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29 구세군 본부 방문 아침예배 설교
소금기 있는 교회
마 5:13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동역자 된 구세군대한본영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구세군 대한본영을 방문하여 사령관님을 비롯하여 여러분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렇게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본래 구세군과 감리교회는 한 뿌리에서 태어난 자매와 형제입니다. 오늘 이 만남을 통해 서로 좋은 친교를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가운데 든든히 서 가는 공동체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특히 이 자리를 통해 지난번에 전광표 사령관님께서 우리 감리교 본부를 방문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우리는 오랜 전 부터 한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감리교나 구세군이나 정동에서 선교부가 시작하였고, 지난 100여 년 동안 이웃으로 지냈습니다. 일찍이 NCC에서 동역자로, 동지로 일해 왔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교단장이 왕래를 하고, 강단을 교류하게된 것에 대해서 저희의 불찰임을 깨닫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인식과 협력을 통해 서로 동역하면서 서로 더 넓고, 더 크고, 더 깊이 있게 교회 간 친교와 공동선교 과제를 가지고 관계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 5;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옛말에 “사위 마음에 들려면 양념이 열두 항아리”란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금은 12 가지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금이야말로 맛의 으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소금이 좋은 것이나 소금도 만일 그 맛을 잃었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눅 14:35)라고 하신 것은 바로 우리더러 맛을 낼 줄 아는 존재가 되라고 일깨우신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그리스도인다운 맛도 나고, 또 사람 사는 맛도 풍기는 그런 예수쟁이가 되라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즉 하나님을 믿는 신실함과 더불어, 사람 냄새가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새우젓이나 간 고등어처럼 적절한 짠맛을 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으로 소중한 세상입니다.
옛부터 소금은 참 소중합니다. 우선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서양 격언에 “소금이 쉴까?”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민족에게든 소금에는 종교성의 차원이 있다고 합니다. 소금의 불멸의 생명력은 소금을 통해 영원성을 느끼게 하였고, 신성의 경계에 이르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성경에 소금언약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약속을 의미합니다.
민수기 18장 19절에 보면,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거제로 드리는 모든 성물은… 이는 여호와 앞에 너와 네 후손에게 변하지 않는 소금 언약이니라“(민 18:19).
기독교 전통에서는 한동안 세례용 물에 소금을 타기도 하였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악령, 악마, 마녀를 쫒는 데도 이용되었습니다. 요즘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면 가롯 유다의 곁에 있는 소금 그릇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그의 배신을 암시한 것입니다.
이러한 소금언약은 하나님의 약속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되 물릴 수도 없습니다. 여호와께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먼저 사람과 약속하시고, 특별한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이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민족들에 속한 사람들에게도 확대되었습니다.
우리 구세군이나, 감리교회나 이러한 언약 속에서 존재합니다. 소금은 실제로 예수를 따르는 일의 철저성 또는 예수의 가르침 자체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사람들은 교회에 별로 매력이나, 기대를 거고 있지 않습니다.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어야”(호 12:6) 할 교회가 복음의 참뜻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지 않고, 기복신앙과 물질주의, 성장주의에 마음을 주고 의지한 결과 이 사회는 교회를 향해 문을 닫았습니다. 맛을 잃은 소금처럼, 가물거리는 등불처럼 위기의식만 커져 갑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잘잘못을 따질 줄만 알았지 어느 것 하나 바로 잡거나 갱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제 생각에 오늘의 교회에는 소금기가 부족합니다. 주문자의 입맛에 맞게 당의정을 입힌 달콤한 말씀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교회를 두루 건강하게 할 복음에 충실한 적당한 소금기가 요청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마 5:13). 한마디로 예수님은 우리에게 맛을 낼 줄 아는 존재가 되라고 일깨우십니다.
WCC 성경연구운동을 주도했던 한스 뤼디 웨버 목사는 ‘솔티 크리스찬’(salty Christian) 즉, “소금기 있는 그리스도인”이란 말을 했습니다. 소금은 실제로 예수를 따르는 일의 철저성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자체를 의미합니다. 바로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가르침이 제자들의 삶과 오늘 우리들의 일상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소금처럼 남에게 배어나고, 우러나야 할 것입니다.
또 독일개신교회(EKD) 의장인 만프레드 코크 감독은 “세상과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는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이웃과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는 말은 언제나 진리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교회와 세상을 복음으로 이어주는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 5:13).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선언은 바로 우리 자신이 소금이라는 것입니다. 소금이 되라는 말씀이 아니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소금 그 존재자체라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보다 뼈를 깎고, 재를 뒤집어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성장에 걸맞은 성숙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세상의 변화에 어울리는 화해와 평화의 사역을 요청됩니다.
올해 7월 20일-24일에 서울에서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가 열립니다. 많은 감리교인과 웨슬리의 신앙을 계승한 외국인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감리교대회의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바라기는 이번 대회가 우리 민족의 분단의 아픔과 극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한국감리교회의 성장과 영적 부흥을 증거하며, 더 나아가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구세군대한본영 사령관님을 이 대회에 정중히 초청합니다. 그리고 세계감리교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소리는 많으나 음성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구세군대한본영이 거룩한 사역을 하는 가운데 진리의 예언자로 목소리를 높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나직히 주님의 음성에 귀 귀울이게 하는 그러한 창조적인 대언자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