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06 피지 비전 컬리지 직업훈련관 봉헌예배 설교
희망으로 오신 예수
눅 22:26-27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남태평양의 십자로에 위치한 피지를 방문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곳을 처음 방문합니다. 피지를 축으로 하여 수직선상에 있는 섬들을 가리켜 ‘멜라네시아’라고 부르고, 수평선상에 위치한 섬들을 ‘폴리네시아’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하늘에서 인공위성으로 남태평양을 내려다보면 마치 커다란 십자가 모양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지구에서 가장 큰 십자가를 방문한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넘치는 사랑이 아름다운 땅 피지와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피지지역은 우리 한국감리교회 선교 지역 중에서도 특별합니다. 대개 교회 개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다른 교단의 선교방향과 달리, 학교 건립과 제자양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늘 아름다운 선물이요, 열매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120여 년 전 한국 땅에 처음 선교사로 왔던 분들이 우리 민족을 근대화하고, 사회를 개혁하는데 관심을 가졌던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오늘 봉헌하는 나시까와 비전 컬리지의 직업훈련관은 대단히 모범적 사례라고 믿습니다.
감리교 선교사가 파송되어 오래지 않아 피지는 물론 온 세계를 복음화 시킬 하나님의 일꾼을 양육하는 학교를 설립한 것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나시까와 비젼 컬리지(Nasikawa Vision College)의 이름은 이 학교 대지를 기증한 부족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아니라면 이 넓은 학교 부지를 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동의해 주고, 정부가 협력해 준 일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강남동지방 교회들의 오랜 기도와 전폭적인 지원은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섭리이심을 믿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러한 선교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선교의 처음과 나중은 모두 영원한 희망이신 그리스도를 향하게 하는 길임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병든 사람들, 즉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은 바로 복음 선포의 주요 내용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22장 27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눅 22:27)
예수님은 자신을 종의 신분으로 겸손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주님은 지배자나 섬김을 받는 자로 이 땅에 오지 않았으며,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소외, 그리고 연약함에 동참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는 ‘섬기는 자 그리스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 희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변두리로, 낮은 곳으로, 그 소외와 곤궁과 비참의 자리로 자신을 이동해 오신 분입니다. 에로스는 올라가는 사랑이지만, 아가페는 내려오는 사랑입니다. 에로스는 자신을 격상시키려는 욕망이지만, 아가페는 자신을 내어 던지려는 의지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가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분이 내려오는 사랑을 보여 주셨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복음의 열정을 품었던 위대한 전도자였고, 사회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죄악과 도덕적 타락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사회의 죄악들을 치유하지 않고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원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각 개인이 거듭남을 체험하고,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사랑을 실천할 때 사회문제도 동시에 해결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한국 감리교회 선교사들을 통해 더욱 헌신적으로 피지 땅에 드러내기를 소망합니다. 특별히 나시까와 비전 컬리지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들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지식과 기술로 훈련받아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앞장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피지 땅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 그리고 나시까와 비전 칼리지 등 모든 교육과 선교사역에 함께 하시고, 복을 주시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