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연회 목사안수식 설교(2006.4.5)
제자의 길
마 4:19-20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남부연회와 연회원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006년도 전국 연회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남부연회가 곽성영 감독님의 인도 아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특히 희년을 맞은 남부연회가 새로운 비전과 희망으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든든히 서가며,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는 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 시간은 연회 개회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목사안수식은 한마디로 우리 감리교회의 미래를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목사안수식을 축하하고 축복하기 위해 이곳에 오신 가족과 교인 여러분에게도 감동적인 시간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의 주인공은 모든 과정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선 후보자들입니다. 저는 선배 목사의 한 사람이며 동시에 여러분의 감독회장으로서 진실한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큰 축하를 드립니다.
지금은 고난주간을 앞둔 사순절기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고난에 참여할 때 주님의 부활에도 참여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사실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기보다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십자가를 짊어지려는 고난의 길입니다. 이미 주님을 사랑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님께 순종하였고, 말씀에 순명하였으며, 진리를 위해 순교하였습니다. 이제 목사로서 안수를 받는 것만큼 분명한 제자의 길은 없을 것입니다.
본문은 예수님과 베드로의 첫 만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해변에서 시몬과 안드레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본문은 그 아름다운 사건을, 그 숨 막히는 고백을, 그리고 뼈에 사무치는 감동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대한 두 젊은이의 응답을 보십시오. 마태복음은 결단의 즉각성을 강조합니다. “저희가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쫒으니라”(마 4:20). 또 누가복음은 철저한 포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를 따르니라”(눅 5:11).
성경에서 제자로 부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삶을 진지하게 붙잡고, 고난을 이겨낸 경험이 있으며 특히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인식해 온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어부, 세리, 혁명당원들인 그들은 뜨거운 가슴과 가난한 진실을 소유한 이들이고,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였으며, 무엇보다 뜻밖의 부르심에 과감히 응답했던 장본인들입니다.
저는 목사 안수의 거룩한 자리에 나아온 여러분에게 권면합니다. 이 자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마주한 자리요, 주님에 대한 첫 사랑을 회복하는 자리요, 죽기까지 충성을 맹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다시 갈릴리 해변에서 다시 베드로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 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가로되 주여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 양을 먹이라”(요 21:17)
이 복된 만남과 질문이 베드로에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죽게 한 위대한 동기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그런 위대한 제자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한국 교회의 위기는, 한국 목회자들의 위기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물음을 잊어 버렸기 때문에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거룩한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다만 거룩한 물음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진정으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그 거룩한 물음에 근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거룩한 물음이 나를 일으켜 주고, 길을 돌아가게 하고, 새로운 삶을 다시 결단하게 하고, 하나님의 뜻을 돌이키게 하기 때문입니다.
감독회장의 직무를 하는 중에 종종 어떤 목회자에 대해, 어떤 교회에 대해 교회 안팎에서 시시비비가 오르내리는 것을 듣습니다. 제게 직접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고, 인터넷을 통해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 자신도 구설수를 듣고,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게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또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정심이 들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어떠한 비난과 책망보다 먼저 거룩한 질문이 요청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 물음이 나를 살리고, 그리고 우리 교회를 살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를 살릴 것을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 모두 가장 위대한 사도요, 주님을 가장 사랑했던 제자 베드로를 본받기를 바랍니다. 사실 베드로는 저나 여러분처럼 흠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의 흠과 결격사유,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에 담긴 사랑을 통해 초대교회의 위대한 사도 베드로의 모습을 발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베드로란 이름을 주시고 그 이름을 직접 부르셨습니다. 베드로의 약점 그대로, 베드로의 부끄러움 그대로 용납하셨던 것입니다.
이제 목사 안수의 자리에 선 여러분!
목회 현장은 언제나 여러분에게 짐스러울 것입니다. 목사라는 직책은 언제나 여러분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성취보다 좌절을 더 많이 겪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사랑하십시오. 그 사랑 때문에 여러분의 직분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젊었으니 세상을 향해 도전도 하고, 여러분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고난도 자처하십시오. 아직 소유한 것이 별로 없으니 더 열심히 포기하고, 끝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를 사모하고, 자유를 그리워하십시오. 남의 눈총을 의식하면서 자기를 옭아매는 목사가 되기보다는, 주님의 은총을 의식하면서 끝없이 진리를 추구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자랑스런 목사로서, 하나님의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위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희망을 설계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목회 선배로서 진심으로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요, 복음의 전도자입니다. 여러 가지 형편에 처하더라도, 늘 낮은 자로 겸손히 처신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며, 순종하며, 목회의 시련과 훈련을 달게 받으십시오.
힘들 때마다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분을 닮아 가는 일, 배우는 일, 그 분처럼 사는 일은 어렵지만 우리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천성으로는 어렵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 가능합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표어로 삼고 있습니다. 호세아 선지자는 “그러니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사랑과 정의를 지키며, 너희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두고 살아라”(호 12:6)고 권면합니다.
우리의 희망은 오직 하나님께 향한 것이며, 우리 역시 하나님의 선물로 이 땅에 존재함을 고백합니다. 우리 감리교회와 목회자라는 존재가 이 땅에서 희망이 되고, 하나님의 선물임을 보여줍시다.
그리하여 우리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감리교회의 동역자로서, 온 세상에 하나님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십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