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24 평화통일국제포럼 설교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
고후 5:18-20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오늘 ‘평화 ․ 통일 국제포럼’에 참석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특히 미국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연회에서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반도 화해를 위한 세계교회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나가는 일에 동반자의 길을 걷게 되길 희망합니다.
오늘 ‘평화 ․ 통일 국제포럼’을 열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은 서로 분단된 채 살아왔습니다. 서로 적대하며, 증오의 장벽을 높이 쌓아도 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휴전과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 살기 위해 기도하게 되었고, 또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는 그 과정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 포럼이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어 가며, 마침내 온 겨레가 하나 되는 그 날을 위해 디딤돌을 놓는 자리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특히 올해는 남과 북의 교회가 처음으로 만나, 함께 예배와 성만찬을 나누었던 스위스글리온회의 2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처음 한국교회가 분단현실 극복과 평화통일을 선교과제로 삼은 것은 198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1970년대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참여했던 한국 기독교는 광주의 비극을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실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통일 논의가 불가능했던 당시 국내 상황은 해외교회의 협력이 필요하였습니다. 1984년 10월, WCC 국제문제위원회가 주관하여 일본의 도잔소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에 관한 협의회’는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에 중요한 출발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분단은 한반도에서 모든 악의 근원이 되는 원죄와 같으며, 남과 북이 만남과 교류를 통해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화해와 신뢰를 얻는 것이 평화와 통일의 첩경이 된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10여 년 전 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로운 통일논의가 가능해졌으며, 남과 북의 관계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도 서부연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많은 인적교류를 하였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사회와 교회를 위해 물적지원을 하였습니다. 특히 조선그리스도교 연맹의 평양신학원 운영을 전폭 지원함으로써 북한교회의 미래 목회자 양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과 북은 민족적인 관점에서는 형제자매이지만, 군사적인 관점에서는 적임에 틀림없습니다. 155마일 휴전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우리가 통일을 노래하는 까닭은 남과 북이 숙명적으로 끌어안아야 할 형제자매이기 때문입니다. 또 적대관계를 철폐하고, 핵무기를 금지하며, 테러와 전쟁을 예방하는 일은 세계교회와 국제나라들의 공통된 합의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성경에 보면 에서와 야곱이란 두 인물은 서로 쌍둥이 형제였으나, 서로 원수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년 만에 감동적으로 서로 얼싸안고 화해를 합니다. 우리나라 남과 북은 마치 야곱과 에서처럼 ‘적대적인 형제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남과 북은 서로 적대성을 감소시키고, 공존과 동반자 관계로 살아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통일노력일 것입니다.
그것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화해입니다. 성경은 고린도후서 5장 20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 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간청하노니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
우리 인간은 본래 죄인이어서, 선하신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습니다. 죄 많은 인간은 결코 하나님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먼저 인간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미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화해 선언, 이것은 하늘로부터 온 선물이며, 은총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과 화해하신 하나님의 증표이고, 이것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십자가의 도를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나를 화해자로 부르셨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먼저 화해를 시작하시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화해의 사절이 되리라고 명령하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가운데 죄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책망하시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시고, 용서하셨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은 이미 화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며, 이 땅에서 화해케 하는 직분을 맡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화해케 하는 일, 이것은 구원받은 백성의 사명이요, 하나님의 자녀 된 이들의 특권입니다.
이러한 화해의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 모인 교회는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화해와 평화의 증표가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를 간절히 원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평화는 구호에 그치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여덟가지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산상설교의 말씀인 마태복음 5장 9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예수님은 행복 중에서 가장 큰 행복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특권을 얻는 일인데, 이러한 특권에 참여하는 길은 바로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확신하건대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을 한 가지 손꼽으라면 평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화해자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행복을 이루는 가장 큰 비결인 것입니다. 즉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하늘나라, 즉 하나님의 새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라고 부르셨습니다.
한국감리교회는 올해 7월, 서울에서 세계감리교대회를 개최합니다. 세계 132개 감리교회 회원국에서 약 5천여 명의 대표단이 서울을 찾아올 것입니다. 이번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의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한마디로 ‘화해’입니다. 오늘 \\’평화 ․ 통일 국제포럼\\’이 열리게 된 것도 이러한 화해의 마당에 앞서서 먼저 희망의 문을 열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고난과 핍박을 받았습니다. 이민족의 침략, 일제 식민지 지배, 분단의 고통은 끝없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감리교회가 민족의 고난과 함께했던 역사적인 교회라는 평가를 듣는 것은 당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민족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평화를 위해 일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미완의 해방을 극복하고, 이 민족이 완전한 해방을 누릴 수 있도록 주님과 함께 새로운 제2의 출애굽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그것은 분단의 세월을 청산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통일을 이룸으로써 가능합니다. 특히 화해자로 부름 받은 교회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이 더욱 신실하게 기도하고, 참여함으로써 그 실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셔서 남과 북이 진정한 화해를 통해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