 우리 혼혈 아동들에게 언제나 복을 주시고, 애굽에서 이주민으로 살았던 예수님의 부모님처럼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주민 가족들을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대접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성탄은 이런 어린아이들의 마음으로 경배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시간 한 밤중에 천사의 합창을 들은 목자의 마음으로, 별을 보고 먼 길을 찾아 온 동방박사의 심정으로 이곳에 나아왔습니다. 우리 모두 거룩한 성탄을 위해 헌신했던 마리아의 순종함으로,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던 동방박사들의 겸손함으로, 하늘의 영광을 노래했던 천사의 평화로움으로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를 맞이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의 나심은 계획하신 예언의 성취요, 오랜 소원의 결과입니다. 그것은 인류의 희망이 이루어진 대사건이었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요, 죄인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고, 죄 많은 우리의 처소에 임하셔서 같은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기를 원하십니다.
일찍이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바로 예언의 성취였습니다. 구약 성경의 예언자들의 생생한 말씀이 역사와 현실 속에서 드디어 실현된 것입니다.
임마누엘은 무슨 뜻입니까? 바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의미합니다. 임마누엘이란 고백은 바로 하나님께서 내 삶과 우리의 역사에 개입하신다는 고백인 것입니다. 우리는 육신의 평강과 영혼의 평안, 그리고 삶의 평화를 가능케 하시는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고백하는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깨닫고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왕은 우리 곁에 어떤 모습으로 오셨습니까?
성경은 그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새 호적령으로 인해 아기의 부모는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먼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의 가족도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었습니다. 이주민의 신세가 얼마나 고달픈지 성경은 아기 부모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몸이 무거운 어머니는 여관은 커녕 해산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남의 마굿간에서 몸을 풀었습니다. 아기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눕혀졌습니다.
누가복음은 그 거룩한 밤의 분위기를 신비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밤에 양을 치던 목자들이 처음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목격합니다. 한 평생 노동만 하며 살던 그들은 첫 경배자가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천사의 음성을 들었고, 수많은 천군들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는 장엄함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감격이고, 감동입니다. 한 마디로 이 땅에 평화의 왕이 오셨음을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탄절을 맞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비록 주님은 말구유에서 태어나시고, 나사렛 목수 집에서 자라나셨지만, 오히려 아주 낮은 자리, 보통의 삶을 살면서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학대받고, 버림받고, 나그네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봉사하는 일을 기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기에, 우리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백성의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의 평화, 샬롬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구원받은 백성을 향한 약속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은총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사는 땅에는 평화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쪽방사람들, 자식에게까지 외면당하는 소외된 노인들, 장애인들, 이 땅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오늘의 주인공인 피부색이 다르다고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혼혈 아동들은 바로 평화가 가장 시급한 이웃들이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독일 속담에 “하나님은 다양한 피부색을 지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구분하고, 혈통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아기 예수는 각 민족마다 저마다 자기 피부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는 아기 예수가 검은색이고, 인도에서는 황색이며, 서양에서는 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동방박사 세 사람의 얼굴 중 한 사람이 언제나 검은 것은 바로 아기 예수님께서 만민을 위한 주님이심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베들레헴 마구간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은 말구유로 내려가야 합니다. 낮아지는 겸손과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그리스도를 만날 수가 있으며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성탄을 축하하는 오늘의 우리 마음에 진실한 구유가 마련될 때 거기서 예수님은 탄생하는 것입니다.
오늘 성탄절 예배에 참석한 여러분!
우리 모두 주님의 마구간으로 내려가십시다. 우리 스스로 몸을 비워 진실한 구유가 되십시다. 그리하여 평화의 씨앗을 잉태하고, 평화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십시다. 예수님의 전 생애가 최대의 겸손이요, 최대의 희생이었을 때 온 세계가 그리스도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따라 자기를 비우고,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십시다.
하나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 하는 성탄절 경배자들과 함께 하시고, 혼혈 아동들과 아이들을 돌보는 모든 기관들과 교회들, 특히 펄벅 재단 위에 함께 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