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22 아현중앙교회 순교자 출판 기념예배 설교
영원한 상급
마 5:10-12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기 모이신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역사적이고, 뜻 깊은 예배를 드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감리교회가 복음을 위한 선한 싸움에서 순교하신 선배 신앙인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에 소홀히 해왔는데, 아현중앙교회의 노력과 수고로 빚을 조금 갚게 하셨습니다.
아현중앙교회는 50년 전에 현 아현교회의 전신인 북아현교회로부터 따로 살림을 낸 교회이지만, 남들이 모두 짐스러워하는 역사의 고난까지 새 살림에 포함시켜 자산으로 삼으려는 모범적인 교회입니다. 특별히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6.25와 한국감리교회 순교자>란 역사자료를 책으로 낸 것은 어떤 소문난 잔치보다 더욱 의미 있고, 값진 일이기에 감독회장으로서 아현중앙교회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높이 치하하고 싶습니다.
일찍이 김성렬 목사님께서 아현중앙교회를 ‘순교자 기념예배당’으로 정하고, 이 분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순교의 영성을 기려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판되는 이 책도 그 역사의 결실이요, 후배들의 사랑의 보답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6.25와 한국감리교회 순교자>책을 널리 보급하고 소개하여, 우리 감리교회의 자랑스런 신앙유산으로 삼고, 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외면하는 현실 속에서 후세대 신앙인들의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역사의 상처로 고통을 당하신 유가족들께 큰 위로와 자랑이 되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우리 한국감리교회가 십자가 신앙을 다시 바르게 세우고, 참된 순교의 영성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6.25 순교자 가운데 김유순 감독님과 조상문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분들은 해방 직후에 아현교회 담임자이셨으니 제게는 오랜 전임자이십니다. 또한 김유순 감독님의 경우 해방 후 복흥파와 재건파로 나뉘어 분열되었던 감리교회가 통합하면서 감독이 되셨으니 감독회장으로도 오랜 선배가 되시는 분입니다.
김유순 감독님께서는 6.25 전쟁 중에 감독으로서 한국 감리교회를 이끄셨으니 얼마나 무겁고 힘든 십자가를 지신 분입니까? 끝까지 서울에 남아 죽기를 작정하고 신앙을 지키셨으니 얼마나 철저한 책임을 지닌 분입니까? 당시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는 사수론과 “하나님과 국가에 맡겨야 한다”는 현실론이 크게 갈등을 했는데, 결국 사수론이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김유순 감독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김 감독님이 선택한 사수론은 총과 수류탄이 아니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목회 원리였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서울 사수를 외쳤던 사람들이나, 현실론을 내세웠던 사람들도 모두 서울을 빠져나가 피난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유순 감독님을 비롯한 소수의 목회자는 끝까지 남아 불안해하는 양과 교회를 지키다가 결국 체포되었고, 납북되었으며, 마침내 순교의 피를 흘리시게 된 것입니다. 이분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북행길을 떠났고,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참 순교자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순교의 정신과 희생을 기념하고, 그 신앙의 모습을 본보기로 삼으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입니다. 교회를 죽기까지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증거하다가 민족과 역사의 거룩한 희생제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해 12월 초에 순교자 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최인규 권사, 서기훈 목사 순교자 추서예배’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우리 감리교회 역사위원회가 주관하여 순교자 개념정리를 위한 세미나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감사한 것은 비록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한국감리교회는 내년부터 6월 넷째 주일을 순교자 기념주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순교자의 희생과 영성을 우리 안에서 계승하고, 믿음을 연단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제 아현중앙교회가 이 책의 발간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교단의 순교자 기념사업에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성경은 이미 많은 순교자의 고난과 고통 속에 교회가 존재해 왔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니라”(벧전 5:8-9).
예수님은 의를 위해 고난당하는 자의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산상수훈에서 가르치신 팔복은 우리 인간들의 상식과 세상의 판단과는 전혀 다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고통은 저주이며, 불행입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보면 고통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엄청난 의외와 역설 앞에 흔들리기 쉽지만, 지금도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주님은 십자가를 통해 위대한 역설을 산 증거로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죽임을 부활로 바꾸시고, 저주를 경배로 전환시키신 일은 모두 하나님이 만들어 가신 일입니다.
그럼으로 예수님께서는 주님 때문에 당하는 욕과 핍박, 모든 악함조차도 행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현재 당하는 고통은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하시기만 하면 기뻐하고 즐거워할 일이 됩니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마 5:10).
저는 이 말씀이 먼저 가신 순교자의 영성이요, 부활의 영성임을 믿습니다.
오늘 이 예배를 통해 우리 감리교회 안에서 순교자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아름다운 사건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의를 위해 손해 받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희망합니다. 핍박을 받고, 욕을 자처하더라도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감리교회가 순교의 영성을 본받아 교회마다 진정한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가 되고,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를 이루는 주님의 몸이 되는 교회로 새로워지기를 축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창립 50주년을 맞은 아현중앙교회와 이 교회가 자처하여 짐을 진 거룩한 순교자 기념사업 위에 크신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