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1-25 원로원 방문예배 설교
주님을 본받는 새해
빌 2:5-11
할렐루야!
새해, 새아침에 하나님의 은혜가 원로목사님 가정에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올해는 병술년입니다. 요즘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합니다. 흔히 말하듯이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몸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선배님들, 특별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 어떤 좋은 소망을 하나님께 아뢰셨습니까?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주님 안에서 평안하며, 자녀들에게도 효도를 받으시고, 소원하는 일이 형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새해가 왔다고 저절로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시간은 그 자체로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다만 새해를 맞아 새롭게 결단하고, 새해를 맞아 또 다시 다짐하고, 새해를 맞아 뜨겁게 기도함으로써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 모두가 나 자신이 먼저 새로워져서, 나를 통해 새로운 역사,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시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사실 날마다 변화한 것은 외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는 늙어간다는 뜻에서 늙을 노자, 노년(老年)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익어 간다는 뜻에서 열매 실자를 써서, 실년(實年)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더욱 성숙하고, 열매를 맺으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내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선교 120년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는 큰 부흥과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선교 초기에는 민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면서 신뢰를 받았지만, 오늘에 와서는 분열주의, 세속주의, 기복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감독회장이 되면서부터 ‘희망의 전도사’ 노릇을 자처한 까닭은 바로 교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복음의 기본으로 돌아와야만 교회가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한 마디로 오늘 우리 교회가, 목회자와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예수, 입으로만 주여를 외칠 뿐,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주님을 영접했지만, 내 삶의 중심에 모시지 않고 가장자리에 방치해 두었습니다. 교회에서 중요한 책임을 맡았지만 청지기의 노릇보다 자신이 주인이 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색은 겸손과 복종과 헌신 이었습니다. 주님은 인간을 지배하기를 원치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길을 원치 않았고, 다만 하나님의 길을 원했습니다. 주님은 높임을 받기보다, 인간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를 원하셨습니다.
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이 감옥에서 쓴 편지입니다. 바울은 감옥 안에서 빌립보 교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교회든 어느 공동체든 질서나, 말이나, 인간관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저는 그리 큰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위기는 교회의 존재 의미와 목적, 정체성 등이 확실치 않을 때 찾아옵니다. 사람을 자르고, 조직을 개혁하고, 행정을 정비한다고 교회가 다 안정되고 발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갈등과 위기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과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죄인이고, 그 죄인들이 모여서 교회를 이루기 때문에 갈등과 위기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갈등과 위기 속에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교회 일을 심사에 맡기고, 재판에 의지하면서 하나님의 개입과 중재를 외면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일을 피해 갑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께서도 내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하시고, 철야하시고, 금식하셨는데, 우리 교회는 주님을 섬긴다면서 늘 내 편과 우리 이익과 내 배를 섬기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실패의 원인은 연약함에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구원 받은 사람들입니다. 구원받은 이들은 자신의 삶속에서 성화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며, 어떤 분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누구 못지않게 사랑합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깊은지, 우리는 나를 구원하신 주님의 사랑을 다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우리의 주님 안에서만 참 존재이유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복종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종이 되시고, 스스로 낮추시고, 스스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신 주님의 모범을 닮아야 한다고 고백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알고,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깨달으며, 자신의 한계와 연약함과 죄인임을 고백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성령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에 역사하셔서 인격을 새롭게 하시고 성숙한 삶으로 이끌어 나가십니다.
2007년도는 평양대부흥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평양대부흥은 1903년 원산부흥운동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 감리교회의 하디 선교사와 감리교인들이 부흥운동의 주역들이었습니다.
하디 선교사가 부흥운동 이전에 제출했던 선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에 대한 실망과 정죄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부흥운동 후에는 성령의 임재로 이루어진 내적 변화에 대한 감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즉 실망이 희망으로, 좌절이 감사로 변하는 감격의 생활을 가능케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1903년 여름, 원산에서 일어난 회개와 중생의 체험 때문입니다. 당시 회개의 내용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또 은총을 입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편안하게 자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충격과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을 이루어 가기 위해 먼저 영적각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굳게 믿습니다. 특별히 올해에는 철저하게 감리교인다운 감리교인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영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처음 메도디스트들의 마음과 행함을 닮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고, 뜨거운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희망의 새 사람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는 거룩한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믿음은 희망의 새날을 예비하는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입니다. 새해 새 다짐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새롭게 결단하려는 여러분을 통해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의 주역으로 든든히 세워 주시길 소망합니다.
새해에는 새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오랜 타성에 젖었다면 그 타성을 깨어 나가고, 지금까지 우리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로 방향타를 옮기는 그런 감리교회의 2006년도가 되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올해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가 열리는 해입니다. 이 대회의 성공을 위해 원로목사님들께서도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6년 한 해에도 하나님께서 복에 복을 더하시고, 은혜에 은혜를 더 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