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1-06
북한방문 칠골교회 설교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
고후 5:18-20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오늘 칠골교회에 참석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강영섭 위원장님을 비롯하여 봉수교회 담임이신 손효순 목사님 등 여러 목회자들 또 평신도 여러분과 그리스도 안에서 계속 사랑의 친교를 나누게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평안한 모습을 보니 대단히 반갑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셔서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어 가며, 마침내 온 겨레가 하나 되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합니다. 남과 북의 기독교인들은 이 일을 위해 더욱 한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서로 분단된 채 살아왔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서로 적대하며, 증오의 장벽을 높이 쌓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남과 북의 관계는 민족의 관점에서는 형제이지만, 군사적인 관점에서는 적이었습니다. 휴전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남과 북이 통일공동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통일을 노래하는 까닭은 남과 북이 숙명적으로 끌어안아야 할 형제자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보면 에서와 야곱이란 두 인물은 서로 쌍둥이 형제였으나, 원수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년 만에 감동적으로 서로 얼싸안고 화해를 합니다. 마치 야곱과 에서처럼 우리 남과 북은 ‘적대적인 형제관계’가 되었습니다. 이제 남과 북의 통일노력은 서로 적대성을 감소시키고, 공존과 동반자 관계로 이끌어 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것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화해입니다. 성경은 고린도후서 5장 20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 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간청하노니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
우리 인간은 본래 죄인이어서, 선하신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습니다. 죄 많은 인간은 결코 하나님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먼저 인간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미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화해 선언, 이것은 하늘로부터 온 선물이며, 은총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과 화해하신 하나님의 증표이고, 이것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십자가의 도를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나를 화해자로 부르셨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먼저 화해를 시작하시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화해의 사절이 되리라고 명령하십니다. 고린도후서 5장 1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가운데 죄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책망하시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시고, 용서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은 이미 화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며, 이 땅에서 화해케 하는 직분을 맡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화해케 하는 일, 이것은 구원받은 백성의 사명이요, 하나님의 자녀 된 이들의 특권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화해의 직분을 맡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 18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
이러한 화해의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 모인 교회는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화해와 평화의 증표가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를 간절히 원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평화는 구호에 그치게 마련입니다.
성경에는 요셉과 그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셉은 자기 형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아 어린 나이에 에집트로 종으로 팔려간 사람입니다. 20년 동안 모진 고생 끝에 요셉은 에집트 땅에서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다시 형제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복수할 마음도 품지 않고, 보복하지도 않았습니다. 요셉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습니다”(창 50:20)
흔히 인간의 3대 욕망은 오래 사는 것, 부자 되는 것, 복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요셉은 원수만도 못한 형들에게 보복할 기회가 왔음에도,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렸던 것입니다. 바로 화해는 하나님의 계획이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입니다.
시편 133편 1절은 의좋은 형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예로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형제간의 의를 가르치셨습니다. “동기간에는 늘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민족 간에, 형제자매 사이에 평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민족은 다툼과 갈등을 겪으며 살았습니다. 전쟁을 치루었고, 원수처럼 지내왔습니다. 그 상처와 아픔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남아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남과 북이 따로 구별이 있을 리 없습니다.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은 없습니다. 남과 북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한 형제요 자매이며, 또 같은 식구요 피붙이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듯 우리가 서로 화목하며 의좋게 사는 일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교회는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라고 우리에게 분부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감독회장으로 있는 우리 감리교회에서는 내년도 여름에 세계감리교대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132개 감리교회 회원국에서 약 5천여 명의 대표단이 서울을 찾아올 것입니다.
이번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의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한마디로 ‘화해’입니다.
7년 전에 영국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총회의 주제 채택과 관련하여 “세계감리교대회에 적합하고, 개최국 상황에도 합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회가 남과 북의 화해에도 크게 기여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내년에 세계감리교대회에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강영섭 위원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을 정중히 초대합니다. 조그련에서 오시는 여러분은 가장 귀한 손님이요, 이 대회의 주인이 되실 것입니다. 우리 150만명 감리교인은 여러분을 최선을 다해 영접하며, 환영하겠습니다.
저는 세계감리교대회가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 위험한 분단국가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게 여겨집니다.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화해케 하시고, 평화로운 통일로 이루어 가시려는 놀라운 계획이 담겨있음을 분명히 믿습니다. 우리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우리나라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의 물꼬를 트게 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예수님은 여덟가지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산상설교의 말씀인 마태복음 5장 9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예수님은 행복 중에서 가장 큰 행복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특권을 얻는 일인데, 이러한 특권에 참여하는 길은 바로 화평케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확신하건대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을 한 가지 손꼽으라면 평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화해자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행복을 이루는 가장 큰 비결인 것입니다. 즉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하늘나라, 즉 하나님의 새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평화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구원받은 백성을 향한 약속입니다.
올해 우리는 광복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시기에 민족과 교회가 겪은 고난과 아픔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럴수록 8월 15일, 이 날을 생각할 때 그 감격과 기쁨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복되는 독도문제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신사참배 문제를 보면 과거를 청산하고, 극복하는 일이 얼마나 멀고, 힘든가 하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과거의 짐을 벗고, 온전한 해방을 이루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위 강대국에게 끊임없이 시달렸고, 결국 식민지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수난과 핍박을 당했으나 그럼에도 하나님께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강렬한 사명감으로 가득하였습니다. 그들은 고난 너머있는 하나님을 향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해방을 노래합니다. “영영한 희락을 띠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으리니 슬픔과 탄식이 달아나리로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고난과 핍박을 받았습니다. 이민족의 침략, 일제 식민지 지배, 분단의 고통은 끝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우리 한국감리교회가 예로부터 민족의 고난에 함께 한 역사적인 교회라는 평가를 듣는 것은 민족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평화를 위해 존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완의 광복을 극복하고, 이 민족이 완전한 해방을 누릴 수 있도록 주님과 함께 새로운 제2의 출애굽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특히 분단 60년이란 뼈아픈 세월을 청산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더욱 신실하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진정한 평화를 허락하실 줄을 믿습니다. 이 땅과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위해 오늘 이 예배에 참석한 여러분은 새로운 독립운동을 꿈꾸시기를 바랍니다. 미움과 다툼, 원수됨과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의 눈물을 씻어주시고, 희망을 주시어,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허락하시길 간절히 축원드립니다.