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1-12 선거관리위원회 개회 설교
희망의 푯대
빌 3:12-16
새해를 맞아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제26회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와 위원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006년도 정초부터 여러분이 수고하시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또 앞으로 여러분의 수고가 영광스러운 면류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입법의회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는 총회와 선거를 분리한 것입니다. 또 선거인단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제 그 법을 운영하고, 적용하며, 공명정대한 선거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총회가 여러분에게 부여한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감리교회의 절차적 민주주의와 신뢰 회복을 위해 중차대한 책임을 위임받은 분들로서 누구보다 공정한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감독회장이 된 후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를 거듭 외쳐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설적으로 오늘의 교회가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20년 여 선교역사 속에서 한국교회는 큰 부흥과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선교 초기에는 민족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면서 신뢰를 받았지만, 분열주의, 세속주의, 기복주의, 물량주의가 전염병처럼 교회 안에 들어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감독 선거 때마다 우리는 큰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선거과정을 두 차례 겪어왔기 때문에 그 무질서를 몸으로 체험한 까닭에 누구보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감독회장이나 감독들은 당사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문제의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선거개혁을 통한 감리교회의 희망은 여러분이 만들어 주셔야 하겠습니다.
저는 감독회장이 되면서 ‘희망의 전도사’ 노릇을 자처하였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교회는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복음의 기본으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희망의 사도, 베드로는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라.
우리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일은 곧 세상에 희망을 증거 하는 일이요, 우리 성도들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은 희망을 이루어가는 일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참된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계속 말합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희망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하나님의 약속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2장 21절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의미를 예수의 본을 따라 예수의 발자취를 닮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벧전 2:21).
그 부르심은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분명한 방향이 존재합니다. 성경은 그것을 희망의 푯대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믿음의 선배인 사도 바울은 이러한 희망의 푯대를 전 생애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쫓아가노라”(빌 3:14)
사도 바울의 복음전도는 바로 푯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평생 그의 걸음은 한결 같았습니다.
“내가 이미 얻다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노라”(빌 3:12).
본문을 보면 바울의 달음질은 결코 빠름에 있지 않습니다. 그는 다 이루었지만, 결코 자신이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바울은 꾸준히 달음질 해왔음을 고백합니다.
바울의 달음질의 특징은 빠름이 아닌 한결같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믿음과 또 목표를 가르쳐 주셨다는 믿음 때문에 한결같이 희망의 푯대를 향할 수가 있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한결 같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걸음입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걸어간 광야는 무려 4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천천히 걸어가시는 하나님을 따라 이스라엘 백성은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배운 어린아이처럼 한발자국씩 하나님을 따랐더니, 드디어 가나안 땅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과속에서 옵니다. 사람은 무엇이든 빨리하고 빨리 도달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스피드를 내게 됩니다. 승자의 속도는 빠른데 있지 않습니다. 자기 속도를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남의 스피드가 어떻든 자기 페이스대로 달리고, 남의 장단이 어떻든 주님의 장단에 맞추어 달리는 사람들입니다.
선관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출마자의 과속을 막고,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피선거권자는 물론 감리교인 모두에게 신뢰의 질서를 일깨워 주고, 행위의 공정함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향해야 할 희망의 푯대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리교회의 선거문화가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축하하고 기뻐하는 축제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나의 목표와 푯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입니다. 이미 그분이 앞서 가셨습니다. 주의 발자취를 따름이 곧 나의 달음질입니다.
저는 올해에 감리교회의 영적각성운동 차원에서 ‘감리교회다운 감리교회, 감리교인다운 감리교인’이 되려는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영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처음 감리교인들의 모습, 그 뜨거움, 그 정직함, 그 복음에 대한 열정, 그 사회의 병을 고치려는 의지, 그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헌신을 닮으려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회봉사를 통해 세상을 섬기며,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세계감리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 개최가 계기가 되어, 먼저 우리 한국감리교인 부터 이 신앙운동을 벌여 나간다면 거기에서부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관위원회가 이 일에 앞장 서 본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이번 감독선거를 통해 우리 감리교회가 “희망을 주는 푯대”를 제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